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TGV나 일본의 신깐센 등은 잘 알려진 고속전철이다. 여기에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선택의 폭은 매우 넓어졌다.
'테제베(TGV)인가, 신깐센인가'. '신깐센은 왜 2등이 되었나'. 현재 지구상을 달리고 있는 고속열차의 속도경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TGV나 일본의 신깐센 이외에는 또다른 선택이 없을 정도로 이러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사용되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도왕국을 자처하는 서독에서 ICE(Inter City Express)라는 최고시험시속 4백6km, 상업운행시속 2백50km인 고속열차의 개발을 끝내고 상업운전을 눈앞에 예정해 놓으면서 3파전의 양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더욱이 바퀴로 레일을 달리는 기존방식과는 다르게 일정공간을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의 연구결과가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초고속전철의 세계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기부상방식은 중저속시스팀의 아주 짧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아직 상업운전을 하고 있지 않으나, 저소음 무진동의 무공해 초고속(4~5백km/h)열차라는 장점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인 여객수송수단으로 금명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와같은 초고속전철의 새로운 양상은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다. 단순한 흥미위주로 속도경쟁을 지켜보는 '남의 집 잔치'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동서전철(서울-영동간) 또는 경부전철(서울-부산간)을 어떠한 형태로 건설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동서전철은 올 5월까지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내년까지 기본설계를 완성하여 늦어도 91년부터는 건설에 들어가 95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추진중에 있다. 경부전철은 내년까지 기술적 조사 및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조기착공(92년 예정)하에 97년 이내에 완성한다는 계획.
불과 2~3년전만 해도 우리의 고속전철계획에는 자기부상방식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자기부상열차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좀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철도건설은 엄청난 돈이 들뿐 아니라 한번 건설되면 최소 50년 내지 1백년 동안 바꾸지 힘들기 때문이다.
먼저 각국의 바퀴철도(wheel on rail)방식의 고속열차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고속전철 추진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60년대에 개통된 신깐센
일본이 64년 도쿄올림픽을 치루면서 과학기술 전반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속열차의 대명사로 이미 영어사전에까지 오른 신깐센(新幹線, Shinkansen)이 처음 개통된 것은 1964년 10월 도쿄올림픽이 개막되기 직전이다. 도쿄와 오사카간의 동해도선(구간길이 5백15km에서 '히까리'(光)호는 시속 1백60km로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후 72년에는 오사카~오카야마간, 75년에는 오카야마~하카타간 등 서쪽으로 노선을 늘여 도쿄에서 쿠슈(九州)까지 신깐센으로 연결해놓았다. 속도도 꾸준히 향상시켜 79년에는 최고시험시속 3백19km를 기록했다. 현재의 상업운전하고 있는 최고시속은 2백10~2백20km.
동해도선에 의해 동북선(도쿄~모리오카간 4백65km)이 개통된 것은 1982년이다. 최고시속은 2백60km로 동해도선에 비해 50km정도 빨라졌다. 동북신깐센은 기존선로와는 별도로 신선을 깔았으며 열차 및 선로기술에서 기술적인 진척을 보였다. 선로가 거의 직선화되었으며(최소 곡율반경 4천m, 동해도선은 2천5백m)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선로의 반 이상 고가화했다. 지상부분에도 좌우에 철제막과 방음벽을 설치해 안심하고 최고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동북지방의 특성을 감안해 지진조기경보망을 설치, 진도 4도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송전이 자동적으로 중단될 수 있도록 했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레일사이의 틈을 헬멧공법으로 모두 이었으며 침목도 고무바킹을 댄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소음이나 진동에 신경을 쓰는 것은 바퀴철도 방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공사비도 이러한 소음방지장치를 건설하는데 많이 허비한다. 실례로 동북신깐센의 경우 도쿄에서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30km 떨어진 오미야(大官)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소음공해를 반대하는 도시주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결국 이 구간은 지하로 터널을 뚫어 연결할 수밖에 없는데 공사비만도 동북선 전구간의 반이상이 든다는 것.
신깐센의 동력방식은 TGV나 ICE와는 다른 분산식을 채용하고 있다. 이는 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다니는 집중식이 아니라, 전차처럼 각 객차에 전동기가 붙어있다는 뜻이다. 동력분산식은 파워가 좋고 차체가 커 한차량당 승객수송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비에 많은 노력이 들고 주위 시설물과의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없지 않다.
