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등 학 교 시절 친구에게‘1 더하기 1은 얼마일까?’란 문제를 냈다. 친구가“당연히 2!”라고 하면“바보, 1 더하기 1은 1이지. 찹쌀떡 2개를 합쳐봐. 하나가되지, 2개가 되냐?”라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놀았다. 또 한 번 억지를 부리고 싶다. 1 더하기 1은 4도 될 수 있다고.
동전 공유해서 아이스크림 사먹기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길가 편의점에서 밖에 내놓은 냉장고 안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앗! 호주머니에 900원밖에 없네. 어떡하지, 아이스크림은 1000원인데….”
옆에 있던 친구가 선뜻 100원을 준다.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남는다며.
“와, 고마워~”
“뭘, 난 1100원이 있으니까, 어차피 100원이 남아.”
이런‘아이스크림 사먹기’는 원자세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이온결합’이라고 부르는 반응이다.
이때 100원짜리 동전은 원자들이 서로 주고받는‘원자가전자’라고 부를 수 있다(원자가전자는 최외각전자와 거의 같은 의미를 갖기 때문에 혼용할 때도 있다). 원자의 세계와 아이스크림의 차이는 뭘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10원, 100원, 1000원 단위의 10진법을 주로 쓴다. 아이스크림은 100원짜리 동전 10개로 살 수 있다. 그러나 원자의 세계는 8을 기본 단위로 하는 8진법을 쓴다. 많은 원자들은‘최외각에 전자가 8개 있었으면’하고 바란다.
1916년 루이스(Lewis)가 제안한‘옥텟법칙’(octetrule)에 따르면 원자는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등 비활성기체의 전자구조를 닮으려는 방향으로 반응을 진행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비활성기체의 최외각전자는 8개이기 때문에 원자는 최외각의 전자껍질에 전자가 8개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He의 경우는 2개).‘ 옥토’(octo)는 8을 뜻하기 때문에 전자 8개를 가지려는 원자의 성질을 옥텟법칙이라 부른다. 다리가 8개인 문어를‘옥토퍼스’(octopus)라 부르고 음악에서 8도 음정을‘옥타브’(octave)라 하는 것과 같다.
다시 아이스크림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싶은데 호주머니에 돈이 600원 밖에 없다. 마침 옆에 있던 친구가 400원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400원을 갖고 있는 친구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혼자 사먹을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은 두 명이 갖고 있는 돈을 합쳐 아이스크림을 같이 사서 먹는 것이다. 막대가 두 개 있는 아이스바라면 더 좋다. 이 경우 600원+400원이 2000원의 효력을 발휘했다면 억지일까? 수학적으로는 틀려도 심리적으로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친구끼리 서로 갖고 있는 돈을 더해서, 즉‘공유해서’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처럼, 원자 세계에서도 서로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수소원자(H)는 최외각에 전자 한 개를 갖고 있다. 수소와 헬륨은 옥텟법칙의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첫번째 전자껍질에 전자 2개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원자는 비활성기체인 헬륨원자의 전자구조를 선호한다.
수소원자 2개가 서로 가까이 만난다면? 전자 하나씩만 갖고 있는 수소원자 둘은 고민하다가 서로의 전자를 공유하자고 타협한다. 둘 다 전자껍질에 전자 2개를 공유할 수 있으니 1+1=4가 되는 방법이다.
점으로 표현하는 공유결합쌍
루이스는 이것을 그림으로 아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대부분의 화학반응은 최외각전자껍질에 들어있는 전자인 원자가전자(혹은 최외각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원자의 모든 전자 대신에 원자가전자만 표시한다면 훨씬 쉽다. 원자가전자를 어떻게 표시할까? 루이스는 단순히전자를 점(·)으로 표시했다. 그냥 수소를 나타내는 H의 옆에 점을 하나 찍으면 된다(H·).
