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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성체줄기세포의 세포 ‘리필’ 능력은?

발생학 강의

[첫 번째 질문] 

 

성체줄기세포의 세포 ‘리필’ 능력은?

 

우리 몸은 하루에 세포를 몇 개나 잃어버릴까요? 1만 개? 10만 개? 정답은 훨씬 더 큰 숫자입니다. 24시간동안 10억 개가 넘는 혈구세포와 혈관 속 면역세포가 혈액에서 사라지고, 100만 개가 넘는 피부세포가 떨어져 나갑니다. 몸이 제 기능을 하려면 이렇게 죽은 세포들을 새로운 세포들로 채워야 합니다. 이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성체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무한한 세포분열을 통해 계속해서 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다시 분화능력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먼저 배아줄기세포의 경우에는 태반과 같은 배아 바깥 조직을 제외한 우리 몸의 세포들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근육세포, 피부세포, 장세포, 신경세포 등 종류에 관계없이 말이죠. 이런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만능성(pluripotency)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성체줄기세포는 만능성보다 한 단계 아래의 분화능력인 다능성(multipotency)을 갖고 있는데요. 같은 계열에 속하는 세포들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세포나 성상교세포와 같이 신경계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지만 피부세포나 근육세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과학자들은 성체줄기세포 대신 체세포줄기세포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성체줄기세포가 성체 또는 어른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배아 발달을 마친 어린개체에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성체줄기세포의 뛰어난 분열 능력


성체줄기세포의 가장 큰 역할은 유실되거나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과 기관들이 성체줄기세포를 갖고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주기가 비교적 빠른 피부와 장, 혈액을 비롯해 재생주기가 긴 신경계와 근육 등에 성체줄기세포가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가 처음 발견된 건 1960년대입니다. 캐나다 토론토대와 온타리오 암연구소에서 일하던 제임스 틸 박사와 어니스트 맥컬로치 박사 등이 골수에 혈구세포와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는 조혈모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doi:10.1002/jcp.1040690208


과학실험에는 항상 가설이 따르죠. 연구진은 골수 안에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는 성체줄기세포가 있다면 골수 안의 세포는 줄기세포의 특징 두 가지, 즉 끊임없이 분열해서 성체줄기세포를 만들어 내고 또한 다양한 혈액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쥐 세 마리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쥐 A에는 방사선을 쪼여 더 이상 새로운 혈구세포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했고요. 정상인 쥐 B에서 골수를 뽑아 쥐 A에 이식했습니다(그림 1단계). 그 결과, 골수이식 없이는 벌써 죽었을 쥐 A가 쥐 B로부터 받은 골수 덕분에 살아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골수 안의 세포가 여러 혈구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입니다.

 

 

자, 그럼 남아 있는 다른 한 가지 줄기세포의 특징을 증명할 차례인데요. 연구진은 또 다른 쥐 C에 방사선을 쪼인 뒤, 죽다 살아난 쥐 A의 골수를 쥐 C에 이식했습니다(그림 2단계). 그 결과, 방사선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혈구세포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쥐 C가 이식받은 쥐 A의 골수 덕분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앞서 쥐 A는 쥐 B의 골수를 이식 받았습니다. 즉 두 번째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쥐 B의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가 여러 가지 혈구세포로 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 번째로 이식 받은 쥐 C까지 살릴 수 있을 만큼 분열에 분열을 거듭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피부의 가장 바깥에 위치한 표피는 2주만 지나면 몸에서 다 떨어지고 적혈구는 겨우 4개월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데, 이들의 빈자리를 열심히 채워주는 성체줄기세포가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질문] 

 

성체줄기세포를 ‘저축’한다?

 

몸 안팎의 환경에 끊임없이 상처받고 유실되는 우리 몸의 세포들을 위해 성체줄기세포는 매일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한 조직의 성체줄기세포라고 해서 다 같은 세포들이 아닙니다.

 

 

성체줄기세포의 발견은 의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정 세포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거나 갑자기 그 수가 줄어 병이 생기는 경우에 성체줄기세포를 해당 세포로 분화시킨 뒤, 환자에게 이식하면 질병의 뿌리를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미국 록펠러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로 털이 나지 않는 쥐(흔히 누드 마우스(nude mouse)라고 부릅니다)의 피부에 정상 쥐에서 추출, 배양한 모공줄기세포를 이식해 피부에서 보송보송 털이 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143페이지 사진).

doi:10.1016/j.cell.2004.08.012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골수이식입니다. 또 수는 적지만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일에는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만성척추손상 치료의 첫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doi:10.1016/j.stem.2018.05.014

 

 

‘잠자는’ 몸속의 성체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가 가진 엄청난 치료 잠재력의 비밀은 과학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초창기의 연구자들은 ‘표시 유지 실험(label retention assay)’을 통해 성체줄기세포 일부가 세포분열을 거의 하지 않거나 또는 느리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표시 유지 실험은 말 그대로 한 세포에 표시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그 세포가 여전히 표시
를 지니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입니다. 세포에 표시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BrdU’라는, DNA 염기 중 하나와 비슷하게 생긴 합성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BrdU가 어찌나 DNA 염기와 비슷하게 생겼던지, 세포는 몸에서 만들어진 DNA 염기와 BrdU를 구분하지 못하고 DNA 복제 시 BrdU를 새 유전물질에 끼워 넣습니다. 따라서 세포를 BrdU에 잠시 노출시키면 세포를 BrdU로 표시하는 게 가능합니다. 표시를 충분히 한 뒤에는 BrdU 주입을 멈춥니다. 그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포에는 BrdU가 들어가지 않고 세포가 직접 만든 DNA 염기가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일수록 BrdU를 빨리 잃고, 느리게 분열하는 세포일수록 BrdU를 세포 안에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아집니다(위 그림). 연구자들은 BrdU 표시를 통해 느리게 분열하는 세포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배아 발달을 끝낸 개체의 조직과 기관에 세포분열을 하지 않거나 유난히 느리게 하는 세포가 있고, 그들이 성체줄기세포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성체줄기세포 중 일부가 쿨쿨 ‘잠을 자는(quiescent)’ 셈입니다.

 

 

 

두 가지 성체줄기세포 필요한 이유


한편 성체줄기세포 중에는 잠을 자지 않고 근면하게(?) 세포분열을 하는 세포도 있습니다. 이런 세포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몸의 특정 기능을 하는 체세포로 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조혈모세포, 피부줄기세포, 장줄기세포 등이 모두 천천히 분열하는 성체줄기세포와 빨리 분열하는 성체줄기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 몸은 왜 세포분열 속도가 다른 두 가지 성체줄기세포를 모두 필요로 할까요. 과학자들은 일종의 ‘저축’일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습니다. 즉 유실되거나 상처 입은 세포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은 빨리 분열하는 성체줄기세포의 역할이고, 이 성체줄기세포가 생명을 다하거나 또는 훼손되면 천천히 분열하는 성체줄기세포가 잠에서 깨어나 빨리 분열하는 성체줄기세포로 변한다고 말이죠.

 

doi:10.1126/science.1180794

 

성체줄기세포가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워낙 막중한 임무를 하다 보니, 나중을 대비해 저축까지 해놓는 아주 똑똑한 시스템입니다.

 

 

최영은
미국 바드대에서 생물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발생학 및 재생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우는 과학이 아닌 질문하는 과학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과학교육에 발을 담그게 됐다.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부에서 유전학, 발생학 등을 가르치며 새로운 대학 과학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yc709@georgetow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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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은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 에디터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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