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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비밀 기술이 숙취를 예방한다

9가지 식물에서 천연성분 추출

술과 담배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주적 ‘숙취’. 제아무리 주당(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을 자처하는 사람들마저도 다음날 숙취 앞에선 고개를 젓기 일쑤다. 하지만 주당들의 이런 근심거리를 말끔히 풀어줄 반가운 소식이 조만간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자연과학 아카데미와 의학 아카데미가 공동으로 개발한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신물질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산하 한국기술벤처재단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건부 모스크바 연구소로부터 형식 승인을 받은 숙취해소 물질 ‘AK-9’가 오는 12월중 국내 한 의약벤처기업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처음 소개될 AK-9는 간세포와 뇌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알코올과 그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조기에 분해하거나 산화를 촉진시키는 생약성분의 물질이다.

이 물질은 ‘시간차 조성기술’이라는 특수한 방식을 통해 월귤과 엉겅퀴, 검정콩 등 9가지 식물에서 추출된 천연 성분들로 구성된다. 주요 성분인 진달래과에 속한 월귤은 노화와 기억력 감퇴 방지에, 엉겅퀴는 강한 항산화 효과를 통해 간세포의 재생과 손상방지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소화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돼 일반인의 경우 술을 마신지 평균 2시간 안에 혈중 알콜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게 된다. 에탄올은 간세포에 있는 알코올탈수소효소(ADH)에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와 차례로 작용해 아세테이트로 바뀌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된다.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음주후 두통과 숙취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히 서양인에 비해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 효소를 적게 갖고 있는 동양인들은 숙취로 인한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AK-9가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히드의 산화를 촉진시키는 한편 간에서 중성지방 축적의 원인이 되는 지방산 산화 과정을 억제하는데 강력한 효능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세포독성물질과 신속하게 반응해 몸밖으로 빠르게 배출시키는 이뇨 작용과 기억력 상실의 원인이 되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포함돼 만취예방에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AK-9는 원래 옛소련이 추진했던 첨단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옛 소련의 국가정보국 KGB는 우주비행에서 귀환한 우주비행사의 체내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고 신진대사 기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신약을 비밀리에 만들었던 것. 때문에 오랫동안 이 물질의 존재는 베일에 쌓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상 근무자들이 우연히 이 약제를 복용한뒤 숙취 해소에도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개혁개방 정책이 진행되면서 AK-9는 상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7년 러시아 과학연구소와 의학아카데미의 임상실험을 차례로 통과한데 이어 국내 출시를 앞두고 현재 식품의약국안전청의 승인과 특허 출원이 진행 중이다. 분말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러시아와 달리 국내에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음료 형태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숙취예방 효과가 뛰어난 AK-9의 주성분 엉겅퀴
 

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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