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0 0 7 년 발사될 소유즈 우주선에 승선할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뽑는 사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과학기술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통해 이달부터 우주인 후보 선발작업에 들어가 오는 5월까지 최종 2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발된 우주인들은 1년 정도 훈련과정을 거쳐 내년 4월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우주인 양성 사업에는 정부 지원 60억원과 민간 후원금을 포함해 총 260억 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과기부 최석식 차관은 “쿠바 베트남 몽골도 이미 우주인을 배출했다”며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은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하는 10번째 국가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 1996년 우주인 배출 논의가 시작된 지 꼭 10년 만에 성사된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깊다.
전문가들은 우주인 선발과정을 통해 얻게 될 노하우와 산업적 기대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우주인이 어떻게 선발되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벌써부터 최초 우주인이 누가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항우연 우주인배출사무국에는 우주인 후보에 대한 지원자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30대의 러시아 유학파 출신 대기업 직원에서 자동차 회사의 테스트 드라이버까지 다양한 층을 이루고 있다.
최초 우주비행사는 누구?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고도 350km인 국제우주정거장에 가서 1주일간 머물다 돌아오게 된다. 이에 앞서 최종 선발된 2명의 우주인들은 12개월간의 혹독한 기초 및 고등 훈련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선발기준과 과정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과기부와 항우연도 러시아와 미국, 일본의 우주인 배출 사례, 공군비행사 선발기준을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선발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이상적인 한국 우주인은 건전한 품성과 건강, 복잡한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적능력, 언어능력을 두루 갖춘 자여야 한다. 고도의 우주환경 적응훈련을 이겨내려면 전투기조종사 수준의 선발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인한 체력과 지적인 문제해결능력은 필수 요건이다. 물론 훈련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훈련센터를 오가야 하기 때문에 언어 구사 능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러시아 측은 온건한 품성과 지적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편이다. 수평방 미터안에서 며칠간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와 불의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 자질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선발기준의 엄격함은 4차에 걸친 선발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최종 선발까지 우주인 후보들이 받아야하는 평가 항목 수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 1차 서류전형을 거쳐 뽑힌 300명의 후보들은 다시 건강검사와 체력테스트, 교양상식 필기시험을 통해 10분의 1로 추려진다. 평가는 공군체력기준표와 선발위원회 문제출제위원단이 출제한 문제로 치러진다.
30명으로 줄어든 후보들은 공군항공의료원에 수용돼 1주일간 비행적성 검사를 포함한 3차 테스트를 치른다. 3차 선발은 우주선에서 우주인이 받는 중력크기인 3G 환경에서 견디는 능력과 숨어있는 잠재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주목적이다. 여기서 선발된 10명은 다시 실제 국산고등훈련기인 KT-1을 타고 아음속 상황에서 견디는 비행훈련과 며칠간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버티는 고립실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후보선발의 분수령인 4차 테스트를 통과한 5명의 최종 후보들은 러시아 연방우주청 산하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러시아 측의 평가를 거쳐 2명으로 압축된다. 선발위원회는 이들 2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소유즈호에 탑승할 우주인으로 뽑고 남은 한 명은 ‘예비’ 우주인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예 처음부터 정식과 예비를 나누는 까닭은 경쟁체제가 오히려 우주인 후보들 간의 불화를 촉발할 수 있으며 품성이나 성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첫 우주인이 우주에 머무는 동안 예비우주인은 발사센터에 대기하며 우주인의 상태를 체크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초의 한국 우주인은 ‘사진 잘 받고 외향적인 성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우주인선발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항우연 최기혁 박사의 표현을 빌자면 ‘대인기피증은 한마디로 노(No)’라는 것이다.
우주에서 돌아온 우주인은 향후 과학대사로 활동해야만 하는 탓에 선발위원회는 대중친화력이 좋고 언론 노출에 아랑곳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를 우주선에 태워보낼 가능성이 높다.
최 박사는 “우주인 배출사업은 과학기술의 축적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대중화를 위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대중친화력과 단정한 외모는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최종 선발된 이들 우주인 2명을 정식 채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몸짱과 두뇌짱으로 거듭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8~10일간 우주여행을 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우주인 2명은 1년이 넘도록 실제 우주활동에 적응할 수 있는 고난도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보통 2~3년이 걸리는 우주인 훈련 과정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훈련과정을 가급적 뺐기 때문이다. 현재 항우연과 우주인선발위원회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협력을 구하는 한편 러시아 측과 구체적인 훈련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훈련은 기초훈련과 고등훈련 2단계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각각의 훈련에 소요될 기간은 6개월씩. 훈련 내용에 따라 한국과 러시아, 미국을 오가게 된다.
