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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공 달」의 정체

밤을 낮으로 바꾸는 우주 기술 혁명

「인공달」, 즉 우주거울은 보름달 3~5개에 해당하는 밝기의 빛을 지상의 특정지점에 비추었는데···

지난 2월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광채나는 플라스틱 조각을 우주에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밤을 낮으로 바꾼다는-적어도 일몰시간을 연장한다는-매혹적인 생각을 현실화한 첫번째 시도였다.

러시아의 미르(Mir) 우주정거장에 연결된 프로그레스(Progress)우주선 외부에 설치된 배너(Banner, 깃발이라는 뜻, 러시아어 표기로는 Znamya)라 불리는 실험장치가 밤을 낮으로 바꾼 것이다. 즉 우주에서 거울을 사용하여 지구로 태양광선을 반사시켜 내려보냈다.
 

우주에서 거울을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처럼 사용하고 있다.


경이로운 기술혁명

우주에 배치된 배너는 알루미늄 코팅된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들어진 직경 약20m짜리 원반형 물체다. 일종의 우주거울인 배너는 보름달 여러개와 동등한 빛으로 지구위 특정 조사(照射)지점을 비추었다.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이 실험이 부수적으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즉 우주에서 얇은 플라스틱 조각을 다루는 기술과 태양광선의 힘을 이용해 가동될 미래의 대형우주선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궤도 위의 붉은 별'의 저자이자 러시아우주계획 전문가인 휴스턴의 오버그(James E. Oberg)는 "우주거울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던 생각이지요. 이제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는지의 여부를 알아볼 기회를 갖게 된 셈인데 한마디로 경이로운 기술혁명"이라고 이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에 말했다.

물론 태양은 언제나 지구 위의 어느 곳인가를 비추고 있다. 그러나 이 태양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곳을 항상 비춰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가 우주에 커다란 반사경(reflector)을 설치해 놓고 태양광선의 일부를 붙잡아 지구의 어두운 쪽에 빛을 비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이 실현가능하며 지구 위쪽에 커다란 궤도순회용 거울을 설치해 놓으면 그 거울에 반사된 태양광선으로 수십km에 이르는 어두운 지역을 비출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의 주창자들은 이것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밤에 태양빛을 공급함으로써 매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전기조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농번기와 추수기에는 일몰시간을 연장하여 농부들을 도울 수 있으며, 대규모 건설 기간에는 작업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해주고 지진이나 태풍같은 자연재해 발생 후 복구와 구조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 우주거울 설치계획은 NPO에네르기아사(NPO Energia space company)의 주도아래 러시아의 공기업들과 공공단체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이뤄졌다.

우주에서 거울을 거대한 스포트라이트처럼 사용하려는 착상은 1929년 헤르만 오베르트라는 독일과학자이자 우주공상가가 최초로 제기했다. 그후 이 아이디어는 미국과 옛소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 우주거울은 극권 근처에서 나타나는 장기간의 북극야(北極夜) 기간동안 조명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특히 옛소련에서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러시아인들이 이 우주거울 개발계획에 대해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데 반해 미국방부와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0년간 때때로 태양반사경을 고려해 보기는 했지만 이것들을 실제적으로 개발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과학기술자들은 매일밤 여러 개의 도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에 빛을 비출 수 있는 태양반사경시스템 개발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그중 야심적인 제안은 직경3백90m, 표면적 약 1만2천5백㎡인 1백개의 반사경으로 이루어진 성좌모양의 것이다.

이번에 러시아인들이 제작한 최초의 태양반사경시스템은 직경 1백95m의 거울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지구 위쪽으로 약 1천~6천m 떨어져 있는 북쪽 경사궤도에 올려졌는데 24~36개의 거울로 구성돼 있다. "이 우주거울은 반사경 하나가 혼자서 한 지점을 비출 수도 있으며 연속적인 조명을 위해 혹은 밝기를 더 환하게 하기 위해 반사경 여러 개가 동일지역에 초점을 맞추도록 조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보름달 50개의 밝기에 해당하는 조명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관련 과학자들의 말이다. 이 거울들은 같은 지점에 빛을 비추면서 지구를 선회하게 설계 돼 있는데 이때 56×88km의 표면적을 조사(照射)할 수 있다.

이러한 우주거울 계획은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우주거울이 동식물의 정상적인 주야사이클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스템이 전세계에 적용될 경우 생길 수 있는 결과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낮시간의 연장이 식물군과 동물군의 행동과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소적으로는 기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옛소련의 과학자들이 1984년에 최초로 실험반사위성의 제작을 제안한 후 소련과학아카데미는 그것이 가져올 환경영향 평가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우주거울 제안자들은 반사된 태양광선이 어떤 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감한다.

