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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손가락 사이로 물 새듯 관리한다?

물은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하늘의 이치를 조사하는 학문이 천문학이라면 물의 이치를 조사하는 학문은 수문학이다.

조상들은 측우기나 수표교를 이용해 물의 양과 흐름을 측정해왔다. 오늘날 수문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물을 눈으로 보듯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수준의 첨단 물 관리 기술들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등장했다.

실시간으로 물을 찍는다

지금까지는 물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교량을 비롯한 현장에 센서를 설치했다. 센서에 문제가 생겨 데이터가 잘못 측정됐어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게 문제였다.

도로에 설치된 과속감시카메라는 자동차를 사진으로 찍어서 감시한다. 물도 이렇게 측정하면 되지 않을까. 교량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교각에 눈금표를 부착해 카메라가 하천에 흘러가는 물의 양을 자동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팀은 이 아이디어를 최초로 실현해냈다. 첨단 영상처리기법을 이용해 수위의 변화를 자동으로 감지하며, 눈금표의 수치를 디지털로 변환한 뒤 실시간으로 무선 전송하는 영상수위계를 개발한 것이다.

이제 사무실에 앉아 하천의 정확한 수위를 알 수 있게 됐다. 현장의 영상도 함께 보면서 말이다. 이 기술은 기존 장비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 정확도도 높다.

이 기술은 이미 충북 괴산군 괴산댐 하류에 설치돼 운영 중이며,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괴산댐 아래에 설치된 영상수위계는 30분마다 수위를 측정해 영상과 함께 통제센터로 전송한다. 통제센터에서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의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이동시켜 위치를 조절할 수도 있다. 또한 CDMA 전송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를 휴대전화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원하는 지점의 수위와 현장 상황을 눈으로 보듯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상수위계는 향후 건설교통부, 환경부, 수자원공사에서 홍수나 가뭄 예측, 수질관리를 위해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겨울철에 어는 하천, 산지 하천과 같이 부유물이 많아 수위를 측정하기 까다로운 하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홍인식 교수팀이 경기도 평택 상수도관에 누수감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물새는 곳 콕 집어낸다

과거에는 상수도관이 파손되면 물이 새는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해 물이 아깝게 낭비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 지하로 흘러드는 경우 하수관을 타고 흘러나가 땅위에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물 낭비를 막기 위한 좀더 효율적인 수단이 절실했다. 이에 순천향대 홍인식 교수팀은 상수도관 네트워크 누수감지 시스템을 처음 개발했다. 통신 네트워크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이 시스템은 땅속에 매설되는 누수감지관, 원격 전자파 장비, 분석용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누수감지관은 상수도관 표면 코팅 사이에 0.5~1mm 두께의 가는 구리선을 나선형으로 넣어 만든다. 관이 연결되는 부분에는 전용 연결장치를 이용해 상수도관 네트워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한다.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RTD-1000이라는 원격 전자파 장비가 설치된다. 그 안에는 TDR(Time Domain Reflectometer)이 들어 있다. 이것이 바로 통신 네트워크 검사 장비다. RTD-1000은 수 나노미터에서 수십 마이크로미터 파장 범위의 전자파를 일정한 간격으로 상수도관 표면에 쏜다. 짧은 파장은 가까운 거리, 긴 파장은 먼 거리로 전달돼 반경 수km까지의 상수도관 네트워크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RTD-1000은 보통 감지할 수 있는 거리가 10km 내외인데 연구팀은 좀더 넓은 범위를 감시하기 위해 출력을 18km까지 높인 TDR을 개발했다.

상수도관이 파손되거나 내부에 균열이 발생해 누수감지관의 구리선이 끊어지는 경우나 관 연결부위가 망가져 물이 새는 경우에는 되돌아오는 전자파가 달라진다. 이를 분석한 결과를 휴대전화망을 통해 통제센터로 전송한다. 전송된 데이터는 상수도관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 지리정보시스템(GIS) 화면에 정확한 위치로 표시된다.

현재 이 시스템은 대전과 평택에 시범적으로 시공돼 유효성을 입증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상수도관 네트워크 관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갖고 있는 수자원의 손실을 막는 것도 수자원을 새로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이드로코리아 프로젝트 개념도^의사가 여러 가지 검사로 환자를 진단하듯 과학자들은 지구 생태계의 신진대사인 물 순환을 바탕으로 연구한다. 그 중 하나가 숲에서 강수량, 증발산량, 지하수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돌고 도는 물 추적한다

내린 비의 반 정도는 토양과 식물 표면에서 직접 ‘증발’한다.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은 식물의 기공을 거쳐 대기로 돌아가는데, 이를 ‘증산’이라고 한다. 증발과 증산을 합쳐 ‘증발산’이라고 한다. 나머지 반은 ‘유출’된다. 즉 토양 표면으로 흘러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다시 토양으로 흡수돼 지하수의 함량을 증가시킨다.

결국 물 순환을 이해하려면 증발산과 유출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연세대 김준 교수팀은 ‘하이드로코리아’(HydroKorea) 연구팀을 만들었다. 한반도의 숲에서 강수량, 증발산, 유출, 지하수 등을 실제로 측정해 물 순환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특히 증발산은 눈에 보이지 않아 측정이 어렵다. 연구팀은 숲에 높은 탑을 세워 그 위에 초음파풍속계와 수증기농도분석기를 설치해 풍속과 습도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바람이 증발산된 물을 싣고 불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은 여러 방향에서 계속 불어오기 때문에 비록 탑이 세워진 지점에서 관측한다 해도 넓은 지역을 대표하게 된다.

탑에서 증발산을 관측한 다음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바람의 방향을 역으로 추적하면 증발산이 숲의 어느 곳에서 얼마나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증발산이 일어나 탑까지 온 경로를 파악한다는 뜻에서 이 방법을 ‘발자국 분석’이라 부른다.

관측된 데이터를 특정 방정식에 적용하면 초당 숲 전체에서 대기로 얼마만큼 증발산이 일어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수목원의 협조를 받아 광릉수목원에 증발산 측정탑 두 개와 생태수문관측시스템을 구축했다. 맑은 여름날 광릉 숲은 하루에 4mm(1m2 면적 당 2L짜리 생수 2병 정도)의 물을 대기로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우리나라 전역에 설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한반도 전체를 감시하는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숲의 영상데이터를 지상에서 실제로 측정한 데이터와 비교분석해서 증발산을 비롯한 물 순환 정보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는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 물 순환 퍼즐은 2차원이 아니라 시간을 포함한 4차원 퍼즐인 셈이다.

머지않아 일기예보에서 이런 생소한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강수 확률 20%, 예상 증발산량 4mm, 토양 수분 30%입니다. 작물재배나 야외활동, 저수지나 댐 관리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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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홍인식 교수
  • 김준 교수
  • 김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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