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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컴퓨터 가르치며 내가 배운다

차세대 멀티미디어 학습시스템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조각하는데 쓴 돌은 대리석, 제주도 돌하르방을 빚은 재료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현무암, 경주 토함산 석굴암 속의 석불 돌은 화강암…. 조각품을 만든 돌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호기심을 느낀 중학교 2학년생 나람이는 집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운영하는 가상학교에 접속한다. 나람이는 이 학교에서 ‘코리’라는 가상학생(에이전트)을 가르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먼저 가상 과학교실에 들어가 암석의 종류와 특징에 대한 내용을 가상교사(에이전트)한테 배운다. 이제 나람이는 자신이 배운 내용을 코리에게 전달한다.

나람이가 잘 가르칠수록 코리는 똑똑해지고 게임 형식의 퀴즈를 풀면서 다양한 암석을 모은다. 마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기지를 짓기 위해 미네랄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다. 코리는 필요한 암석을 구해와 마을에 근사한 건물을 짓는데 성공한다. 순간 나람이 친구가 가르치는 가상학생 ‘명진’이 나타나 코리와 퀴즈 대결을 신청한다.

이 시나리오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의 학습장면이다. 미래에는 학습자가 스스로 언제 어디서나 학습 에이전트와 상호 작용하며 ‘롤플레잉 게임’(RPG)을 하듯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학교, 교사, 교과서, 시험 등의 전통적 학습요소를 넘어선다.

코리(KORI)는 게임처럼 배우는 미래 학습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고려대 교육심리실험실에서 개발 중인 ‘지능형 능동학습 에이전트’의 명칭이다.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밴더빌트대에서도 코리와 유사하게 가르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개발하며 그 효과를 검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통적 지능형 학습시스템은 컴퓨터가 학습자에게 내용을 단순히 전달한다. 학습내용과 전달방식이 이미 결정돼 있어 학습자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컴퓨터를 가르치는 맞춤형 능동학습 시스템이다.

컴퓨터가 졸기 시작 하면

학습자가 코리 같은 컴퓨터 에이전트를 가르치는 교사 역할을 하면 학습상황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고 가르친 효과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 가르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구성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가르치며 배우는 장점이다.

코리를 가르치는 학습자는 혹시라도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는 내용이 있으면 학습자료를 살펴보거나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교사를 부르면 된다. 가상교사는 학습자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 꼭 필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코리에게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은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코리는 일정 수준의 인공지능을 지니고 있는 똑똑한 가상학생이다. 자신을 가르치는 학습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학습자료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등 활동별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패턴이나 시간을 측정해 개인의 특성을 알아낸다.

또 코리는 학습자의 특성에 적합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램 돼있다. 예를 들어 학습자의 지식 정도를 파악해 그 수준보다 약간 높은 도전적인 질문을 하고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자신 없어 하면 일부러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질문하기도 한다. 가르치지 않거나 거의 말을 걸지 않으면 가끔 졸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현재 흥미정도와 이해수준 역시 학습자의 시스템 활동패턴을 분석해 알아낼 수 있다.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보의 유형과 제시방식, 과제 난이도, 보상 유형, 인터페이스 방식 등을 개별 학습자의 특성에 맞도록 재구성해 제시한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학습시스템을 설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학습자가 시스템에 접근하지 않고 다른 재미있는 자극을 찾아 옮겨가기 때문이다. 정보처리의 주요 기준이 재미인 셈이다.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자주 선택되는 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선택되지 않게 마련이다. 이것이 멀티미디어 학습시스템의 인터페이스가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가상학생 코리가 보너스 상저에서 퀴즈를 풀어 암석을 구하는 장면, 학습자가 코리를 제대로 가르쳤으면 코리가 암석을 많이 모을 수 있다.


게임처럼 참여하는 흥미

청소년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활동으로는 단연 게임을 꼽을 수 있다. 게임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게임에는 재미를 유도하는 특성이 많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한 목표, 자율적 선택권, 즉각적 피드백, 사회적 상호작용, 현실적 맥락, 경쟁과 협동, 이야기 구조, 적절한 보상, 다양한 자극 양태 등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을 몰입상태로 이끈다.

하지만 게임 같은 재미만 추구하기에는 학습시스템은 경쟁력이 없다. 화려한 시청각 자극, 빠른 속도, 대리만족 등의 요소는 게임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학습시스템은 호기심, 유용성, 도전감, 문제해결, 자신감 등 인지적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코리 시스템에도 게임의 특성을 활용해 흥미를 높이기 위한 요소가 많다. 가르치는 방법이나 경쟁여부를 결정하는데 선택권을 줘 자율성을 보장하고 코리와 대화하면서 상호작용을 높이는 방식이다.

가르치는 방식은 암석을 구하는 코리를 돕는다는 이야기 구조로 전개되고 그 결과는 직접 평가받기보다 코리가 대신 퀴즈를 푸는 간접 테스트를 통해 이뤄진다. 코리를 잘 가르치면 암석을 받아 멋진 마을을 건설할 수 있는 보상이 있고, 가르치는 학습자의 특성을 진단하며 학습자의 흥미와 인지상태를 고려한다는 점도 게임의 특성이다.
 

컴퓨터한테 일방적으로 배우기보다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배우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뇌와 심리, 컴퓨터가 만나야

학습자의 흥미와 동기를 높이는 차세대 학습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학문의 전문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 학습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파악해 학습자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데 신경과학적 연구가 활용될 수 있으며, 개별 학습자에게 맞춤형 학습환경을 제공하려면 교육심리학적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또 지능형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이 필수적이며 학습자의 반응을 토대로 개인차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효율적인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작가와 발달심리학자도 참여해야 한다.
 

화려한 시청각 자극 빠른 속도는 게임을 따라가기 힘들다. 대신 학습시스템은 호기심 같은 인지적 흥미를 일으켜야 한다.


롤플레잉 게임

역할을 수행하는 놀이를 통해 캐릭터(등장인물)의 성격을 형성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형태의 게임. 컴퓨터 RPG로는 울티마, 디아블로 등이 유명하며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게임 ‘리니지’도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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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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