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가 3종인지 단일종인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고생물학계가 뜨겁다. 2월 공룡연구자인 그레고리 폴과 스콧 퍼슨스 미국 찰스턴대 교수 연구팀은 학술지 ‘진화생물학’에 티라노사우루스가 3종이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7월에는 토마스 카 위스콘신대 교수 연구팀이 티라노사우루스는 단일종이었다는 반박 논문을 게재했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함께 이번 논쟁에 대해 살펴봤다.
Q 티라노사우루스 종 논쟁으로 치열합니다.
고생물학은 멸종된 동물을 화석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문제는 화석만 가지고 종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공룡 연구자들은 ‘형태가 다르면 다른 종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는 합의를 통해 공룡을 분리해 왔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화석 증거가 제시돼야 해요.
이번 논쟁은 티라노사우루스가 3종이라는 쪽의 화석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Q 3종을 주장하는 논문은 아래턱의 치아 갯수와 대퇴골(넓적다리 뼈)의 강건함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이걸론 부족한가요?
척추동물에서 종을 분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뼈입니다. 하나의 공룡 계통을 분석할 때 보통 600개 이상의 특징이 있는데 그 중 40%가량이 머리뼈 특징일 정도입니다. 수많은 뼛조각으로 이뤄져 있어 각각의 형태와 관계가 다르거든요. 3종을 주장한 연구팀은 머리뼈에서 개체 간 차이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파충류는 치아가 빠졌다가 다시 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자라면서 얼굴 형태가 달라지기도 하죠. 그래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자라면서 치아 개수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몸의 뼈는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 간 차이가 있어요. 사람만 하더라도 덩치나 뼈의 강건함이 사람마다 다르죠. 따라서 대퇴골의 강건함이 다르다고 해도 ‘공룡의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는 증거로 보기 어렵습니다.
Q 그럼 티라노사우루스가 단일종이라는 주장이 맞는 건가요?
고생물 연구자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새로운 학명을 붙이려는 ‘스프린터’라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최대한 종을 묶으려는 ‘럼퍼’들이죠. 올해 논쟁은 스프린터와 럼퍼 간의 충돌입니다. 지금은 티라노사우루스가 3종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단일종이 아니라는 증거가 발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빈약한 데이터로 나온 결론이 새로운 근거를 통해 다시 재정립되는 과정이 바로 고생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