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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생이별이 들러리 선 거대행성 목성과 토성

올겨울 유난히 찬란한 황소자리

밝은 달 옆에서도 꿋꿋하게 빛나는 별이 있다.사실 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다.이번달 태양계의 거대행성 목성과 토성이 황소자리에서 다정하게 만난다.올겨울에는 맨눈으로만 보지 말고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이들의 멋진 모습을 만나보자.

사실상 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달이 됐다. 지난 연말에는 20세기의 마감이라고 전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태양역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2001년이 새천년의 시작이다. 어떻게 보면 다시금 한세기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올해와 함께 천년을 뒤돌아보면 어떨까.

V자와 ?모양인 별무리

동쪽 하늘에서는 변함없이 오리온자리를 시작으로 하는 겨울의 별자리들이 성큼 올라오고, 머리 바로 위에는 토성과 목성이 광채를 발하고 있다. 그리고 토성과 목성의 주변을 또다른 밝은 별과 별무리들이 감싸고 있다. 이들이 초겨울 밤을 맨먼저 알리는 1등성 알데바란과 히아데스성단인데, 모두가 황소자리를 이루는 별들이다. 황소자리는 태양이 하늘을 지나는 길인 황도 상에 나타나는 황도별자리 중에 하나다.

가끔 밝은 달 옆에서 밝은 별이 보이기도 한다. 다름아닌 행성이다. 달과 행성들이 황도 근처를 다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또한 황도별자리는 달과 행성들이 지나다니는 주요 길목이 된다. 이번 겨울에는 특히 황소자리 속의 히아데스성단과 플레이아데스성단 사이에서 목성과 토성이 쌍둥이처럼 함께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로 인해 초겨울의 밤하늘이 더욱 찬란하다.

목성 바로 아래에서는 여러 별들이 옆으로 누운 ‘V’자 형태로 모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히아데스성단으로 황소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히아데스성단은 약 1백30광년 떨어져 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산개성단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별은 V자의 한편에 붉게 빛나는 1등성, 알데바란이다. 하지만 이 별은 히아데스성단의 가족이 아니고 지구에서 볼 때 같은 방향에 있을 뿐, 훨씬 가까이 있는 별이다.

황소자리의 1등성 알데바란 동남쪽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또하나의 붉은 별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오리온의 겨드랑이에 있는 1등성 베텔게우스다. 어느 쪽이 더 붉게 보이는지 한번 비교해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편 목성의 위쪽에는 하얀 솜뭉치처럼 작은 별들이 ‘?’ 모양으로 모여 보일듯 말듯 깜박이고 있는데, 이것이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예전 시골 할머니들은 오밀조밀한 모습 때문에‘좀생이별’이라고 불렀다. 시력검사를 해볼 요량으로, 맨눈으로 좀생이를 쳐다보고 그 속에서 6개의 별을 볼 수 있다면 여러분의 눈은 완벽하다. 이들은 모두 쌍안경으로도 관찰하기에 적당하고, 도시의 한복판에서도 별빛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존재들이다.

태양계의 2대 행성 한자리에

12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두개를 찾아서, 친구나 동생에게 “저게 목성과 토성이야”라고 큰소리쳐도 전혀 실수가 없다. 지난 여름부터 새벽 동쪽하늘 황소자리에 숨어있던 두 행성은 지난 11월 20일에 토성이, 28일에는 목성이 각각 지구와 ‘충’을 이루었다. ‘충’이라는 것은 지구에서 볼 때 외행성이 태양의 정반대 위치에 왔을 때를 말하는데, 지구로부터 외행성의 거리도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다. 그래서 충 전후의 시기에 외행성들은 가장 크고 밝게 보이기 때문에, 작은 망원경을 가지고도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이들을 관측할 수 있다. 이번 겨울철에는 학생들의 방학을 이용해 목성과 토성 관찰을 떠나보자.

12월은 두 행성이 충의 위치에서 약간 시간이 더 지나서 밤 10시 반에서 11시경이면 남쪽하늘에 높이 걸린다. 밝기는 목성이 -2.9등급으로 단연 밝고 토성은 -0.4등급으로 목성에 비하면 어둡지만, 하늘이 밝은 도시지역의 밤하늘에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같이 지구에서 볼 때 두 거대행성이 같은 방향에 놓여 나란히 빛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이번 겨울이 지난 후 다시 이와 같은 모습을 보려면 2059년 1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갈릴레이위성의 숨바꼭질


미국항공우주국의 탐사선 카시니가 촬영한 목성.여러개의 줄무늬와 대적반의 모습이 이채롭다.


