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따뜻한 촉감을 놓아하며 젊은 여성들은 딱딱하고 차가운 소재를 선호한다.
신체를 외부의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한 피부는 그 면적이 2㎡에 달하는 인체 최대의 감각기관이다. 피부에는 온냉감 접촉 압력 통증 등을 느끼는 감각 수용체들이 산재돼 있어 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따뜻함 매끄러움 부드러움 등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건축자재, 자동차 내장재, 필기구 재질, 페인트, 의류원단과 안감 등 신체와 접촉하는 모든 소재에 있어 촉감은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촉각의 민감도는 신체의 부위나 성별,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를 테면 얼굴 부위가 발보다는 훨씬 민감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민감하다. 또한 여자들은 얼굴이나 복부의 민감도가 거의 비슷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피부는 대뇌의 체성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과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대뇌피질 관련 부분의 면적이 넓을수록 더 높은 민감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피부에 물체가 접촉하는 방식에는 수동적 접촉과 능동적 접촉의 두가지가 있다. 수동적 접촉보다 능동적 접촉에서 더울 민감하며 0.01mm 두께를 인식할 수 있다. 능동적인 접촉에서는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형상도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접촉 후의 감각은 수동적인 접촉의 경우가 훨씬 오래가기 때문에 의류 소재 등 신체와 접촉하는 재료의 접촉감은 쾌적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쾌적한 감촉을 제공하는 소재(제품)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 공정은 크게 두가지 단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소비자의 소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실제 상황 하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품질과 관련된 언어적 표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피부의 접촉으로 인한 감각을 나타내는 형용사로는 따뜻함-차가움 거침-매끄러움 딱딱함-무름 건조함-습함 가벼움-무거움 쾌감-불쾌감 등이 있다. 어린이들은 따뜻한 촉감을 좋아하며 젊은 여성들은 딱딱하고 차가운 소재를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의복의 경우 이 단계에서는 특히 쾌적성과 관계가 깊은 옷 안의 온도 습도 기류 등과 의복압(쾌적한 착용감을 주기 위해 신체 부위에 따른 적절한 압력을 알아내는 것은 직조방법이나 형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 피부 접촉 감각 등을 조사한 뒤 통계적 방법을 통해 자료를 해석한다.
이 단계가 수행되고 나면 두번째 단계에서는 추출 요인과 관계되는 물리량을 각종 계측 기술을 응용해 측정하면서 첫번째 단계의 주관적 평가와의 상관관계를 살핀다.
최근의 신소재 연구 개발 방향은 인간의 촉감 특성이나 선호도에 맞추어 쾌적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주관적인 촉감을 어떻게 정량화하며, 이것이 측정 가능한 물리량과 어떤 상관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얻는데는 매우 복잡한 수식이 동원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냉감의 경우 두 재료를 직접 접촉해 얻어지는 1:1 비교법이나 한 재료의 온냉 평가를 7단계로 나누어 수행하는 주관적 평가가 객관적자료인 재료와 피부 사이의 열 이동량(cal/㎠초)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쾌감-불쾌감은 딱딱함-무름, 또는 표면 거칠기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건조감은 온냉감이나 표면거침과 상관 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들어 감성적 섬유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천의 질감을 관능 검사하는 항목으로 탄력성(stiffness), 부드러움(smoothness), 공기의 보유 및 흐름(fullness), 표면의 거칠고 시원한 정도(crispness), 주름지지 않게 팽팽한 정도(antidrape)를 정했다. 이들을 기본적인 질감(primary hand)이라 하며 여러 가지 원단의 질감을 관능 평가할 때 이들 각 항목에 대해 숙련된 전문 감정가가 0에서 10사이의 수치를 부여하고(HV, hand value)이 점수들을 바탕으로 종합 점수(THV, total hand value)를 산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절차를 객관화하기 위해 천의 기본적 역학 특성과 HV 사이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구해 새로운 천의 촉감과 관련된 종합점수를 역학적 측정치로부터 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감성공학적 원리를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를 만들어낸다면, 특히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섬유산업의 미래가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