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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등뼈가 휘고 있다

척추측만증 10대 전후 발생, 여학생 빈도 더 높아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척추다. 척추는 인체의 대들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척추와 관련된 질병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는 각종 조사 자료가 발표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2002년 10월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팀이 서울 시내 초등학생 5백40명을 조사한 결과, 5.4%가 척추 측만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서울시 학교보건원이 초등학생 9천4백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 4.7%와 비슷한 비율이다. 척추가 10。에서 40。 이상까지 휘어지는 증세가 척추 측만증임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한편 2002년 4월 전북 가족보건복지협회가 4개 초등학교와 3개 중학교 학생 1천8백95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53.7%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척추가 휘거나 뒤틀리는 등 척추와 관련된 각종 이상 증세를 보였다. 물론 척추 측만증에 국한된 수치는 아니지만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들의 척추가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자세로 장시간 일할 경우, 나쁜 자세로 걷거나 수면을 취할 경우에는 뼈와 근육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척추에 좋지 않다.

특히 청소년기는 뼈와 근육이 급속히 성장하는 시기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생 동안 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최근 TV의 한 프로그램에서도 척추 측만증을 앓고 있는 14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척추 측만증은 무엇이고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옆으로 휘어지는 척추

척추 측만(側彎)이란 말 그대로 앞이나 뒤에서 봤을 때 일직선을 이뤄야 하는 척추가 중앙의 축으로부터 벗어나 한쪽 옆으로 구부러지면서 C자 또는 S자로 변형된 상태를 뜻한다. 척추의 각도가 10。 이상 휘어진 경우 척추 측만증에 해당하는데,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휘는 형태를 척추 측만증, 앞으로 구부정해지는 형태를 척추 후만증이라고 부른다. 보통 척추 질환은 외형상으로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는 반면, 척추 측만증 환자는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척추의 형태 자체가 기형적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외관상의 문제를 겪게 되고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소모되는 문제점을 낳는다.

척추 측만증은 보통 성장이 빠른 시기인 14세 이전에 발생하기 시작하며,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발생 빈도가 높아서 그 차이가 무려 4-7배 정도로 더 많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의학자들이 척추 측만증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연구조사를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청소년기에 왜 척추측만증이 생기는지, 그리고 왜 여학생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은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결과가 없는 실정이다.

척추 측만증은 크게 비구조성 측만증과 구조성 측만증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을 찾는 척추 측만증 환자 중 80-90%는 비구조성 측만증인데, 원인은 주로 골반에 있다. 즉 골반이 비뚤어지면서 허리 통증을 느끼거나 비뚤어진 골반을 따라 척추가 휘면서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를 교정하거나 원인을 치료해주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문제는 척추 자체의 문제로 발생하는 구조성 측만증이다. 구조성 측만증은 휘어진 부위에 유연성이 없어 자세를 교정하거나 원인을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척추에 선천적인 결함이 있거나 신경·근육성 장애, 종양이나 감염이 있을 경우 구조성 측만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85% 정도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계백병원의 석세일 소장(척추센터)에 따르면 “최근 10대 초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검진에서 전체 3% 이상 학생들의 척추가 휘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석 소장은 “구조성 척추 측만증의 경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척추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10세 전후의 청소년기에 척추의 기형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어른이 된 다음에도 조금씩 휘어지면서 심한 기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허리의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고 목과 어깨의 피로도가 증가하며, 척추 관절염 등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올 수 있다. 심할 경우에는 신체의 흉부 및 복부의 장기를 압박함으로써 심폐기능을 떨어뜨린다.

뚜렷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

한때는 장시간 허리와 목을 구부리고 책상에 앉거나 다리를 꼬는 등 바르지 못한 자세, 청소년의 체격에 맞지 않는 책걸상, 무거운 책가방을 한쪽으로만 메는 습관, 한쪽으로만 누워서 자는 습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측만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하나의 가설로만 존재할 뿐이다. 연구자들은 지금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척추 측만증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척추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측만증은 만곡이 진행되기 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육안으로 관찰하는 전방굴곡검사다. 등을 앞으로 구부려서 등의 돌출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만곡의 크기나 환자의 성장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정하는데, 보통 13세 이하에서 만곡이 25。 이상이 되면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하며, 40-50。 이상이 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보조기구는 만곡을 교정한다기보다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하루 22시간 이상 착용해야 한다. 50。가 넘는 경우에는 성인이 된 후까지 척추의 기형이 이어져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 교정을 실시해야 한다.

