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플롯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보통 따돌림 당하는 과학자)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재난이 임박함을 절박하게 호소한다. 그러나 정부나 주류 과학자는 들은 채 하지도 않는다. 결국 일이 터지고 주인공이 수습을 하면서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이번 쓰나미를 둘러싸고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영화와의 차이는 재난을 예측한 과학자 역시 막상 상황이 전개됐을 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케리 시 교수는 인도네시아 지역을 10여년 간 연구해온 지질학자다. 그가 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사상 대형 지진이 여러차례 강타한 곳이기 때문. 그런데 그는 여기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했다. 즉 수마트라 지역은 대형 지진들이 무리를 이루며 발생했던 것. 1797년 규모 8.2, 1833년 8.7, 1861년 8.5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1907년에서 1999년 사이에는 큰 지진이 없었다. 그런데 2000년 7.8, 2002년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쓰나미의 발생을 예측,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캐리 시 교수.


해안은 호주-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은 수마트라 서해안에서 대략 200km 떨어져 해안선과 나란히 진행하는 해구 아래 5km 지점에서 만난다. 호주-인도판은 북북동 방향으로 매년 6cm씩 이동하는데 해구 아래에서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간다. 시 교수는 “두 판이 미끄러지지 않고 수세기에 걸쳐 맞물려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수m가 어긋나며 큰 지진을 일으킨다”며 지진이 주기성을 지니며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수마트라 서해안은 호주-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경계지점으로 역사상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난 곳이다.
 

역사상의 패턴과 최근 관측결과를 종합할 때 대형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의 발생을 예견한 시 교수는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해 7월에는 포스터와 소책자를 직접 만들어 이번에 쓰나미로 폐허가 된 섬들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관리를 만나 대중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설득할 예정이었으나 관리들이 “예산이 없으므로 만나도 소용없다”며 막판에 약속을 취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수는 “지진이 정확히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 지역이 매우 위험하며 조만간 일이 터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했다”며 “우리는 쓰나미가 대재앙일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고 한탄했다. 시 교수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 남쪽의 지각판에 응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또다른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사실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PTWC)도 1946년 4월 1일 알래스카의 알류산 열도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수천km 떨어진 하와이에 쓰나미가 몰아닥쳐 큰 피해를 입은 이후 설립됐다.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 뒤 5시간 뒤에 하와이를 덮친 해일은 15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48년 설립된 경보센터는 그 뒤 지금까지 태평양에서 다섯차례 발생한 대형 쓰나미 모두에 대해 경보를 발동했다. 그러나 15회는 잘못된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아무튼 태평양에는 해수면 파도 감시기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에 쓰나미가 일어난 인도양에는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상태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2년에도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경비 2백만달러(약 20억원)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아 백지화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쓰나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지진해일 22만명 목숨 앗아가
쓰나미 지난 7월 예견 - 정부 외면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 해양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