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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두산 폭발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휴화산으로만 알려져 있던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과거에는 언제 얼마나 크게 폭발했는지, 만약 폭발한다면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한 탓이다. 백두산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다뤘다.

지금으로부터 약 2840만 년 전 광활한 만주 평원. 북동-남서방향의 단열대를 따라 현무암이 지각의 틈으로 소규모 분출됐다. 이후 약 1500만 년 전부터 100만 년 전까지 틈새를 따라 현무암이 대량으로 분출되면서 ‘용암대지’가 만들어졌다. 마그마가 틈새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분출하면서 백두산 순상화산체(현재의 천지 하부)가 형성됐다. 그 뒤 오랫동안 활동이 없다가 약 60만 년 전~1만 년 전에 조면암과 알칼리유문암 마그마가 분출했다. 용암이 흐르고 화산쇄설물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순상화산체위에 성층화산체(복합화산체)가 생겼다.

약 4000년 전과 1000년 전에는 폭발적인 대분화가 일어나, 성층화산체의 꼭대기가 파괴되고 함몰했다(칼데라). 여기에 물이 고인 것이 천지(天池)다. 지금과 같은 천지는 약 1000년 전에 완성됐다. 역사적인 문헌에 따르면 백두산은 그 뒤로도 1403년과 1668년, 1702년, 1903년에 천지 안쪽에서 소규모로 분화했다. 백두산은 지금도 마그마가 꿈틀거리는 활화산이다.

필자는 1990년 8월 독일 마인츠대에서 개최한 국제화산학회에 참석했다. 화산과 관련된 수천 편의 논문 가운데 백두산에 대한 자료를 우연히 보게 됐다. 일본 국적의 마치다 박사의 연구 결과였다. 1000년 전에 백두산에서 분화한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에 5cm 이상 쌓여 있다는 내용이다. 애국가가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할 만큼 민족의 명산인 백두산을 우리는 왜 연구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 뒤 필자는 백두산을 직접 방문해 암석 시료를 구해왔다.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 1996년에는 ‘백두산 천지 칼데라 화산의 역사 분출 기록’, 1999년에는 ‘백두산 화산의 홀로세 대 분화 연구’라는 논문을 한국지구과학회지에 발표하게 됐다. 백두산에 대한 연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2002년 7월 이후부터 백두산에 찾아가면 죽은 나무들과 붕괴된 암벽, 지진 현상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올봄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진을 느낀다”는 천지 기상대 근무자의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지하에서 마그마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인식하며,백두산이 살아 있는 화산임을 분명히 느낀다. 또 분화가 임박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잦은 지진과 뜨거워진 온천은 백두산 살아 있다는 증거



백두산에 최근 들어 ‘조만간 폭발할’ 전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6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제30차 국제지질학회가 열린 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산지질학자들이 백두산을 답사하고 이곳을 잠재적으로 분화 가능성을 가진 매우 위험한 화산으로 판정했다.

2002년 6월 말, 평소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화산성 지진활동이 빈발해지고 지진규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해 6월 28일 중국 동북부 왕청현에서 진원(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최초로 발생한 지점)깊이 566km, 리히터 규모 7.3의 심발지진 이 발생했다. 이후 백두산 지역에서는 화산성 지진이 군발(群發)로 급증했다. 2003년~2005년에는 리히터 규모 3.7 이상의 지진이 월 최대 270회 정도 발생했다.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진앙(진원 바로 위 지표상의 지점)이 밀집했고, 진원은 평균해수면 아래 2~3km까지 근접했다.

화산성 천발지진 의 규모가 커지면서 산사면을 따라 균열(2003년 8월 23일, 리히터 규모 2.3 지진 발생 뒤)과 산사태(2004년 9월 8일, 리히터 규모 3.7 지진 발생 뒤)와 붕괴(2003년)가 일어났다.

2004년에는 분화구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말라 죽은 것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마그마 방에서 탈출한 화산가스가 지하 틈새로 방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천지 온천의 수온이 올라가고, 온천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중 헬륨(He)과 수소(H2)의 함량이 10배 이상 갑자증가하기 시작했다. 2002년~2005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측으로 천지 칼데라 호수 주변의 지형이 10cm 이상 팽창된 것을 발견했다. 이런 화산 전조현상이 2002년 6월 이후 급증했다. 2005년 말 이후 지진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감소했으나 화산성 지진규모와 군발지진 특성은 여전히 지속됐다.

2009년 5월 25일, 백두산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이발생했고, 올해 초 2월 18일에는 두만강 하류의 러시아와 중국 국경 근처에서 리히터 규모 6.9의 강진(진원 574km)이 일어났다. 이 지진들은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을 자극해 화산활동을 활성화시켰을 것이다. 백두산 화산분화에 관심이 많은 일본도 위성(ENVISAT) 관측으로 2004~2005년에 천지 칼데라가 2cm 정도 팽창했음을 감지했다. 러시아는 2006년 10월 18일 위성(Terra) 관측으로 백두산에서 열이 유출된 것을 보고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을 활성화시켜 고온의 열을 가진 가스를 방출했다고 해석했다.

