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자리 일곱 자매가 춤을 춘다. 구경꾼 히아데스, 플래시를 터뜨리는 초신성, 별들의 운동회가 열리는 겨울밤은 관측자에게도 더없이 즐거운 축제다.
1609년 이탈리아 피렌체.
싸그레도(망원경에 가까이 가기를 주저하면서) : 갈릴레이, 사실…저는 좀 두렵습니다.
갈릴레이 : 자, 그럼 내가 은하수를 보여줌세. 싸그레도, 저 하얗게 빛나는 구름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말해 줄텐가?
싸그레도 : 아아, 저건 별들이군요! 수없이 많은 별들…….
(베르톨트 브레트의 '갈릴레이의 일생' 가운데서)
12월 초저녁, 날이 채 어두워지기 전 동쪽 하늘을 보면 별들이 촘촘히 모인 작은 무더기를 찾을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 별무리를 '플레이아데스' (Pleiades), 또는 '일곱 자매'(seven sisters)라고 불렀다. 우리 조상들은 '좀생이별'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플레이아데스는 그 이름만큼 예쁘다.
이 성단은 갓 태어난 별들로 이뤄졌으며, 메시에(Charles Messier)의 성운·성단 목록에 45번째(M45)로 기록됐다. 플레이아데스를 이루는 아기별의 이름은 알키오네 메로페 엘렉트라 켈라에노 타이게타 마이아 아스테로페…. 이 별들은 사람으로 치면 요람에 누운 신생아에 불과하지만, 나이는 자그마치 2천만살!
쌍안경으로 이 성단을 보면 별들 주위의 밝은 광채가 눈에 띈다. 이것은 별들을 잉태했던 성간가스가 밝게 빛을 내기 때문. 이를 반사성운이라 부른다. 고배율 아이피스를 끼우고서 천천히 미동핸들을 움직이면 마치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플레이아데스는 황소자리(Taurus)에 있다. 황소자리를 특징짓는 영문자 V모양은 사나운 황소의 머리를 나타내며, 두 뿔과 코를 이은 것이다. 황소의 오른쪽 눈이 유난히 붉은 까닭은 이 별이 적색거성이기 때문.
거성 '알데바란'(Aldebaran)은 태양 지름의 36배나 되지만, 힘없고 노쇠한 별이다. 알데바란 주위에는 별이 드문드문 모인 '히아데스'(Hyades) 성단이 있다. 플레이아데스와 히아데스는 우리 은하의 나선팔에 있는 산개성단으로 거의 동시에 태어난 별들로 이뤄졌다.
황소자리에는 또하나의 유명한 천체가 숨어 있다. 그것은 메시에 목록에 첫번째로 기록된 M1, 바로 게성운이다. 게성운은 1054년에 폭발한 초신성 잔해로서 1천년이 지난지금도 팽창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당시 별을 이루던 껍데기는 엄청난 폭발력 때문에 다 날아가 버리고 그 핵은 수축해서 NP 0532라는 이름의 중성자별로 남아 있다. 0.033초의 빠른 주기로 자전하는 NP 0532는 주로 X선 가시광선 그리고 전파 영역에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게성운의 초신성 폭발을 관측한 기록이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터키 등에서 전해오고 있다.
게성운은 지구로부터 6천 광년 떨어져 있으며, 각크기는6˚×4˚. 직접 삼각법을 이용해서 M1의 실제 크기를 계산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M1의 밝기는 8등급보다 어둡다. 7x50 쌍안경으로 제타(ζ)별 근처를 더듬어 보면 아주 희미하게 빛나는 타원형 덩어리가 바로 M1이다. 10㎝ 망원경으로 볼 때는 중간 배율이 적당하고, 워낙 어둡기 때문에 달 밝은 밤에는 관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달에는 갓 태어난 플레이아데스 별들로부터 죽음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NP 0532에 이르기까지 별의 탄생과 죽음을 볼 수 있다.
이달의 천문 현상
6일 페린-므르코스(Perrine-Mrkos)혜성 근일점 통과. 혜성과 태양사이의 거리는 1.29AU.
13일 쌍둥이자리 유성우 극대. 유성우는 6일부터 19일에 걸쳐 나타나며, 시간당 평균 80개에 이른다. 낙하속도가 빠른 편. 주로 노랑색을 띠는 한편, 출현 유성의 4%는 유성흔을 남긴다. 밝기는 평균 2.4등급.
19일 목성의 합.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약 6.2AU, 밝기는 -1.8등급.
22-24일 해가 진 뒤 서쪽 지평선 위를 보면 초승달과 금성이 밝게 빛난다. 그 오른쪽에는 수성과 화성이 지평선 낮게 깔려 있다. 금성은 차차 고도가 높아져 1996년 봄 최대이각에 이른다.
25일 혼다-므르코스-파쥬사코바(Honda-Mrkos-Pajdusakova)혜성 근일점 통과. 혜성과 태양사이의 거리는 0.53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