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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도사들의 눈높이 강연 2백 47회 달성

2002년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 성황리 마쳐

조금 전까지 컵 안에서 찰랑거리던 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물이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리둥절해 하는 학생들은 전석천 교사의 능청스러운 미소에 무엇인가를 알아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 어떤 과학적 반응이 컵 속에서 일어났구나.’ 학생들은 1시간 남짓 진행된 사이언스 쇼를 지켜보면서 마술 같이 보이는 현상이 간단한 화학반응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알고 보니 컵 바닥에는 자신 부피의 천배까지 흡수할 수 있는 소재가 들어있어 물을 감쪽같이 빨아들였던 것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진행된 과학기술 앰배서더 행사의 한 장면이다.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과 함께 진행되는 사이언스 이벤트는 사이언스 쇼 외에도 천문이벤트, 과학음악회로 구성된다. 사이언스 이벤트는 과학과 오락을 겸한 에듀테인먼트로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과학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어린이와 중·고등학생을 비롯해 일반인에게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이언스 쇼를 직접 보면서 알게 된 실험원리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사이언스 쇼를 관람한 분당 청솔중학교 과학반 학생들은 한결같이 “와아~ 너무 신기해요. 이런 사이언스 쇼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많은 학생들이 사이언스 쇼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연신 질문을 하는가 하면, 몇해 전 방영된 ‘호기심 천국’에 자주 등장했던 전석천 교사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과학도 이렇게 보여주면 아이들과 금방 친숙해질 수 있어요.” 전석천 교사도 학생들의 질문과 사인공세가 무척 즐거운 듯 흐뭇한 모습이었다.


지난 3월 22일 안철수연 구소에서 개최된 과학음악회 장면.


오케스트라 연주에 숨은 과학

지난 1월 28일 국립서울과학관에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의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이 열렸다. 겨울방학기간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은 강연을 통해 지구환경변화 요인과 문제점,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강연에 이어서 과학음악회가 개최됐다. 관객들은 전주대학교 음악과 은희천 교수의 지휘에 따라 펼쳐지는 글로리아 스트링 오케스트라 15인의 클래식 음악 연주를 감상하며 음악과 소리의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해설을 들었다. “요한 스트라우스 피치카토 폴카는 손가락으로 현악기의 줄을 튕겨 소리를 내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현악기의 활을 이용하지 않고 음색이 전혀 다른 손가락을 이용해 곡을 연주했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감상해보세요.” 연주가 끝난 뒤 현의 진동과 파장의 변화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과학의 원리는 음악 속에도 어김없이 들어 있었다.

한편 성수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지난 4월 21일 현암별학교 김지현 교장의 진행으로 천문이벤트를 관람했다. 우주, 은하, 행성의 크기와 거리에 대한 개념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가 너무 크고 넓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천문이벤트는 컴퓨터 영상을 통해 우주를 살펴보면서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넓어요. 앞에 나와서 우주에 있는 작은 점을 클릭해 볼 학생은 손드세요.” 몇몇 학생들이 나와서 작은 점들을 클릭했다. 점이 점점 가까워졌다. 별일까, 행성일까, 도대체 뭘까? 학생들의 웅성거림 속에 행성이나 별 같이 보이던 점들이 매번 은하로 판명이 났고 그때마다 학생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우주에 은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그럼, 지구는 어디 있어요.” 어린 학생들의 빛나는 눈망울 속에서 미래 우주조종사나 천문학자가 돼 무한한 우주를 개척하는 꿈을 볼 수 있었다.


과산화수소와 요오드화칼륨 을 물비누와 섞어 만든 거대 한 거품을 보며 즐거워하는 청 솔중학교 과학반 학생.


피부로 소리를 느낀다

과학기술인이 직접 진행하는 강연과 사이언스 이벤트는 학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과학기술인의 생생한 경험이 가미된 강연은 과학을, 책을 보며 암기해야 할 과목으로 생각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지난 4월 19일 한국해양연구소 최복경 박사의 강연을 듣고 성일고등학교 2학년 최경민 학생은 “‘주위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이 시작됐다. 과학을 이론으로만 알고 있어서 실생활 어디에 적용되는지 모르고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안일한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강연을 들으며 ‘소리는 귀로만 듣는 거야’라는 생각이 ‘소리는 피부로도 느낄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전환됐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감상문을 적었다. 모든 과학기술 앰배서더들은 강연을 듣는 학생, 일반인, 학부모와 하나의 호흡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라와 세계 과학기술의 현 위치를 알리고,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자 웃는 얼굴로,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듣는 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서도록 노력한 결과다.

과학기술 앰배서더들도 강연을 통해 학생과 일반인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많은 과학기술 앰배서더들이 강연을 통해 평소 지나치기 쉬웠던 과학기술문화 대중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지난 1월 17일 국립서울과학관에서 강연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권오천 박사는 과학관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반인이 보인 높은 관심에 보람을 느꼈다고 강연을 회상했다. “과학자가 꿈인 어린 자녀와 학부모에게 많은 소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기회였어요. 강연 후 30분간 학부모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을 개최한 학교나 단체도 강연 개최 후 매우 만족스럽고 유익한 강연이었다는 강연소감을 보내왔다. 작년 12월 16일 강연을 개최한 군산중앙여자고등학교의 최수정 교사는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다양한 과학기술분야를 접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과학이 어렵다는 기존 관념을 변화시킨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직접 과학기술인의 경험담을 듣는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 로켓 발전사에 탄성


서울대 임지순 교수의‘나노테 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삼 성전자 연구원들.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은 학교 외에도 기관과 단체에서 진행됐다. 과학관, 과학영재교육원, 생태공원, 국립민속박물관, 안철수연구소, 삼성전자, 청소년수련관, 교육청에서 개최된 강연은 학생, 학부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기술문화 대중화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평소 과학기술분야에 관심이 적은 학생, 학부모, 일반인이 모이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된 과학기술 앰배서더 강연은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을 홍보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좋은 예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원장이 참여한 지난 4월 6일 강연은 우리나라의 신기전을 출발로 하는 고대 로켓연구에서 현재 진행중인 로켓 연구, 전라남도 고흥에 세워질 우리나라 최초의 나로우주센터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관람객들은 로켓발사 장면을 보며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는가 하면 우리나라 로켓 발전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5월 9일 2002년 과학기술 앰배서더를 마감하는 평가회의가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에 참여했던 학교, 기관, 과학기술 앰배서더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열렸다. 평가회의에서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이 긍정적이고 성공적이었다는 일치된 의견이 나왔다. 또한 참석자 모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행사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외에도 강연 대상에 따른 눈높이 강연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 앰배서더를 위한 워크숍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사업을 알리고, 강연 대상과 지역을 확대해 과학기술문화 대중화의 선구자로서 최선을 다하자는 의견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

회의에 앞서 실시된 과학기술 앰배서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과학기술 앰배서더들이 사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 참여를 통해 많은 보람과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긍지를 느꼈으며, 강연이나 멘토링에 참여하고 난 뒤 더욱 이 사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조사됐다.

한국과학문화재단·동아사이언스·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후원한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은 5월로 그 일정이 일단락됐다. 8개월 동안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면과 희망을 보여준 과학기술 앰배서더 과학강연. 끝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모든 과학기술 앰배서더가 땀흘려 진행한 2002년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이 과학기술문화 대중화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손금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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