태양계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지름이 지구보다 11배나 더 크다. 목성은 크기도 거대하지만 표면에서 햇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매우 밝게 보인다. 그래서 학교의 과학실에서나 아마추어 관측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경 10-15cm 정도의 작은 망원경으로도 표면의 모양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무엇을 볼까.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면 목성 주위로 4개의 위성이 쉽게 발견된다. 목성 주위를 좌우로 늘어서서 마치 태양계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목성의 위성은 모두 16개가 알려져 있는데, 이중 갈릴레이가 1610년에 발견한 이들 4개의 큰 위성들을 ‘갈릴레이위성’이라고 부른다. 4대위성은 목성에서 가까운 순으로 이오·유로파·가니메데·칼리스토라 불린다. 이 가운데 가니메데는 지구의 달이나 행성인 수성과 명왕성보다 더 크다.

매일 관찰해보면 갈릴레이위성이 목성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위치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들이 목성을 공전할 때 다음 세가지 현상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첫째, 목성의 표면에 가끔씩 나타나는 까만 점을 살펴본다. 이것은 위성이 목성 앞을 지나갈 때 위성의 그림자가 목성 표면에 투영되는 현상이다. 둘째, 4대위성이 늘 4개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2-3개 밖에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1-2개의 위성이 목성 본체 뒤로 들어가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목성과 숨바꼭질을 하는 듯하다. 셋째, 목성에서 나타나는 월식현상이다. 즉 위성이 목성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목성의 표면을 잘 살펴보면 여러개의 줄무늬가 발견된다. 이들은 적도와 평행하고 색깔은 붉은 갈색을 띠고 있다. 밝은 모양은 대(Zone), 어두운 모양은 줄무늬(Belt)라고 부른다. 이중 가장 두드러지는 줄무늬는 적도지역을 가운데 두고 위, 아래로 두껍게 보이는 남적도 줄무늬와 북적도 줄무늬다. 그 다음으로 잘 보이는 것은 북온대 줄무늬인데 목성 표면에서는 이 세줄무늬가 가장 뚜렷하다.

목성 표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대적반이라 불리는 계란형의 거대한 소용돌이다. 목성의 남적도 줄무늬와 남열대 사이에서 발견되는 대적반은 지구가 3개 정도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태양계에서 가장 큰 태풍이다. 재미있게도 1665년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카시니가 관측한 이래 3백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대적반은 몇년 전부터 색깔이 옅어져서 작은 망원경으로는 보기가 쉽지 않다.

중절모를 쓴 태양계 멋쟁이


(그림2)토성고리의 기울기 변화^토성의 고리는 지구에서 볼때 30년을 주기로 기울기가 달라진다.올해부터 2002년까지는 고리의 기울기가 크기 때문에 고리의 남쪽 아래면이 잘 보인다.


토성은 멋진 중절모의 테를 닮은 고리 때문에 항상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망원경으로 처음 보고 반하는 대상도 토성의 고리다. 갈릴레이가 고리를 처음 관측했으나 위성으로 착각했고, 그뒤 네덜란드의 호이겐스가 이것이 고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보면 토성의 고리는 30년을 주기로 기울기가 변한다(그림). 올해부터 2002년까지 고리의 기울기가 가장 크기 때문에 고리의 남쪽 아래 면이 아주 잘 보이는 시기다. 1백배율 정도부터 앙증맞은 고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좀더 크고 멋진 모습을 보려면 과학관이나 공공천문대의 좀더 큰 망원경을 이용해 3백배 이상의 배율로 관찰해야 한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고리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눠진다. 안쪽에 밝게 보이는 부분을 ‘B고리’, 바깥쪽의 어두운 부분을 ‘A고리’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A고리와 B고리 사이에는 빈틈이 있는데, 이것은 1675년에 카시니가 발견해서‘카시니 틈’이라고 부른다. 이 틈은 망원경의 성능을 검사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된다. 대기가 안정됐을 때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라면 A고리 속에서 엥케 간극이라 불리는 틈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성은 목성보다 훨씬 먼 곳에 위치하고 표면도 목성표면보다 더 효과적으로 햇빛을 반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작은 망원경으로 보는 토성의 표면은 목성보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둡고 줄무늬 모양도 뚜렷하지 않다. 다만 토성의 적도지역이 밝게 보이고 그 위아래로 조금 어두운 색을 띤 적도 줄무늬 정도가 보인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18개의 달을 거느리고 있지만,가장 큰 타이탄(8등급)을 제외하고는 모두 너무 어둡고 작아서 보기 힘들다.망원경의 구경이 20cm급이 돼야 10-11등급인 레아,이아페투스등 4개의 위성을 더 볼 수 있다.목성의 위성들이 목성 주위를 좌우로 일직선으로 움직이는데 비해 토성의 위성들은 원형의 궤도가 고리와 같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타우너형으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래서 종종 토성의 북쪽이나 고리 아래에 떨어져 있어 별과 혼동하기 쉬운 탓에 세삼하게 관찰해야 한다.

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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