결국 백두산은 지하에 열원, 즉 마그마가 살아 있는 활동적인 화산이다. 한 중국 화산학자는 KBS 인터뷰를 통해 2014년과 2015년의 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백두산 천지 칼데라 화산에 있는 지하 마그마의 수직적인 움직임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지 않고서 분화시기를 단정짓는 일은 매우 난감하다. 필자 소견으로는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백두산이 100년 안에 폭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만약 백두산이 가까운 장래에 분화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의 지질학적 상태 및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화산성 천발지진의 진앙이 천지 칼데라 내에 밀집한다는 것과 천지에 물이 20억t이나 있다는 점, 홀로세기 때 주로 점성이 큰 조면암질 또는 알칼리유문암질 마그마가 분화했다는 점이다. 점성이 큰 마그마가 상승하는 장소는 아마도 천지 칼데라 안일 것이고, 지하에서 칼데라까지 올라오는 점성이 큰 규장질 마그마(1000℃ 이상)가 물과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폭발적인 분화를 하게 될 것이다. 물은 뜨거운 마그마를 만나면 순간적으로 기화해 수증기가 되며, 동시에 마그마는 급격히 냉각되고 수축하면서 산산조각 나 화산재가 된다. 수증기와 화산재의 양은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의양에 따라 다르지만,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발생해 대기 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 지하에는 4개 층으로 된 마그마 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상부의 마그마 방이 가장 크며, 분화한다면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어느 정도의 마그마가 활동적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역사시대 최대 화산 분출”

역사적인 문헌에 기록된 10차례 이상의 냉해와 기근, 흉작 등은 백두산이 분화한 결과로추측할 수 있다. 특히 1403년, 1668년 6월 2일과 1702년 6월 3일의 백두산 화산분화로 추정되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볼 수 있다. 함경도 부령, 경성 지역에 ‘연기와 안개 같은 기운이 서북쪽으로부터 갑자기 밀려오면서 천지가 캄캄해지고 비릿한 노린내가 사람들의 옷에 스며들었고, 몹시 무더운 기운은 큰 화로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 같이 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약 3.03cm) 쯤이었다. 비처럼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령은 천지 동쪽 약 150km, 경성은 천지로부터 남동동쪽약 15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이보다 더 큰 폭발적인 화산 분화 사건은 약 1000년 전에 있었다. 이때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화산재는 대기 상층으로 25km 이상 솟구쳤으며, 편서풍과 제트기류를 타고 함경도를 지나 동해를 건너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비처럼 내렸다. 이곳은 지금도 화재가 5cm 이상 쌓여 있는 곳이 남아 있다. 이 화산재를 ‘백두산-토마코마이 화산재’라고부른다. 당시 폭발은 83~117km3, 최대 150~170km3의 화산분출물을 뿜어내고 화산폭발지수 7.4로 추정된다. 필자는 역사시대에서 최대 화산분출 사건이라고 본다. 지난 4월에 분화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분출물 양이 0.1km3, 화산폭발지수 4인 것과비교하면 백두산의 1000년 전 분화가 얼마나 폭발적이었고 광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눈처럼 내리는 화산재, 세계 경제 마비시킬 수도

그렇다면 백두산은 앞으로 어떤 화산으로 변할까. 백두산의 지하에서 마그마가 어떻게 수직으로 움직이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측해야 한다. 백두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 방이 상승하고 있는지, 커지고 있는지, 언제쯤 지표에 도달해 칼데라에 담긴 물과 만날지 또는 지면 밖으로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현재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백두산의 앞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백두산이 분출하면 화산재 기둥이 대기 중으로 솟구칠 것이다. 탁월풍(일정한 지역에서 거의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이동하다가 어느 지역에선가 화산재가 비처럼 내릴 것이다. 화산재 분화 말기에는 백두산의 과거 분화 이력으로 봤을때 분화구 주변에는 고온의 화산쇄설물이 발생하고 주변 산지에 산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산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천지 칼데라 내에서는 마그마가 갑작스럽게 쏟아져 나오면서 물과 만나 부피가 팽창하면 쓰나미를 발생시켜 물을 넘치게 할 것이다. 아래 지역에선 대홍수가 발생하고 주변지역을 매몰해 황폐화 시킬 것이다. 호흡기 질환과 식수 오염, 냉해 같은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백두산에서 1000년 전에 분화한 화산재가 일본까지 날아가 5cm정도 쌓여 있다면 백두산 주변에는 이탈리아 폼페이처럼 화산재에 매몰된 곳도 있지 않을까.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의 산사면 가장자리에 위치한 도시로, 79년 8월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 2~3m나 화산재로 뒤덮였다. 다행히 백두산 주변은 산지가 높아 인구밀도가 낮다.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났을 때에도 발해 백성들이 고려로 집단 이주를 했던 시기였으므로 인명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과 멀리 떨어진 남한에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영향이 직접적으로 닥치진 않을 것이다. 백두산이 겨울에 폭발해 북풍을 타고 화산재가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화산재가 비처럼 내릴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북한 동북부 지역과 중국을 비롯해 백두산 동쪽에 있는 러시아 원동지역과 일본 동북지방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터졌을 때의 유럽 지역처럼 항공노선이 마비돼 지역 전자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주변 국가의 경제, 산업 사회에 심각한 도미노현상을 파급시킬 수 있다. 화산재의 양이 많을 경우 마이크로미터(㎛, 1㎛=10-6m) 크기의 화산재가 에어로졸 상태로 성층권에 머물면서 태양복사를 차단해 전 지구적인 화산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수년 동안 전 세계 곡물 재배에 악영향을 줘 장기간 식량 수급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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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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