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답지만’,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과 울긋불긋 피어나는 피부 트러블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여름 강한 태양빛으로 탄력과 수분을 잃은 피부는 쌀쌀한 바람과 건조한 공기에 더욱 메말라간다. 청명한 가을 하늘엔 새털구름이 가볍게 떠 있지만, 피부에는 하얀 각질 구름이 떠 있다. 가을철 피부 이상기후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보자.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각질
평소 피부미인으로 소문난 주정은(19) 양은 하얀 얼굴에 뽀얀 피부를 자랑한다. 그러나 가을만 되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각질이 생겨 고민이다. 팔뚝이나 다리가 가려워 긁으면 안 씻은 것처럼 하얗게 도로가 나고, 얼굴엔 여드름도 한두 개 난다. 가을바람에 각질이라도 실려 오는 것일까?
애경 에이솔루션 여드름 연구소 신경훈 연구원은 가을철 건조한 공기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각질층결합단백질’(corneodesmosome)이 서로 결합시키고 있는 각질세포층은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에 의해 분해돼 우리도 모르는 사이 피부에서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떨어져 나가는 각질세포의 양은 하루에 약 40mg.
단백질분해효소는 각질의 수분함량이 많을수록 활동이 활발한데, 가을철 건조한 공기는 각질에서 수분을 빼앗아 간다. 평소 15~20%이던 각질층의 수분함량도 10% 이하로 낮아진다. 그 결과 단백질분해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각질층결합단백질의 결합력이 커져 각질세포가 피부에 두껍게 쌓인다.
각질이 수분 부족 때문이라면, 주 양도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수분크림을 꼬박꼬박 챙겨 발랐는데도, 다시 하얗게 일어난다. 피부가 ‘건성’이라고 관리도 ‘건성건성~’한 건 아닌데….
신경훈 연구원은 “수분 크림은 피부에 부족한 수분을 일시적으로 공급해줄 수는 있지만 각질 세포 사이를 채워주는 유분을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아 수분 증발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며, 가을철 각질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분과 수분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건성 피부인 경우 유분이 함유된 영양크림으로 피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지만, 피부가 건조하다고 해서 화장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모공을 막아 피부 호흡을 방해하므로 적당량만 사용해야 한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피부
얼굴에 기름이 많아 ‘얼굴주유소’라 불리는 지성피부의 대표주자 김지성(18) 군. 여름내 얼굴의 ‘지성미’를 뽐냈던 김 군도 가을이 되면 피부 가뭄으로 고생한다. 얼굴이 당기고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 짜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 밀어버리고 싶은 각질, 어떡하면 좋을까.
강남이지함피부과 이미정 원장은 “각질층은 외부환경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질층의 두께는 부위별로 차이가 있지만 0.02mm정도로, 우리 피부는 A4용지 한 장의 5분의 1정도 두께로 각질세포가 덮여 있는 셈이다. 이 각질층의 가장 바깥부분 세포가 수명을 다해 피지나 먼지 등과 합쳐져 떨어져 나간 것이 바로 ‘때’다.
각질이 때라면 김 군도 때수건으로 깨끗이 밀어 봤다. 세안을 할 때도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씻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다시 생기는 각질. 원래 지성피부면 각질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정 원장은 “지성피부에서 각질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밝혔다. 실제 각질이 일어나는 이유는 기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각질은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에 각질을 지나치게 제거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 다음은 이미정 원장이 권하는 가을철 지성피부 관리법.
화장을 지울 때는 거품 타입의 세안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세안 후 아스트린젠트 로션(지성용 토너)를 쓰고 크림이나 로션 타입 대신 젤 타입의 보습제를 사용한다. 이렇게 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는 여드름 개선용 화장품으로 기름기를 제거해야 한다.
외로이 가을을 타고 있는 피부를 위해
전문가들은 가을철 각질이 피부상태가 지성이냐, 중·건성이냐에 상관없이 “피부가 건강하지 못해 제때 떨어져야 할 각질이 떨어지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신체리듬이 변하면서 스트레스에 민감해져 지루성 습진이 쉽게 악화되므로 각질이 잘 생긴다.
애경 에이솔루션 여드름 연구소 이승헌 박사는 “피부 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에 6~8컵의 물을 마시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가을철 피부는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휴식으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야 탄력과 생기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상쾌한 가을, 외로이 가을을 타고 있는 피부를 촉촉이 달래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