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 국내 제습기 시장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전력난으로 실내 온도 규제가 엄격해진 데다, 지구온난화로 덥고 습한 여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습기를 한 대 들여 놓기만 하면 온 집안이 보송보송하고 서늘해질 것이라고 상상했다면......, 그건 오해다.
제습기는 공기에서 습기를 제거해주는 기계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에 덥고 습한 기후에서는 습도만 낮춰도 시원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에어컨보다 전기료 부담이 덜하다는 말을 믿고 제습기와 선풍기를 함께 구매하는 소비자가 종종 있다. 실제로 상대습도가 5% 낮아지면 실내온도가 1℃ 내려간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문제는 제습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여름 쾌적하게 지내보자고 제습기를 튼 건데 뜨거운 바람이라니,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제습기는 에어컨과 완벽하게 동일한 장치다. 습하고 더운 실내 공기를 빨아들이면 제습기와 에어컨 안의 액체냉매가 공기의 열을 흡수한다. 공기 온도가 낮아지면 품을 수 있는 습기의 양, 즉 ‘포화수증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기 중 수증기가 물로 응축돼 떨어진다(겨울철 유리창에 물이 맺히는 것과 같다). 실내 공기는 온도가 떨어지고, 열을 흡수해 덥혀진 액체냉매는 에어컨의 경우 건물 밖에 설치된 실외기로 가서 열을 배출한다. 그러나 실외기를 몸 안에 갖고 있는 제습기는 바깥 공기가 아닌 습기를 제거한 실내공기에 도로 열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제습기 제조사들은 열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홍보팀에 따르면, 모터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로 낭비되는 전력을 줄여 공기 출구 온도를 낮췄다. 제습기에서 발생한 열로 다시 전기를 만들어 제습기에 공급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제습기는 그럼 아예 쓸모가 없다는 말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저기서 제습기를 구매해 아주 잘 쓰고 있다는 사용후기도 눈에 띈다. 이들은 제습기가 빛을 발하는 곳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다. 사람이 살지 않는 눅눅한 창고, 겨울에도 습한 지하, 혹은 옷장에서는 제 값을 톡톡히 한다. 특히 빨래가 덜 말라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게 싫다면, 제습기가 제격이다. 빨래를 말리기 위해 에어컨을 트는 사람도 있지만, 온도가 함께 내려가기 때문에 빨래가 마르기 어려워진다. 제습기는 습기는 제거하면서 뜨거운 바람을 불어주기 때문에 빨래가 더 쉽게 마른다.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 건조 기능도 같은 원리다.
이제 당신은 제습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았다. 선택은 당신 몫이다. 부디 현명한 소비와 함께 이 여름을 쾌적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