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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이 사람을 두 번 만났을 때] 쓰레기에 낚인 괭이갈매기

지난해 여름, 충남 보령의 해수욕장에서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낚싯줄에 엉킨 채 발견됐다. 한 낚싯줄에 연결된 두 개의 낚싯바늘을 괭이갈매기가 각각 삼킨 것이다. 


낚싯바늘을 삼킨 야생 조류는 신고되는 경우가 드물다. 삼킨 낚싯바늘이 부리나 식도, 위장을 찔러 고통스럽지만 비행과 보행은 가능한 상태라 사람이 없는 곳으로 숨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은 약해진 상태에서 공격당하지 않게 숨는 습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먹이활동을 하지 못해 점점 기력이 약해지다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생을 달리한다.

 

  갈매기 식도에 걸린 낚싯바늘  


우연히 한 낚싯줄에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묶인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덕분에 둘은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였고 사람의 눈에 띄어 구조센터에 신고될 수 있었다. 구조 장소에 도착했을 때 두 괭이갈매기는 파도가 살짝 들이치는 모래 사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두 마리가 함께 날아오르거나 빠르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혹여라도 비행해 깊은 바다에 몸을 띄운다면 구조가 어려워지니 우선 바다로 가는 길을 막았다. 그물을 들고 바다에서 출발해 모래에 있는 괭이갈매기 쪽으로 향했다. 패착이었다. 괭이갈매기는 곧바로 우리가 없는 방향을 찾아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시 모래사장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두 번째 시도에서 다행히 성공했다.


방사선 촬영 결과 한 마리는 식도에, 다른 한 마리는 화학적 소화가 일어나는 선위에 낚싯바늘이 걸려 있음을 확인했다. 하루를 굶긴 다음 제거 수술을 진행했다. 두 마리 모두 성공적으로 낚싯바늘을 제거했다. 수술부위에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액을 주고 관을 통해 의료식을 제공했다. 하지만 식도에 낚싯바늘이 걸려있던 괭이갈매기는 수술한 지 3일째 되던 날 폐사했다. 


다행히 다른 한 마리는 점점 기력을 회복해 일반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부리 주변부에도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할퀴고 간 상처가 남아있어서 자극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육류와 작은 물고기 위주로 제공했다. 매일매일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한 달여 간의 치료 끝에 괭이갈매기는 무사히 바다로 돌아갔다. 

 

 

  바람에 날린 낚싯줄이 내륙의 동물을 위협하다  


낚시객들이 물가에 남기고 간 낚시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물가를 벗어나 야생 생태계 전반에 피해를 입힌다. 도심형 맹금류 황조롱이, 바위산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와 민가 주변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너구리까지 낚시 쓰레기에 피해를 입는다.


2018년 구조된 황조롱이는 아랫부리와 좌측 날개에 낚싯바늘이 박혀 있었고 온몸에 낚싯줄이 얽혀 있었다. 낚싯바늘이 박힌 피부는 괴사되고 있었고 먹이 활동을 얼마나 안 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로 마른 상태였다. 결국 치료 중 폐사하고 말았다.


같은 해 양다리가 낚싯줄에 걸린 수리부엉이도 구조됐다. 왼쪽 다리는 치료가 가능해 보였지만 오른쪽은 주변 피부가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괴사된 상태였다. 한 다리가 온전치 못하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안락사를 결정했다.

 


너구리 역시 결말이 좋지 않았다. 발견했을 때 낚싯줄에 엉킨 오른쪽 다리는 이미 절단된 상태였다. 전신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구조센터에서도 전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치료 중에 폐사했다.


무분별하게 버린 낚싯줄 하나가 숱한 생명을 끊어낸다. 낚싯줄은 굉장히 날카로워 야생동물 신체 일부가 엉키면 여간해서는 스스로 풀어낼 수 없다. 오히려 풀어내려 할수록 더 조여와 조직이 괴사되는 경우가 많다. 낚싯줄이 수초나 나무에 걸려 익사하거나 나무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


낚시 과정에서 자연스레 버려지는 바늘 역시 야생동물 속으로 파고든다. 과거에는 낚싯줄이 끊어지며 물속으로 가라앉은 납추도 생태계에 큰 피해 요인 중 하나였다. 납추를 먹은 새들이 납중독으로 구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피해가 알려져 2013년 9월부터 납추의 제조, 수입, 판매 및 사용이 모두 금지됐다.


낚싯줄에 걸리거나, 낚싯바늘을 삼키고, 납추에 중독된 동물들은 분명 누군가의 취미 활동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겐 이 동물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낚시 쓰레기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마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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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신다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에디터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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