최근 신깐센을 둘러싼 속도논쟁이 일본내에서 있었는데 '왜 신깐센이 TGV나 ICE보다 뒤지느냐'는 점이다. 바퀴방식에서의 최고속도의 이론적인 한계점은 속도에 따른 추진력(마찰계수에 의해 서서히 감소)과 역으로 증대하는 주행저항이 교차하는 점이 된다. 신깐센이 처음 계획되던 무렵 이 한계점을 시속 3백km로 생각했고 그래서 운행시속을 2백50km로 설정했지만,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여기서 조금더 떨어진 속도가 됐다는 것. 그러나 이 한계점의 원인이 됐던 마찰계수는 실제보다도 훨씬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하나 '좁은 국토내에서 꼭 그렇게 급히 가야하나'라는 반대여론이 표어화되다시피한 상황이, 기술개발의 역점을 스피드보다 안전과 환경보전이라는 측면에 두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까지 최신에 개발된 열차를 중심으로 최고시속을 비교해보면 TGV(3백km) ICE(3백km) 신깐센(2백60km)순이다.(표1참조)
신깐센이 갖는 장점은 무엇보다도 25년이라는 오랜 기간의 운행경험이다. 특히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 및 기타 제어장치 등이 우수하며 수송능력이 타 고속열차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동력분산식을 채용, 유지 보수경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현재 도쿄~오사카간의 동해도선은 흑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시속 3백km TGV
프랑스가 자랑하는 TGV(Train a Grande Vitesse)는 속도에 있어서 단연 선두다. 파리~리용간(4백26km)을 논스톱으로 1시간50분에 주파하는 파리동남선 TGV-PSE는 81년 개통됐다. 여객수송능력이 한계에 부딪쳐 개발된 TGV-PSE의 최고시속은 2백70km, 비행기 탑승시간과 공항까지의 소요시간을 감안하면 항공기보다 오히려 빠르다.
SNCF(프랑스의 국철)에서 개발한 TGV의 동력방식은 두개의 기관차가 앞뒤에서 끌고당기는 집중식이다. TGV-PSE의 경우 객차 8량에 앞뒤에 기관차가 하나씩 달린셈이다.
TGV가 다른 고속전철과 다른 특징은 '보기'(bogie)'각 책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부분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깐센이나 ICE 등은 한 객차당 두개의 보기가 설치돼있으나(재래식), TGV는 앞뒤 연결 부분에 반개씩 한개가 설치되어있는 셈. 이를 '관절형 대차형식'이라 한다.
보기시스팀이 관절형인 경우 보기수가 적어 열차의 무게가 적고 객차간의 공간을 극소화시켜 열차 전체가 한개의 차량처럼 연결돼 고속주행에 적합하다. 이외에도 차체버팀장치를 보기위의 차체 사이에다 매우 높게 설치해 신축계수를 낮출 수 있어 재래선에서도 일반열차보다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단 객차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승객수송량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TGV-PSE가 한 객차당 3백86명이고 올하반기에 운행될 TGV-아틀란티크(Atlantique)도도 4백87명에 불과하다. 이는 신깐센이나 ICE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
경사진 곳을 주행할 수 있는 최급구배도 3.5%(35/100) 로 타 고속열차보다 뛰어나다. TGV-A(아틀란티크)는 이를 5%로 향상시켰다. 이는 야산지역인 경우 쓸데없이 터널을 뚫거나 돌아 지나가지 않고 가파른 길을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내리막길은 전력을 사용하지 않아 에너지절약 효과도 크다.
SNCF는 TGV-PSE의 경험을 기반으로 올 9월의 상업운전을 목표로 TGV-아프랑디끌르 개발하였다. 프랑스 서부지방을 개발한다는 목적 아래, 노선은 파리~투르, 파리~르망을 설정하였다. TGV-A의 최고시속은 3백km. 객차수도 10량으로 증가시켰다.
앞으로 프랑스에서는 파리북부 '릴'까지 노선을 연장하고 해저터널을 통해 영국'도버'까지 관통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파리~리용간의 하루 82회를 운영하여 매년 4천만~8천만달러의 흑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구간의 고속버스라든가 기타의 교통수단을 강제로 제한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6분 배차라는 기록은 놀라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TGV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최신의 철도공학을 이용하여 설계된 열차임에 틀림없다. 효율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동력공급과 신호제어장치, 고급스런 승차감, 안전한 차량설비와 궤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터널이나 교량을 거의 놓을 필요없는 평탄한 프랑스의 자연지리조건에 기인함을 고려해야 한다.
첨단시설 갖춘 최고급열차
1백50년 철도역사를 갖고 있는 '철도왕국' 서독은 고속열차 개발에 있어 프랑스나 일본에 뒤처진 감이 있으나, 최근 이를 만회하려고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멘스'사 등 서독내 철도제작업체들이 공동작품으로 도시간 고속열차 ICE(Imter City Expvess) 내놓았다. 최고 시속은 3백km이지만 상업운전은 2백50km로 잡고 있다. 85년 11월 개발을 완료하고 91년에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다.