이 계획에는 '뉴라이트'(New light)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 실험반사경계획(experimental reflector program)의 감독인 세바스티아노프(Nikolay N. Sevastianov)는 "이런 유형의 조사(照射)는 지구환경에 특별한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며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때 소련우주과학연구소의 책임자였고 현재는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동서과학과 기술'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 사그데예프(Roald Sagdeev)박사는 "러시아의 우주거울 주창자들이 15년 전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시작했으나 러시아의 우주계획당국에서는 그것이 가져다줄 이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덧붙인다.
 

소유즈 우주선. 최근에 미르와 도킹해 「뉴라이트」계획을 도왔다.


변화에 대한 저항

"어떤 사람들은 우주로부터 온 빛을 받으면 행복해 하겠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남극지방의 어두운 지역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주기에 잘 적응해 왔으며 이들조차 그것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몇가지 기술적인 장애도 예상된다. 예를 들어 반사경이 거의 시속 2만8천8백km로 우주를 여행하면서 빛의 조사점(a spot of light)을 특정지점에 정확히 조준한 채로 유지시킬 수 있는 조준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아마도 이 기술적인 문제는 능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술적으로 커다란 거울을 우주에 설치해 놓을 수는 있다. 오히려 문제는 우주거울의 용도를 바로 찾는 것이다.

우주거울 주창자들은 배너와 이와 유사한 미래의 우주거울들이 그 유용성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한다.

40kg짜리 배너의 실험기구를 운반하고 있는 프로그레스 우주선은 지난 해 10월 30일 미르우주정거장과 도킹을 했다. 반사경은 원래 12월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 우주당국은 미르와 소유즈(Soyuz)우주선의 연결시점과 맞추기 위해 이를 연기했던 것.

이 과정에서 소유즈 우주선은 미국의 우주왕복선을 미르와 연결시킬 때(1995년 예정) 사용할 새로운 도킹시스템을 미리 실험해 보았다. 소유즈와 미르가 도킹하는 동안 우주정거장 미르의 균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프로그레스호를 그 장소에서 이동시켰다.

러시아의 우주계획당국은 우주정거장 미르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에게 배너를 담고 있는 드럼(drum)을 프로그레스호의 도킹장소에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프로그레스호가 미르와 1백50m 거리에 있을 때 드럼을 회전시키는 전기모터를 작동시켰더니 일본식 팬(fan)처럼 생긴 8조각의 반사원반이 펼쳐졌다. 이 거울은 고도 약3백60km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는데 지구에서는 밝은 별처럼 보였다.
 

소유즈우주선-미르 우주정거장-크반트호-프로그레스호가 연결된 모습


태양항해의 가능성 타진해

이 플라스틱 반사경은 지지틀을 갖고있지 않으며 이것의 원반모양은 드럼의 회전운동으로 유지됐다고 관련자들은 말한다. 미르보다 더 낮은 궤도로 내려갈 경우에는 프로그레스호가 조종을 맡아 반사된 태양광선이 지구위 특정지점을 비추도록 거울의 위치와 조준점을 정했다.

러시아 엔지니어들은 이번에 실험적으로 가동시킨 조그만 반사기가 직경 약 4.8km에 달하는 면적에 3~5개의 보름달과 동등한 빛을 쪼였다고 말한다.

우주거울 실험이 수행되기 직전 NPO에네르기아사의 감독인 시로미아트니코프(Vladimir Syromiatnikov)는 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 얻은 반사광이 땅 위를 너무 빠르게 움직여 관찰자에게는 순간의 섬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또 공중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배너가 별처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어떤 특별한 조건에서는 이 우주거울이 낮에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 실험은 또한 태양을 이용한 항해(Solar Sailing)라는 첨단 에너지 공급기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공학도들과 우주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우주진공 속에서 태양광선의 확산압력(pervasive pressure)을 동력화하여 우주선을 움직인다는 것이 요체다. NASA와 그밖의 기관들의 연구결과는 태양항해가 우주선에 무거운 화학연료를 따로 실을 필요 없게 만드는 아주 그럴듯한 추진방식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주반사경 착상처럼 이 개념 역시 세계의 어느 정부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험할 연구비용을 보조해 주지 않았다. 수년동안 미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의 개인차원의 연구그룹들이 각기 다른 에너지조달방법을 이용, 달까지 이르는 국제경주를 제안했지만 기금부족으로 그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이번 실험에 흥분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최초의 태양항해이기 때문이다"라고 1970년대 중반에 NASA에서 태양항해에 관한 연구를 주도했던 프리드만(Louis D. Friedman)박사는 말했다. 그는 우주반사경과 태양항해가 모두 같은 재료와 원리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배너의 이번 우주항해를 통해 태양항해비행 전반에 대해 테스트하기엔 그 기간이 너무 짧고 반사경의 고도가 너무 낮지만 태양항해에 적합한 재료를 선정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상 그동안 지구 위에서 수행가능했던 태양항해와 관련된 실험은 기껏해야 모의작업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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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워렌 레리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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