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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해일 22만명 목숨 앗아가

한반도 안전지대 아냐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인한 사망, 실종자가 22만명을 넘어섰다. 지진해일, 즉 쓰나미(tsunami, 津波)가 휩쓸고 지나간 인도양 연안 일대는 사람이 살았었다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허로 변해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고립된 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은 데다 설사병, 티푸스 등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지구촌을 경악시킨 이번 지진해일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지진해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태국 푸껫을 찾은 해외관광객들 중 상당수가 이번 지진해일로 희생됐다. 한 여성이 실종된 사람들의 명단을 살펴보고있다.


원자폭탄 100만개 에너지

이번에 발생한 지진의 규모는 9.0으로 20세기 이후 계기로 관측된 지진가운데 4번째로 큰 지진이다.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5월 22일에 남미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지진이다. 도대체 규모 9.0이면 어느 정도의 지진일까. 규모 5의 지진은 대략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폭의 에너지와 같다. 한편 규모가 1만큼 증가할 때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한다. 따라서 이번 지진의 에너지는 규모 5의 지진에 비해 규모 차이가 4이므로 324배(쨿100만배)에 상당하며, 대략 히로시마 원폭 100만개와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지진의 발생지역은 유라시아판과 호주-인도판이 접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지역으로서 과거 지진이 빈발했던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은 1977년 8월 19일에 발생한 규모 8.0의 지진으로서 이번 지진의 에너지의 약 1/30에 상당한다. 이 지진 역시 해일을 동반해 수마트라섬에서 약 1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번 지진은 해양지각판인 호주-인도판과 대륙판인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일어났다. 보통 해양판이 대륙판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아래쪽에 놓여 있다. 이처럼 두 개의 밀도가 다른 지판이 양쪽에서 서로 다가가는 방향으로 횡압력을 받게 되면 지층이 위로 솟아 올라 휘어지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과 티베트고원은 오랜 기간에 걸친 이런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횡압력을 받을 때, 지각판은 단순히 위로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지층이 순간적으로 끊어지는 단층운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층운동이 바로 땅의 진동을 일으키는 지진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인도판과 유라시아 판의 경계는 인도와 히말라야산맥의 경계를 지나 시계방향으로 말레이시아 반도 해안을 따라 수마트라섬 서쪽을 지나고 있다. 이번 지진발생 지역은 수마트라섬 서쪽지역이다.

그렇다면 지진발생의 원인이 되는 단층운동을 일으키는 횡압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일반적으로 지구표면에서 지구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가 높아지며, 아주 느리지만 온도가 높은 지구내부에서 바깥쪽으로 열대류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열대류가 올라오는 경계에서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인장력이 작용한다. 이런 인장력이 작용하면 상반이 아래로 미끌어지는 형태인 정단층이 생성된다.

반면에 상승한 열대류가 식어서 하강하는 곳에서는 두 지층이 서로 충돌하는 횡압력이 작용한다. 그 결과 하반이 상반 밑으로 기어 들어가거나 상반이 하반 위로 올라가는 역단층이 생성된다. 이와 같은 두가지 형태의 단층 외에도 두 지층이 서로 수평방향으로 어긋나는 형태의 주향이동단층이 생성되기도 한다.

시속 700km로 전파된 쓰나미

이번 지진해일을 일으킨 지진은 위에서 설명한 역단층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진이 어떻게 해일로 이어질까. 지진규모가 크고 발생깊이가 얕아야 하며, 단층운동의 형태가 역단층 또는 정단층일 때 지진해일이 발생한다. 보통 수평이동단층 운동은 두 지각판 사이에 상하변동이 없기 때문이 지진해일을 일으키기 어렵다. 이번의 지진해일은 단층운동에 의해 해저의 지층이 순간적으로 솟아올라 바로 위의 바닷물을 강하게 쳐들어 큰 파도가 만들어져, 이 파도가 해안쪽으로 전파돼 발생한 것이다. 한편 지진뿐 아니라 해저화산 분출이나 지진으로 유발된 해저 산사태에 의해서도 해일이 일어날 수 있다. 쓰나미의 전파속도는 중력가속도×수심으로 수심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이번 지진의 경우 평균 수심이 약 4000m인 인도양 뱅골만 지역에서 시속 700km의 속도로 전파됐다. 쓰나미가 수심이 깊은 해양을 지나갈 때는 해저와의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약해지지 않고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 진앙에서 수천 km 떨어진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도 지진해일의 피해를 입은 것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쓰나미는 해안에 근접할수록 수심이 얕아짐에 따라 파장과 속도가 감소한다. 그러나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그 위력과 파고는 더욱 커져 상당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

쓰나미의 또다른 특성은 해일이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수십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켰을 때 물결이 금방 가라앉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특징 이외에도 쓰나미는 육상으로 해수가 범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수가 해안에서 먼 바다까지 쓸려 나가기도 한다. 이것은 피해지역의 위치가 단층운동의 하강쪽에 있을 때 나타난다.

