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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달도 따준다고는 못 해. 찬물에 손도 담그게 될 거야. 노력할게. 사랑만으로 살 수 없을 때 더 노력할게.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사랑해.”

얼마 전 막을 내린 한 드라마에서 무릎을 꿇은 채 반지를 손에 들고 프러포즈를 하던 여주인공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굳은 혼인서약과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부부의 절반이 이혼의 위기를 겪는다. 운좋게 이혼을 피하더라도 수십 년 함께 살아가는 동안 사랑에 대한 낭만은 처절하게 무너지기 일쑤다.

저명한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본연의 욕망을 대상으로 메스를 들었다. ‘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이란 이 책의 부제가 그의 의도를 잘 말해준다.

150년 전 찰스 다윈이 주장한 성(性)선택이론은 지구상 모든 종의 짝짓기에 얽힌 복잡한 실마리를 풀어줬다.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깃털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어 생존에 불리하지만 짝짓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암컷의 마음을 사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공작은 미래를 위해 모험을 선택한 셈이다.

인간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고 정숙한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했다. 반면 여성은 자신과 아이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성을 선호했다.

놀랍게도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같은 짝짓기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대칭인지 알아보는 ‘실험’이 유행했다. 그 결과 평소에 매력적으로 느낀 연예인일수록 그 얼굴도 대칭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칭을 이루는 얼굴은 보기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몸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만약 한 남성이 탤런트 김태희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느낌을 받는다면 단순히 그가 예뻐서라기보다 그가 가진 번식능력의 증거, 즉 대칭을 이루는 얼굴과 깨끗한 피부, 윤기 나는 머리카락에 반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는 인간이 유전자의 명령을 착실히 따르는, 욕망의 꼭두각시는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신 서로가 가진 성적 욕망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와 다른 성(性) 때문에 아파하고 절망스러워할 확률이 낮아질 거라고 따뜻하게 조언한다.
 

욕망의 진화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 전중환 옮김 (사이언스북스, 592쪽, 2만원)

데이비드 버스 1981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행동과 진화심리학 학회의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짝짓기전략, 성(性)간 갈등, 세력과 지위 같은 주제를 활발히 연구 중이며 저서로는 ‘위험한 열정 질투’ ‘마음의 기원’ ‘이웃집 살인마’ 등이 있다.

나를 바꾼 과학책
 

철학의 세계 과학의 세계
 

철학의 세계 과학의 세계
안재구 지음 | 도서출판 한울 | 292쪽 | 6000원

상대성이론, 원자구조와 소립자의 발견, 양자역학의 탄생, DNA의 구조 발견. 그리고 공해, 생태계 파괴, 구멍 뚫린 오존층, 기후변화. 전자가 20세기를 이끈 자연과학의 위대한 성과라면 후자는 과학으로 파생된 불안과 공포다. 이 세상을 구원해줄 것만 같던 과학이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니 어찌된 일일까.

학창시절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과학의 참의미를 깨닫기 위해 먼저 명확한 세계관을 세우라고 주문한다. 이어 탈레스를 시작으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칸트, 헤겔로 이어지는 철학의 흐름을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설명한다.

이 책 덕분에 ‘철학사’를 ‘과학사’와 연결 지어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성과를 불평등하게 분배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실제로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공해의 피해는 약자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

과학자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인류가 영원히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를 두고 토론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연구가 지니는 정치·경제적 의미를 항상 염두에 두겠다고 했다. 과학은 ‘사람을 위한 과학’일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심규상 오마이뉴스 대전충남 팀장 sim041@ohmynews.com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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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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