석 소장에 따르면 척추 측만증 환자 모두 척추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석 소장은 “보조기 착용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신체 활동을 제한하고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휘어진 각도가 10-25。의 경우라면 무리하게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수술을 시도하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지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척추의 이상 유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옷을 벗은 상태에서 실시한다. 예를 들어 바로 눕고 엎드리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좌우가 비대칭인지, 자유롭게 양손과 양다리를 움직이는지 살핀다. 서있는 상태에서는 양발 사이의 각도를 30。 정도 벌리고 양무릎 사이의 간격이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지는지, 근육 한쪽이 왜소한지, 아킬레스건이 바르게 위치하는지, 양쪽 골반이 같은 높이에 위치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또한 차려 자세에서 어깨선이 비뚤어지거나 팔 길이가 달라진 경우, 신발 굽이 한쪽으로만 닳은 경우, 벨트나 바지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척추 측만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결과에 이상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X선 촬영을 통해 정확히 판별해야 한다.

등받이와 쿠션 있는 의자가 좋다

전문가들은 “척추 측만증은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자세를 피하는 것이 그나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한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1974년 북유럽 정형학회 저널에 발표된 앤더슨의 논문에 따르면 서있는 자세에서 허리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은 바른 자세로 앉았을 때 걸리는 압력에 비해 35% 정도 낮고, 앞으로 기울여 앉은 자세보다는 50% 정도 낮다. 국내 전문가들도 의자에 앉는 자세가 서있는 자세보다 편할지는 몰라도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은 배로 늘어난다고 경고한다. 즉 앉은 자세는 눕거나 서있는 자세에 비해 허리에 걸리는 압력이 매우 커진다.

따라서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은 현대인들이 허리를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르게 앉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르게 앉는 자세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자세가 바르게 앉는 자세일까. 전문가에 따르면 허리에 좋은 자세는 의자에 깊숙이 앉아 허리를 등받이에 기대고, 바닥의 발판이 발뒤꿈치 쪽으로 약간 기울도록 앉는 자세다. 의자의 등받이는 1백10。 정도 뒤로 기울어지고, 책상은 제도 책상처럼 몸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이 좋다. 등이 등받이에 가능한 많이 닿도록 기대는 자세는 척추의 부담과 근육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 이때 허리 뒤에 조그만 쿠션을 받치면 힘의 분산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등받이 없는 의자에 허리까지 구부리고 앉는 자세는 위험하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영우 교수는 체중이 70kg인 사람이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의자에 앉을 경우 자기 체중보다도 약 20% 많은 약 85kg 정도의 부담을 허리에 주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앉아서 무릎이 구부러진 자세를 지속하면 무릎 관절 내에 압력이 올라가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다리를 펴주는 동작도 필요하다.

석 소장은 “척추 측만증은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긴 어렵겠지만, 평소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척추 측만증의 발병 수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척추와 관련된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왕도는 없다. 청소년 스스로 척추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바른 습관을 갖고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쉽고도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


척추 질환 환자에게 좋은 운동은 물 속에서 하는 에어로빅인‘아쿠아로빅’이다.
 

고질적인 허리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의사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운동은 바로 수영이다. 물 속에서는 허리에 부담을 덜 주면서도 몸을 움직여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킬 있기 때문이다.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초기에는 물 속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높이가 가슴 정도에 이르는 풀 내에서 천천히 왕복하다가 점차 속도를 높인다. 빠르게 걷기가 익숙해지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등을 곧게 펼 수 있는 배영으로 허리를 단련시킨다.

수영 못지 않게 좋은 운동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걷기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9년 요통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수단으로 걷기 운동을 추천했다. 만성 요통 환자들의 98%가 걷기만으로 증상을 개선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 운동은 척추나 무릎관절, 디스크(물렁뼈) 등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허리의 유연성을 기르고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처음에는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속도인 시속 4km 이하로 천천히 걷다가 걷기가 몸에 익숙해지면 시속 6-7km 정도로 약간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주 4회 이상,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한번에 30분씩 걷는 것이 좋다고 추천한다. 걷는 자세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당기며 허리를 편 채로 성큼성큼 걷는 것이 좋다.

수영이나 걷기 외에 허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운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릎을 구부리고 누워서 복부에 힘을 주면서 허리를 바닥에 밀착시키는 운동이다. 등을 대고 누운 후 무릎을 세워 발바닥을 바닥에 대고 팔을 양옆에 놓는다. 이때 허리가 조금 들리게 되는데, 복부와 허리에 힘을 주면서 허리가 바닥에 닿도록 한다. 둘째 바로 누운 자세에서 양손으로 무릎을 감싸 머리 쪽으로 잡아 올리는 무릎 구부려 가슴대기 운동이다. 등을 대고 누운 후 두 손을 이용해 무릎이 가슴에 닿도록 구부리고 멈춘다. 셋째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자세에서 윗몸을 30˚ 정도 일으켜 멈추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넷째 무릎을 펴고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굽히는 운동이다. 이런 동작들을 하루에 2-3번, 한번에 5-10회 정도씩 반복하면 튼튼한 허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요통 환자들이 피해야 하는 운동은 볼링이나 테니스다. 이런 종류의 운동은 한쪽 방향으로 허리를 비틀게 되기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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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장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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