동력방식은 TGV와 마찬가지로 앞뒤에 기관차가 달린 집중식이며, 대차형식은 신깐센과 같은 재래식이다. 개발목적은 여객수송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주행시간 단축에 두고 있다. 실제로 서독은 연방제의 특성을 살린 IC급 특급열차(1백60km/h)가 잘 운행되고 있어 고속열차개발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기술이 모자라 상업운전 시기를 뒤늦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제반조건이 고속열차 개발 및 운행시기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ICE는 고급열차로서는 최첨단을 달린다. 승객편의를 위해 객석마다 전화기와 컴퓨터단말기 등이 구비돼있으며 비지니스맨을 위한 회의실까지 갖추고 있어 항공기여행에 버금간다.
ICE가 운행될 첫구간은 하노버~카셀~부르츠부르그간 3백27km. 이어서 함부르크~뮌헨까지 연장운행할 예정이다.
ICE가 타 고속열차에 비해 축중이 다소 무겁고 상업운전 실적이 없으나, 열차의 동특성 및 주행특성을 시험하는 장치인세계 최상급의 '롤러 시험 리그'(roller test rig)를 갖추고 있는 등 철도왕국의 저력이 있는 서독제품이라는 데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커브길에도 속력을 줄이지 않은 채 시속 2백40km를 유지할 수 있는 '벤추리노'를 운행중이다. 고속열차에 정밀한 자이로스코프와 속도계를 달아 커브길에서 안쪽이 낮아지도록 자동제어해 원심력을 조정하는 원리. 현재 이탈리아는 '벤추리노'를 개조해 ETR-500이라는 초고속열차를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도 영국에서는 91년을 목표로 시속 2백40km의 '일렉트라'를 개발중이다. 지금까지 영국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속 2백km의 디젤고속열차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일일생활권에서 일과생활권으로
서울~부산간의 교통축은 우리나라인구의 30% 이상, 국민총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대동맥이다. 1985년에 국토개발연구원이 외국용역회사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낸 '서울~부산축의 장기교통투자 필요성 및 경부고속전철 타당성 연구'에 따르면, 철도 교통수요증가율을 매년 5.9%로 예측할 때 1992년에는 경부선이 일부 구간에서 포화상태가 된다는 것. 더욱이 최근과 같은 급속적인 경제팽창을 볼 때 이러한 포화상태는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수요 예측에 따라 합동용역단은 기존철도를 개조해 고속전철을 놓는 방안 등 모두 4개방안을 검토한 결과, 고속전철전용선 신설은 불가피하며, 서울을 출발, 천안 대전 김천 대구 밀양을 경유해 부산에 도착하는 노선을 가장 적합한 것으로 추천했다. 노선의 길이는 기존 경부선 4백44.5km보다 66.2km가 짧은 3백78.3km이다. 총공사비는 85년 불변가격으로 2조6백억원이 필요하며 여기에 차량구입비 5천~7천억원이 추가된다는 것.
경부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현재 5시간 정도 걸리는 서울~부산간이 2시간 30분 정도로 단축돼 일일생활권에서 오전에 서울에서 일을 보고 오후에 부산에 내려가 업무를 마치고 서울에 돌아올 수 있는 일과생활권이 가능해진다. 또한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대도시로의 경제력 및 인구집중을 억제할 수 있어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폭발적인 증가추세에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조사보고서의 결과에 따라 올해부터 내년까지 교통개발연구원과 철도청을 중심으로 경부고속전철의 구술조사 및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서전철의 경우는 경부전철과 조금 상황이 다르다. 올해 5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91년까지 본설계를 마쳐 95년까지 완공할 계획으로 있어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 특히 민자(民資)를 유치해 건설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어 일부민간기업에서는 나름대로 노선선정까지 해놓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자원 수송의 목적과 관광노선의 성격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동서전철노선에 의견을 발표한 측은 풍한방직의 설립자인 김영구씨를 비롯 쌍용과 롯데. 김영구씨는 60년대 말에 노선을 제시하고 70년 3월 건설승인가지 났으나 바로 그때 풍한그룹이 부도를 내고 은행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쌍용측은 80년대초 타당성조사에 착수, 83년에 2개의 노선을 제시한 바 있다. 교통개발원에서는 이러한 의견들을 참작해 내륙개발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검토, 타당성조사를 마무리작업 중이다.
