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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에너지 꿈꾸는 빛의 마술사

레이저과학연구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귀가 솔깃한 얘기다. 비결은 바로 핵융합 발전.

핵융합 발전은 중수소에 리튬을 충돌시켜 삼중수소를 만들고, 이를 다시 중수소와 융합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원자 하나당 핵분열의 3~5배에 해당하는 17.6MeV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꿈의 에너지’라고 불린다.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분열 발전에 비해 방사능 오염 가능성도 훨씬 적다. 중수소와 리튬은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연료 걱정도 없다.

그러나 핵융합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핵융합에 필요한 조건인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고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KAIST 레이저과학연구실을 이끄는 공홍진 교수는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하면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레이저를 이용한 ‘관성 핵융합’은 현재 가장 유망한 핵융합 발전 방식의 하나로 꼽힌다. ‘핵융합 타깃’이라 불리는 지름 1mm 정도의 플라스틱 구 안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수백 기압으로 채워 넣고 레이저를 쏘면 플라스틱 구가 고속으로 증발해 사방으로 날아간다. 이때 그 반작용으로 구 안의 기체들이 안쪽 방향으로 서로 뭉치면 압력이 급증해 1억℃ 이상이 된다.

“레이저를 멈추면 반응이 중단되기 때문에 핵분열 발전처럼 연쇄반응에 의한 폭발 위험이 전혀 없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는데다 레이저 부품만 교체하면 발전 시설을 30년 이상 쓸 수 있어 유지비용도 저렴하죠.”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방식의 걸림돌은 출력 문제다. 핵융합에 필요한 레이저는 5MJ(1MJ=${10}^{6}$J)의 에너지를 2나노초(ns)안에 만들어 내도록 초당 10회 이상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레이저 매질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겨우 100J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빔을 나눈 뒤 ‘유도 브릴루앙 산란 위상공액 거울’(SBS-PCM)이란 장치로 여러 번 증폭해서 다시 합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다시 합쳐질 때 빔의 위상이 서로 달라지므로 이를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 교수는 증폭기 안의 음향 회절격자가 생기는 위치와 시간을 조절해 반사된 빔과 원래 레이저 빔의 위상을 정교하게 맞추는 새 아이디어를 냈다. 빔의 위상이 같아지면 에너지가 강력히 증폭돼 초고온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 끝에 2002년 이 문제를 해결했고, 이를 학회에 수차례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 3월에는 더 정교한 결과를 ‘미국 응용물리학회지’(APL)에 발표했으며, 최근엔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증명해냈다.
 

레이저로부터 망막을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을 낀 연구원이 빔의 위상 제어를 연구 중이다.


레이저로 적 탱크 찾아낸다

레이저를 응용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3차원 영상 라이더’. 라이더(LIDAR, Laser Identification Detection and Ranging)란 물체에 레이저를 쏜 다음 되돌아오는 빛을 시간적으로 분석해 위치 정보를 얻는 기술을 말한다. 3차원 영상 라이더는 망원경으로 관측한 지면 영상에 레이저로 얻은 거리 정보를 더해 입체 영상 정보를 얻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 기술은 군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예컨대 적의 탱크가 교묘한 위장막을 치고 그 밑에 숨어 있으면 정밀한 군사 위성으로도 찾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3차원 영상 라이더를 사용하면 위장막과 탱크가 서로 뚜렷하게 구별된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비롯해 송·수신 망원경, 스캐너 등 시스템 일체를 만들고 있다.

액정디스플레이(LCD)를 이용한 홀로그램 렌즈도 연구 중인 주제다. 이 기술은 카메라의 줌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렌즈를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모터를 액정 홀로그램 렌즈로 대체하면 전력 소모가 거의 없고, 작동 시간도 0.1초에서 0.001초로 훨씬 짧아집니다.”

공 교수팀은 미세한 입체 조형기술인 ‘3차원 나노스테레오리소그래피’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과학동아 6월호 기사 ‘나노 기술로 거장의 작품을 재현한다’ 참조). 연구팀은 레이저를 이용하는 실험 장비 전반을 설계·제작했다. 이 기술은 세계에서 3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개발된 3차원 나노 조형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정통 레이저 연구실”이라고 자부하는 연구팀은 초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해 핵융합 기술을 완성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

수많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 교수는 ‘남들 다 하는’ 벤처기업은 차릴 생각이 없단다.

“송충이가 나방이 되려면 솔잎을 먹어야죠. 학문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핵융합 연구에 사용하는 레이저 발생 장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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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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