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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과학잡지가 바꾼 세상

대중이 과학과 만날 때

최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으로 우리가 많이 듣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같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과학잡지 이름이다. 전세계 과학자들의 선망의 발표 공간으로 학문적인 공인과 권위를 얻는 바로 그 잡지들이다.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각각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과학전문지로서 모두 19세기 중반 과학자가 전문가 집단을 이루며 과학자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과학자들 사이의 학문적 의사소통을 위해, 나아가 대중에게 과학의 성과와 권위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창간되었다.

네이처는 과학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특히 생물과학 분야에서 과학사에 길이 남는 논문을 많이 실었다. 다윈뿐 아니라 현대 생명공학 연구의 출발점으로 기록되는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1953), 호킹의 블랙홀 이론(1976)과 윌머트 박사의 체세포 복제양 돌리(1997년), 인간게놈프로젝트 논문(2000), 그리고 이제는 그 진실성을 의심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복제개 스너피의 탄생소식도 모두 네이처에 첫 선을 보였다.
 

사시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라이트 형제의 비행 기사 등 과학잡지에 실린 기사들은 대중에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알려 사회의 변화를 주도했다.


과학자들의 토론 마당

1869년 로커리, 헉슬리, 틴들 등 영국 엘리트 과학자들의 의기투합이 네이처의 출발이었다. 이들은 당시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만 자연을 이해하던 일반인에게 올바른 과학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과학대중화의 신념에서 잡지를 출간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과학자 자신들이 자연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고, 이러한 시도는 네이처가 최고의 과학전문지로 자리잡게 되면서 결국 성공으로 판명되었다.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복제 논문을 실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이언스는 1880년 미국에서 발명가 에디슨의 자본과 대중과학저술가 미셀의 기획으로 창간되었다. 하지만 에디슨과 3년 늦게 참여한 전화발명가 벨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도 적자를 막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1894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잡지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사이언스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에디슨과 벨이 후원한 사이언스의 초창기 역사는 영국 과학자들이 창립한 네이처와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엘리트보다는 ‘대중’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당시 신대륙 미국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었다.

사이언스 역시 과학의 전 영역을 망라하지만 뢴트겐의 X선 발견(1896), 모건의 초파리 돌연변이 연구(1926), 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효과, 허블의 우주팽창론(1929), 미국의 우주개척 등 주로 물리, 우주과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종종 네이처와 견해를 달리하면서 각각 미국과 유럽 과학계의 대변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중이 직접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최신 과학논문을 직접 읽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은 신문과 방송, 대중지에서 과학 기자의 해설기사와 뉴스를 접한다. 세계 15개국에서 100만 부 이상을 발간하면서 일반인에게 더욱 가까이 있는 유력 과학지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다.
 

유비쿼터스 드림관 내부 모습. 21세기의 화두가 된 유비쿼터스는 과학잡지에 실린 논문에서 시작된다.


과학과 자연을 보는 창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황우석 교수를 올해의 연구분야 리더 50인과 최고 3인의 하나로 선정했다가 최근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여 우리를 또 한번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 잡지는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일반인에게 과학기술계의 동정을 알리고 그들의 과학지식을 늘리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던 과학대중지 중 가장 성공한 잡지이다. 특히 미국인에게 문명발전과 사회진화의 가장 큰 상징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과학기술의 힘이었다는 점이 과학잡지 확대에 기여하였다.

이 잡지는 1845년 발명가 포터가 ‘발명과 산업계의 새로운 소식을 알리기 위한’‘기술·공예지’로 창간했지만 점차 과학뿐 아니라 기술 전반을 취급하는 대중적인 과학기술 주간지로 성장해갔다. 과학자뿐 아니라 대중의 눈높이를 강조했던 과학대중저술가들도 이 잡지를 통해 과학을 풍부하게 만들고 과학의 지위를 높이는 일에 기여했다.

마르코니의 무선실험과 고다드의 로켓 논문, TV 최초 시현 보도 기사,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사진, ‘비즈니스에서의 컴퓨터’ 기사(1954), 유비쿼터스 컴퓨터의 기원이 되는 마크 와이저의 논문(1991), 조나스 솔크 박사의 소아마비백신(1955), 버나드박사의 최초의 인공심장 자빅의 기사(1967) 등 19세기부터 현재까지 과학기술사의 수 많은 이정표들이 이 잡지의 과월호에 남아 있다.

특히 이 잡지는 미국의 지성인과 과학자들이 즐겨 읽고 잡지에 실린 내용을 자신의 논문에 참조할 정도로 미국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더 일반적인 과학교양지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이다. 1980년대 말 1200만부까지 기록을 세운 이래 점차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발행 부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170개국에서 1000만 명 가까이 정기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1889년 과학애호가였던 변호사 허버드가 설립한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가 지리학 분야의 전문학술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기틀을 닦은 이는 발명가 벨이었다. 창립자 허버드의 맏사위이던 벨과 벨의 사위 그로브너가 전문학술지를 고수하려던 당시의 편집진을 모두 쫓아내고 철저히 상업적인 대중지로 키워 성공의 기틀을 닦았다.

벨과 그로브너는 과학의 범위를 자연사(natural history) 분야로 넓혀 잡았다. 어렵고 전문적인 과학논문 대신 자연과 사람들 모습을 모두 사진에 담아 읽기 편한 문체, 재미있는 기사들로 잡지를 채워갔다. 이러한 벨의 편집전략은 당시 세계로 팽창하던 미국 제국주의의 동력과 획기적으로 개선된 사진술, 대중들의 자연과 세계에 대한 관심 등을 제대로 읽은 결과였고 독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20세기 초부터 수많은 미국인들은 매달 배달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전세계 곳곳의 희귀한 동·식물, 자기들과 너무도 다른 유색인들의 신기한 모습, 피어리의 극지방 사진을 ‘구경’하면서 다른 대륙과 다른 인종, 자연에 대한 고유한 이미지, 위대한 대륙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키워갔다. 현재 미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이 잡지가 만든 각종 자료를 수업에 사용하는 등 과학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잡지가 각국에 널리 보급되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렌즈는 더 넓어졌다. 여전히 미국적이며 서구 백인 중심주의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이제는 미국인뿐 아니라 자연과 세계를 보는 창으로서 전세계인의 자연관, 과학관, 세계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무한한 과학잡지의 위력을 본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현대 과학의 주요 성과는 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된다.


한국에도 세계적 과학잡지 필요

이밖에도 영국에는 뉴사이언티스트, 일본에는 뉴턴, 프랑스에는 라시앙세라비, 독일에는 스펙트럼 등 대표적인 대중 과학잡지가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과학기술은 현대사회와 문명의 기본 인프라이다. 과학기술 인프라가 삶의 질 향상과 행복추구를 위해 옳게 쓰이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과학지식과 과학관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과학과 사회의 관계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정보와 의사소통의 통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 효과적인 통로로서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정확한 과학지식을 알리며 과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역할과 책임의 상당 부분이 과학잡지에 맡겨져 있다.

오늘날 과학 선진국들이 선두그룹의 과학자 집단뿐 아니라 세계 수준의 과학잡지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국민의 정치적 안목이 높아야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듯이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국민의 과학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국민의 과학 수준은 수준 높은 과학잡지에 의해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20회 생일을 맞는 한국의 대표 과학잡지 과학동아에 과학 한국의 희망찬 미래를 걸어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세계 각지의 문화와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또는 백인 중심의 시각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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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욱 박사
  •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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