수소원자 2개가 만나서 전자를 공유하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보자. 점(전자)을 하나씩 갖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점을 공유한다. 각각의 수소원자를 구별하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포함해서 동그라미를 그린다면, 각각의 수소원자는 전자 두 개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루이스는 그림을 한 단계 더 단순화했다. 그는 원자간 결합은 전자 2개를 갖고 이뤄진다고 제안했다. 루이스는 이런 결합을‘전자 2개의 화학결합’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뒤 미국 화학자 랭뮤어(Langmuir)가‘공유결합’이라고 지칭했다. 원자가 서로의 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서로 공유하는 전자 2개(공유결합쌍)를 선으로 연결해 원자들의 결합을 표현했다. 즉 수소원자(H·) 2개가 만나서 기체인 수소 분자(H-H, ${H}_{2}$)가 된다. 염산(HCl)의 경우는 어떨까? 염소(Cl)는 원자가전자가 7개다. 수소(H)에서 전자 1개를 뺏어오면 좋겠지만, 전자 한 개만 갖고 있는 수소가 전자를 쉽게 주지 않는다. 따라서 수소와 염소는 전자를 공유한다.
수소는 염소의 전자 하나를 공유해 전자를 2개 갖게되고, 염소는 수소의 전자 하나를 공유해 전자를 8개가지니 옥텟법칙을 만족한다. 염소의 전자 7개를 원자주위에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옥텟법칙을 쉽게 그림으로 나타내려면 상하좌우 4곳에 점을 2개씩 찍는 것이 좋다. 따라서 수소원자와 염소원자가 만나 염산이 되는 공유결합을 그릴 수 있다.
끊기 힘든 찰떡궁합, 이중결합과 삼중결합
공기 중에 제일 많은 기체는 산소(${O}_{2}$)와 질소(${N}_{2}$)다. 이들을 루이스의 방법에 따라 표현해보자. 산소는 원자번호 8로 원자가전자의 개수가 6이다. 산소원자 2개로 이뤄진 산소분자(${O}_{2}$)가 옥텟법칙을 만족시키려면 16개의 전자를 거느리는 것처럼 표현해야 한다(8+8=16).‘6+6=16’이란 억지를 부리기 위해서는 전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옥텟법칙에서 전자가 2개 모자랄 때는 각각의 전자 하나씩만 공유하면 해결됐다. 수소분자의 경우에 1+1=4, 염산은 1+7=10 같은 식이다. 산소의 경우 6+6=16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전자 4개가 모자란다. 이때 산소원자(O)가 전자를 2개씩 공유한다면 6+6=16이 된다.
루이스는 공유결합이 전자 2개를 공유하면서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산소분자(${O}_{2}$)에서는 전자(점) 4개를 공유해 공유결합 2개가 생긴다. 이런 2개의 공유결합을 이중결합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이중결합은 1개의 공유결합보다 두 원자를 잡고 있는 힘이 강해서, 이중결합으로 이뤄진 분자는 원자로 분해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원자번호가 7인 질소(N)의 원자가전자는 5개다. 질소분자(${N}_{2}$)는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이때는‘5+5=16’을 만족시켜야 한다. 전자 6개가 모자란다. 이 경우 전자를 3개씩 공유하면 된다.
루이스의 표현에 따르면 결합선(-)이 3개다. 3개의공유결합은 삼중결합이라고 한다. 삼중결합은 너무 강해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결합을 끊을 수 없다. 수소(${H}_{2}$)와 질소(${N}_{2}$)를 섞어서 아무리 흔들고 반응시켜도 질소가 매우 안정하기 때문에 두 기체의 화합물인 암모니아($N{H}_{3}$)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암모니아 제조법인 하버-보슈법에서는 500℃, 200기압이란 조건과 촉매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중결합은 왜 없을까
원자번호 8인 산소(O)는 이중결합으로 산소분자(${O}_{2}$)를, 원자번호 7번인 질소(N)는 삼중결합으로 질소분자(${N}_{2}$)를 만든다. 그럼 원자번호 6인 탄소(C)는 사중결합으로 탄소분자(${C}_{2}$)를 만들까?
‘4+4=16’이 되려면 사중결합으로 ${C}_{2}$가 만들어져야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자연계에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사중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화학적으로 안정한, 사중결합으로 이뤄진 ${C}_{2}$는 발견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원자 궤도함수(오비탈)의 특성상 탄소의 사중결합은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말고, 한번만 더 억지를 부리고 넘어가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삼차원이기 때문에 사중결합으로 이뤄진 ${C}_{2}$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만약 사중결합으로 이뤄진 C2가 주위에 있다면, 거기엔 지금의 우리와는 다른 원소로 이뤄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탄소의 단일결합, 이중결합, 삼중결합만을 아름답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