경부전철이나 동서전철은 87년 대통령선거의 민정당 선거공약, 그리고 올 대통령이 부산과 대전의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고속전철을 건설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실시시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고속전철을 채용할 경우, 우선적으로 결정해야될 사항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전철형식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속전철의 종류는 많다. 더욱이 자기부상방식의 초고속전철이 실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선택의 폭은 매우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속전철 건설에는 막대한 예산(약 4조원 이상의 금액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이 소요되는 국가적인 사업이고 각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고속전철의 형식결정은 경제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에의 공헌도와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검토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 가능성 증대는 좀더 새로운 시각에서 고속전철형식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 라스베가스와 로스앤젤레스 3백70km 구간에 대해 1995년까지 실용화가 가능한 모든 종류의 고속전철에 대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검토를 한 결과, 처음에는 프랑스의 TGV와 서독의 트랜스래피드(상전도 자기부상식)가 경쟁하다가 최근에는 TGV가 탈락하고 트랜스래피드와 일본의 HSST(상전도 자기부상식)가 경합하고 있다. 그만큼 초고속무공해인 자기부상열차가 실현가능한 새로운 기술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과학기술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은 자기부상시스팀의 건설비용 하락을 예고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다소 불리한 경제성을 어느 정도 극복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론과 낙관론
우리나라업계의 기관차제작 기술수준은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시속 2백km급까지 자체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마을호가 1백40km에 머무는 것은 경부선의 최소 곡률반경이 4백m인데다 곡선부분이 4백여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부상시스팀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형편이다. 다만 전기연구소의 전력기기연구실에서 몇백만원의 연구비로 그동안 독자적인 연구를 해왔던 것이 고작. 이런 상황은 88년 8월 서독의 BMFT(과학기술처)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당시 우리나라 이관과기처장관과 수송기술개발협정을 맺으면서 급변했다. 이 협정중에는 자기부상열차의 공동개발부분이 포함됐던 것이다. 당시 우리측에서는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나 연구가 공식적으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일종의 해프닝이라면 해프닝.
그러나 이 해프닝이 그동안 개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한국기계연구소와 전기연구소의 연구진들과 한국과학기술원의 일부 학자들이 모이는 계기를 만들어줫다. 이들은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효성중공업 금성산전 삼성전자 등 관련업체를 참여시켜 가칭 고속전철실무위원회(위원장 이해박사)를 만들었다.
기계연구소는 과기처의 예비연구비2천5백만원을 배정받아 고속전철 실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분석작업을 해왔고, 올 2월15일부터 3월2일까지 일본 서독 프랑스 등을 돌면서 자기부상열차를 포함한 고속전철 사례연구를 수행했다. 고속전철실무위원회는 고속전철 주무부처인 교통부의 교통개발원측과도 적극 교류를 가질 예정이며, 금명간 서독과 프랑스 일본의 관계자들을 국내에 초청해 종합삼포지움을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실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송달호박사는 "고속전철의 형식을 결정하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일부에서는 자기부상방식이 새로운 기술이므로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된다고 주장하지만, 수송수단은 많은 사람을 직접 실어나르는 것이므로 선진기술이라해서 아직 본격적으로 한번도 상업화되지 못한 자기부상방식을 선뜻 결정할 수는 없다. 또한 타성에 젖어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좀더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히다.
특히 우리돈을 갖고 외국기술을 활용해 건설하는 형태이므로 우리가 유리한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이 결정되든 외국업체들에게 동등한 참여기회를 주어 서로 경쟁하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자는 이야기다. 구체적 예로 설사 우리가 바퀴철도(wheel on rail)방식으로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자기부상방식인 서독의 '트랜스래피드'측에도 타당성조사를 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기술도입에 유리할뿐더러 차후에 자기부상 시스팀을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것. 여기에 드는 비용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며 과학기술발전에 디딤돌 하나를 더 놓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관계부처간의 협조. 교통부가 주무부처가 되어 과학기술처 건설부 등의 산하기관들이 전국적으로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속전철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공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렇다. "고속전철건설은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공약사항이 되었다해서 모든 것을 그 시기에 맞춰넣는 것은 커다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들어 지금 판단했을 때는 기존방식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안전하다고 생각됐지만, 2~3년 연구를 하면서 기다려서 판단했을 때는 자기부상식이 확실해지고 경제적이라고 생각된다면 기다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철도는 1세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이냐 아니면 바퀴철도방식이냐' 우리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다. 낙관론을 펴는 사람은 "4~5년내에 자기부상열차가 지구촌을 가르기 시작할것이다. 우리도 당연히 자기부상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신중론을 펴는 사람은 "예상외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운행경험이 있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독자적인 연구개발 경험없이 남의 나라 것만 보고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