해일피해가 심했던 뱅골만은 인도 동해안과 미얀마 남해안, 태국 서해안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이 원호모양으로 둘러싸고 있고 남쪽이 트인 지역이다. 그 결과 한쪽 끝에 해당하는 수마트라의 해저 지진에 의해 발생한 해일이 뱅골만 안에서 거의 빠져나가지 못하고 상호 간섭을 통해 더욱 크게 증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해안의 저지대에 인구가 밀집돼 있고, 지진해일의 발생시각이 바닷가에 사람이 많이 나와있는 낮이어서 더욱 큰 피해로 연결됐으리라 생각된다. 지진발생 뒤 해일이 태국, 인도해안까지 도달하는 데는 1∼3시간의 여유가 있었으나, 이 지역 국가들은 해일관측과 경보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고 평상시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한 지구물리학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도양 아래 지각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끼워지며 지구의 반경이 작아져, 그 효과로 지구의 자전이 빨라졌고 자전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회전하는 물체는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반경이 작아지면 회전속도가 빨라진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팔을 오므릴 때 더 빨리 회전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산상의 결과이며, 실제로 지구의 반경이 얼마나 작아졌는지, 그에 따른 자전속도의 변화가 있었는지는 측정이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각판이 겹쳐져 지구 반경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지진에 의한 지각판 이동은 일시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원 상태로 복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지구의 자전축은 23.5。 기울어져 있으며 이 기울기가 달라질 경우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게 된다. 축의 기울기가 줄었다면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 차이가 줄어들고 더 기울었다면 계절차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자전축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설도 역시 가능성은 있지만 그 크기는 지구환경에 거의 변화를 주지 못할 정도로 작은 양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20세기 들어 4회 정도 일어났으나, 그 때마다 지구에 눈에 띄는 환경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부 반다아체 지역의 이성사진. 쓰나미가 덮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광경을 비교해보면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 20세기에 4회 발생

이제 우리나라에서의 지진해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나라 해안에서의 해일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비교적 상세히 수록돼 있다. 해일은 보통 지진에 의한 지진해일과 바람에 의한 폭풍해일로 나눌 수 있는데, 역사기록에서는 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조선시대 이래 우리나라 연안에서 기록된 해일은 총 48회에 달하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지진기록과 대조해 확실히 지진해일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기록은 이들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조사연구를 통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1668년(현종 9년)에 평안도 철산에서 일어난 해일은 중국 산동성 지진에 의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681년(숙종 7년)에 강원도 양양에서 일어난 해일 역시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료에 의하면 양양의 해수가 넘치고 설악산 신흥사 계조굴 거암이 붕괴됐다고 한다. 한편 1741년(영조 17년)에는 경상도 평해 등 9개군에 해일이 일어났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일본 북해도 남서쪽 지진과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총 4회다. 첫번째는 1940년 8월에 강원도 삼척에 내습한 해일로서 피해는 어선 10여척 유실, 가옥전파 10여호 정도다. 두번째는 1964년 6월 일본 아끼다 해안의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로서 우리나라의 피해는 경미했다. 세번째는 1983년 일본 아끼다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7.7의 지진에 의한 해일이다. 이 당시 강원도 울진, 임원 등 동해안에서는 파고가 3∼4m에 달했으며, 사망·실종 3인, 부상 3인, 선박 20여척과 가옥 30여호의 피해를 가져와 피해액이 당시 금액으로 약 4억원에 달했다. 당시 해일이 임원항의 방파제를 넘어 들어와 선박이 건물 옆까지 들어왔고, 건물의 1층이 침수되기도 했다. 네번째는 1993년 동해의 일본 쪽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해일로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약 4억여원의 재산손실을 가져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동해의 일본 쪽에서 발생하는 대지진에 의한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동해안은 계단형 지형으로서 활용이 가능한 토지가 좁아 해안의 저지대에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산업시설물들이 밀집돼 있고 주거지도 형성돼 있어, 이런 해안지역에서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서남해안은 간만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만조시에 우연히 해일이 덮칠 확률도 작고, 과거의 기록을 봐도 지진해일의 발생확률이 동해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지진해일의 원인이 되는 지진들은 대부분 동해의 일본 쪽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안까지 도달하는데 약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러나 동해안에 가까운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는 대비에 필요한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든다.

지진해일은 날씨와 관계없이 발생하므로, 어느 날 동해안 해수욕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을 때 예고없이 지진해일이 덮친다고 생각해보라.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다행히 우리나라 기상청은 일본측과의 협력으로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을 통보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통보에 걸리는 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가능하다면 국내 지진관측망으로 좀더 빠른 시간에 이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저 지진계의 설치 등 적극적인 지진관측이 필요하다.

좀더 효과적인 대책수립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한 기초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의 지진관측망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확충되기 시작했으며, 지진연구는 출발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진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우선돼야 하며, 이를 운용할 독립된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 기상청, 지질자원연구원 등 소그룹으로 흩어져 있는 지진연구와 관측기관들을 모아 독립된 하나의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1983년 일본 아끼다 해안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동해안이 해일 피해를 입었다. 해일이 임원항의 방파제를 넘어 들어와 선박이 건물 옆으로 밀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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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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