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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c immatura a me jam frustra leguntur.’ (이것은 나 때문에 너무 일찍 헛되이 밝혀졌소).

1613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이는 경쟁자인 케플러에게 라틴어 한 문장으로 된 편지를 보냈다. 갈릴레이는 왜 이런 편지를 보냈을까. 사실 이 문장은 ‘Cynthiae figuras aemulatur mater amorun’(사랑의 어머니가 신시아 모습을 닮았소)란 문장의 단어 순서를 바꾼 것이다. 여기서 신시아는 달, 사랑의 어머니는 금성을 의미한다. 합치면 ‘금성이 달처럼 차고 기운다’는 문장이 된다. 당시에는 교황청이 지동설을 탄압했다. 갈릴레이는 종교적 검열을 피하려고 암호를 사용해 자신의 발견을 케플러에게 알린 것이다.

‘암호 이야기’는 역사 속 비밀의 메시지를 찾아 떠나는 암호 여행 안내서다. 이 책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암호가 맡은 역할과 암호 때문에 역사의 나침반이 바뀐 극적인 사례를 실감나게 소개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암호로 승패가 갈린 전쟁’이라고 말한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은 진주만을 기습적으로 공격한 직후 미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때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던 미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뼈아픈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만6000명을 동원해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미국은 일본의 유조선단을 격침시키고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자신들이 일본군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다.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 족의 언어를 암호로 사용했다. 나바호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일본인과 독일인 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나바호족 언어를 다시 바꿔 폭격기는 ‘대머리 수리’, 탄약은 ‘조개 껍데기’ 등으로 변형시켜 사용했다. 결국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일본은 미국의 암호를 조금도 풀지 못했다.

암호가 첩보전에서만 사용된 것은 아니다. 전설적인 마술사 해리 후디니는 유언에서 자신의 영혼이 존재한다면 그 사실을 아내에게 암호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10년 뒤 아서 포드라는 사람은 ‘후디니의 영혼을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며 후디니가 아내와 약속한 암호를 정확히 맞춰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물론 진실은 그의 아내만이 알았을 것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카이사르가 암살 직전 받은 암호문,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한 여자 스파이였던 마타 하리가 알파벳에 적당한 음표를 대응시켜 만든 악보 암호, 보이지 않는 잉크를 사용한 독일군의 비밀 통신문 등 다양한 암호 사례를 소개한다.

‘암호 이야기’는 암호에 얽힌 많은 사례를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서술해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하다. 각 장마다 나오는 간단한 암호 퀴즈를 풀면서 암호를 구성하는 수학적 원리도 깨달을 수 있다.
 

암호 이야기^박영수 지음(북로드, 304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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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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