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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의 연속성에 대한 오해?

전기음성도로 해결

하늘높이 올라가는 형형색색 열기구를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넓어진다. 열기구는 큰 풍선 안의 공기를 데워 하늘로 올라간다. 풍선 안의 기체를 데우면 풍선이 팽창하면서 풍선의 밀도가 주위 공기의 밀도보다 작아지기 때문이다. 풍선 안의 기체를 데우면 풍선의 크기는 왜 커질까.

공기에 대한 화학자들의 이런 의문은 원자 사이의 힘을 설명하는 연구로 발전한다. 그 역사를 따라가 보자.

 


원자끼리만 반발한다?

19세기 초 돌턴은 기체를 가열하면 압력과 부피가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돌턴은 이를 원자들이 서로 반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자들이 반발한다는 가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만약 원자들이 반발하면 원자 사이에는 빈 공간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혼합 기체에서는 빈 공간을 통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기체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예를 들어 산소와 질소의 혼합기체인 공기는, 질소보다 무거운 산소가 아래로 떨어져 질소와 산소가 층을 이루며 나뉘어야 한다. 하지만 공기는 산소층과 질소층으로 나눠지지 않는다.

고민을 거듭하던 돌턴은 기가 막힌 생각을 떠올렸다. 산소 원자는 산소 원자끼리 질소 원자는 질소 원자끼리만 반발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원자끼리만 선택적으로 반발하고, 다른 원자들 사이에는 반발력이 없다면 서로 다른 기체 원자는 섞여있을 수 있다.

즉 혼합 기체에서 어떤 기체의 압력(부분압력)은 다른 기체의 압력에 상관없다는‘돌턴의 부분압력 법칙’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가정이 잘못됐지만 거기서 유도된 법칙은 옳았던 재미있는 사례다. 부분압력 법칙의 예를 들어보자. 산소와 질소가 1:4로 섞여있는 공기를 풍선에 불어 넣었을 때 압력이 1기압이라고 하면 산소의 부분압력은 0.2기압이고 질소의 부분압력은 0.8기압이다. 즉 풍선 안에서 질소만 모두 빼내 산소만 남긴다면 0.2기압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보가드로는‘분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원자들끼리 서로 반발한다는 점을 부정했다(아보가드로의 분자설은 2006년 9월호 참고). 원자는 분자를 형성하기 위해 서로 끌어당기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분자끼리는 서로 반발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분자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자 속 원자들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답할 수 없었다.
 

풍선 속 기체의 전체 압력이 1기압이고 산소와 질소가 1:4의 비율로 섞여 있다면 산소는 5분의 1기압, 질소는 5분의 4기압 만큼의 부분압력을 갖는다.


 

이온끼리는 붙을 수 있다!

분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 사람은 스웨덴의 화학자 옌스 베르셀리우스다. 당시 화학자들은 무기물이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이뤄져 있으며, 같은 이온끼리는 반발하지만 양이온과 음이온은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베르셀리우스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분자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금속염을 전기적으로 환원시키면 금속 양이온은 금속이 된다. 또 물을 전기분해할 때 음극에서 수소 기체가 발생하는 현상을 보면 수소도 양이온이 될 수 있다.

1818년 베르셀리우스는 이와 같은 실험을 토대로 모든 원소가 양이온이나 음이온으로 바뀔 수 있으며, 원자간 결합은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이라고 결론내렸다. 소금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결합한 대표적인 이온화합물이다. 소금 즉, 염화나트륨은 나트륨 양이온(Na${}^{+}$)과 염소 음이온(Cl${}^{-}$)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온화합물은 이온화에너지가 낮은 원자가 양이온이 되고, 전자친화도가 큰 원자가 음이온이 돼 서로 결합한다. 나트륨은 이온화에너지가 아주 낮고, 염소는 전자친화도가 아주 높다.

하지만 모든 분자가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면 뭔가 이상하다. 수소기체 분자는 수소 원자 두 개, 즉 H${}_{2}$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수소 분자가 H${}^{+}$(양이온)와 H${}^{-}$(음이온)의 이온결합으로 만들어진다면, 도대체 어떤 수소원자가 양이온이 될지 또는 음이온이 될지 알 수 없다. 수소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온 결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
 

수소원자 2개가 수소분자를 만들 때는 전자를 치우침 없이 공유한다. 그러나 수소원자가 염소원자와 결합할 때는 염소원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가 수소원자 보다 커 전자가 염소원자 쪽으로 많이 치우친다.


 

전자를 공유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1916년 미국의 물리학자 길버트 루이스와 어빙 랭뮤어가 각각 제안하고 이름붙인 공유결합은 거의 모든 분자안의 원자간 결합을 설명할 수 있다. 이온화합물에 존재하는 이온결합은 전자를 주거나 뺏어서 형성된 양이온과 음이온 사이의 정전기적 결합인 반면, 공유결합은 원자들이 서로의 전자를 공유해 만들어지는 결합이다.

그럼 어떤 경우에는 이온결합이,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공유결합이 일어날까. 원자의 이온화에너지와 전자친화도에 의해 원자가 쉽게 양이온으로, 그리고 음이온으로 바뀌는 경우 이온결합을 한다. 하지만 수소나 산소기체 분자처럼 서로 같은 원자가 결합할 때는 한 원자가 양이온으로, 다른 원자는 음이온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에 전자를 공유해 결합한다.

염산(HCl)을 보자. 염소(Cl)의 전자친화도는 높지만 수소(H)의 이온화에너지도 높다. 따라서 수소는 전자를 염소에게 일방적으로 주지 않고 염소와 공유해 H-Cl 형태의 공유결합을 이룬다.

그런데 물속에서 염산은 공유결합을 만들지 못한다. 소금(Na${}^{+}$Cl${}^{-}$)을 물에 넣으면 Na${}^{+}$와 Cl${}^{-}$ 이온으로 녹는 것처럼, 염산 기체를 물에 불어 넣으면 물속에서 염산은 H${}^{+}$이온과 Cl${}^{-}$이온으로 존재한다. 염산은 왜 물속에서 이온으로 나눠질까. 공유결합이 이온결합으로 변신한 것일까.
 

전기음성도가 가장 낮은 원소는 프랑슘(Fr)으로 그 값은 0.7이며, 가장 큰원소는 플루오르(F)로 그 값은 4.0이다


 

공유결합도 이온결합의 성질 갖는다

이 문제는 195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이 해결했다. 그는 공유결합에도 이온결합의 성질이 있다고 가정했다.

만약 수소 원자 2개가 전자 2개를 공유해 수소 분자를 만들었다면, 수소 원자들은 전자 두 개를 치우침 없이 공유한다. 하지만 염산은 어떨까. 염소는 수소에 비해 전자친화도가 높아서 전자를 아주 좋아한다. 따라서 전자를 공유하더라도 전자는 염소 원자에 더 가까이 있다. 즉 염산(H-Cl)의 결합을 이온결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1932년 폴링은 전기음성도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의 정도를 수치화했다. 전기음성도는 특정 원자가 화학결합을 이루고 있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를 나타낸다.

Na는 전기음성도가 0.9로 값이 작기 때문에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도 아주 작다. 반면 Cl은 전기음성도가 3.2로 아주 높은 값을 가진다. 따라서 Na와 Cl이 만나면 이온결합해 소금을 만든다.

그럼 소금은 100% 이온결합으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소기체 분자도100% 공유결합으로 설명할 수 없다. 100% 이온결합도, 그리고 100% 공유결합도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은 전기음성도라는 연속적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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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인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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