일단 기초훈련과정에서는 주로 우주공학과 생물학, 천문학에 대한 기초소양과 언어습득 훈련이 이뤄진다. 칼로리를 정밀하게 측정한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면서 규칙적인 체력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불시착이나 궤도 이탈 같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생존훈련도 이때 받게 된다.
기초훈련이 우주선 탑승을 위한 기본기 다지기라면 고등훈련과정은 본격적인 우주인 소양 쌓기 과정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에겐 한국 대표이기 전에 소유즈호 선원이라는 본연의 임무가 있다. 한국 우주인은 1주일간 ISS 우주실험실과 생활구역에서 생활하면서 우주선 보수와 유지 활동을 하고 비상 상황에서 동료우주인과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고등훈련 과정에서는 우주선의 기능을 완전히 숙지하고 조작 방식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밖에도 임무숙달 훈련을 받게 된다. 과기부는 우주인 임무개발위원회가 우주과학 임무를 선정토록 했다. 우주과학임무란 한국우주인이 우주에 머무는 동안 해야할 과학실험. 우주인선발위원회 산하 임무개발소위원회는 국내 각 대학과 연구소가 제안한 실험 가운데 약 10가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여기엔 무중력상태에서도 우주저울로 질량을 측정하거나 식물 씨앗이나 새우 알을 부화하는 등의 임무가 포함되며 민간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인삼 등을 휴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최 박사는 “무중력과 진공인 우주는 지상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환경이기 때문에 실험가치가 높다”며 “비록 우주인 개인이 들고 올라갈 수 있는 개인짐 무게가 15kg에 불과하고 역할도 한정되지만 최대한 실험에 임무를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활한 과학실험을 위해선 러시아 측의 양해가 꼭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인 왕복선 소유즈호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ISS로 향한다. 소유즈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주정거장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에게 식량과 물품을 대는 일이다. 소유즈호의 출발과 탑승인원 관리는 러시아 정부가 결정해야할 사항이지만 정부는 2007년 4월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초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총회에 참석한 두 나라 정상은 한국의 우주인배출사업 지원에 관한 공동 행동계획(액션플랜)에 합의했다.
발사 카운트다운 3, 2, 1...
우주인 배출사업과 관련한 국내 관련기관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시작됐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우주인배출사업을 총괄할 우주인선발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전 과정을 주관하게 될 (가칭)우주인선발사업단을 설립할 예정이다.
우주인 선발의 전 과정을 책임질 우주인선발위원회는 의학, 심리, 임무개발 등 3개 소위원회를 두고 구체적인 선발 계획과 양성 프로그램을 수립하게 된다. 지난 12월 8일 3년 임기의 신임 항우연 원장에 우주응용센터장 백홍열 박사를 선임한 것도 바로 우주인양성 프로그램의 비중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인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편 우주인 후보 공고에서 선발·훈련과정은 모두 매스컴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된다. 또한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과 관련한 기초 및 고등훈련 과정도 방영될 가능성이 높다. 과기부는 현재 TV와 라디오 등을 통한 사업홍보 계획을 마련하고 현재 주관방송사 선정을 위해 방송사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민간사업자의 사업참여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우주인이 우주에서 먹을 음식과 입을 옷, 소지품을 광고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우주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TV광고로 내보내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올린 사례가 있다.
이 가운데 김치와 기능성 약품, 속옷은 선정 가능성이 매우 높은 품목이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소와 CJ는 현재 우주김치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정읍방사선연구원 이주운 박사는 “2007년 한국우주인이 우주에 발사될 때까지 완전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우주에서 김치를 먹는 모습만으로도 광고 효과는 매우 뛰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주인 배출사업은 기술적 파급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항우연측은 실제로 우주인 선발과 훈련과정에서 축적된 감량 노하우를 활용해 우주식 다이어트법을 개발하고 KAIST가 개발한 소음차단 헤드셋을 러시아에 납품하는 방안을 현재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최기혁 박사는 “한국은 우주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와 달리 정부주도 우주개발에는 한계가 많다”며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해 우주기술을 산업화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항우연의 채연석 연구위원도 “우주인의 선발, 훈련, 탑승, 우주과학 실험을 통해 미래 우주활용기술을 확보하고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인은 지난해 말 현재 34개국에서 모두 421명이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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