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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과 목성의 랑데부

달까지 동참하는 10일 관측하기 좋아

 

행성들의 만남^지난 2002년 5월, 행성들이 초저녁 서쪽하늘에 모인 것을 도심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다. 가장 밝은 행성이 바로 금성이다. 금성의 약간 위쪽에 위치한 두 행성은 화성과 토성이다. 이처럼 행성들이 모이는 현상은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아마추어들에게 인기가 높다.


동트는 새벽하늘.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동쪽 지평선 위로 머리를 내민다. 잠시 후 또다른 밝은 별 하나가 떠오르면서 서로 짝을 이루듯 마주선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두 별이 서로 만나 어울리는 장관이 11월 밤하늘에 펼쳐진다.

11월 새벽 동쪽하늘에 밝은 별 하나가 있다. 바로 금성이다. 내행성인 금성은 지난 봄에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보이다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 후, 초여름부터 새벽 동쪽하늘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의 새벽, 금성의 해뜨기 전 고도는 30°나 돼 새벽하늘에서 가장 눈에 띈다. 내행성인 금성은 이렇게 초저녁과 새벽을 왔다갔다하며 하늘을 여행한다.

5일 낮에 가장 가까이

이 무렵 목성이 점차 새벽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난 여름에 서쪽하늘 지평선으로 사라진 후 이제 다시 새벽의 동쪽 지평선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부분의 외행성은 내행성과 달리 새벽 동쪽하늘에 나타나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면 저녁 서쪽하늘로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번에 나타난 목성은 올 겨울과 내년 봄 동안 우리에게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다면 11월 새벽 동쪽하늘에 금성과 목성이 동시에 나타났으니 뭔가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행성들은 천구에서 황도 면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밝은 두 행성인 금성과 목성의 만남은 특별한 관심거리다.

동쪽하늘에 밝은 두 행성이 빛나면서 새벽의 밤하늘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날이 지나면서 두 행성은 상당히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매일 일찍 일어나 같은 시각에 두 행성을 살펴보자. 금성은 비교적 일정한 고도에 머물지만 목성은 날이 갈수록 고도가 점차 높아진다. 목성이 점차 금성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찬란한 빛을 발하는 두 행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는 11월 5일이다. 이날 두 행성은 달의 시직경과 비슷한 33′ 거리까지 접근한다. 즉 두 행성 사이에 달을 넣으면 딱 들어갈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두 행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날 왼쪽 위에 있는 것이 금성이고, 목성은 오른쪽 아래에 떠있다.

두 행성이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는 5일 낮이다. 따라서 5일 새벽과 6일 새벽 무렵이 절호의 관측 시점이다.

그렇다면 실제 관측은 어떻게 해야 할까? 5일이나 6일 해뜨기 약 1시간 전쯤인 새벽 6시경에, 점차 밝아지는 동쪽하늘을 바라보자. 아직 어둠이 채가시지 않아 별들이 많이 반짝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밝은 두 별을 찾으면 된다. 바로 금성과 목성이다.

맨눈으로 보면 최접근시를 약간 벗어난 시각이므로 달의 시직경보다 조금 더 멀리 두 행성이 떨어져 있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인데 밝은 별이나 행성이 이처럼 근접하는 장면은 매우 드물다. 매우 밝은 두 행성이 이처럼 누가 밝은지 경쟁하듯 붙어있는 모습은 장관일 수밖에 없다.

쌍안경으로 보면 좀더 흥미롭다. 맨눈에 비해 두 행성이 특별히 더 잘 보일 것은 없지만 좀더 밝고 뚜렷하게 보인다. 맨눈으로 볼 때보다 두 행성의 거리를 좀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뭐니뭐니 해도 금성과 목성의 근접 현상은 천체망원경으로 봐야 가장 좋다. 망원경 관측시 두 행성을 함께 보려면 저배율로 한다. 망원경에서 두 행성이 함께 보이는 모습은 색다른 맛을 풍긴다. 더구나 망원경의 집광력 때문에 금성과 목성의 빛은 눈을 찌를 듯 강렬하다. 배율을 높이면 반달형보다 좀 통통해진 금성과 옅은 줄무늬가 있는 원반형의 목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배율에서는 다른 별처럼 점으로 보이면서 함께 밝기를 경쟁하는 듯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모습을 사진에 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표준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리고 조리개를 연 다음, 20초 가량 노출을 주면 두 행성을 찍을 수 있다. 천체사진에서 고정촬영법이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천체망원경으로도 찍을 수 있다. 망원경의 접안부에 카메라를 직초점방식으로 연결한 후 5분간 노출하는 것이다. 노출 시간을 길게 주는 이유는 사진에 입체감을 주려고 뒷배경으로 잔별을 찍기 위해서다.

천체망원경의 직초점촬영에서 유의할 점은 두 행성이 적절히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다. 망원렌즈나 단초점 굴절망원경이라면 11월초 또는 11월 10일 이후가 달이 없어서 더 좋다. 망원렌즈로 며칠에 걸쳐 찍어보면 두 행성의 상대적 위치변화를 기록할 수 있다. 이 사진은 내행성과 외행성의 천구에서의 운동을 비교해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의외로 행성의 위치가 급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2000년 겨울에는 목성과 토성이 황소자리에서 만났다. 두 행성이 근접한 것을 찍은 것으로 밝은 것이 목성이고 두번째로 밝은 것이 토성이다.


12월엔 금성과 화성의 만남

10일에는 신기하게도 달이 두 행성 사이에 위치한다. 이날 달은 월령 26.7로 아주 얇은 그믐달이다. 목성의 밝기는 -1.7등급이며 금성은 -4.0이다. 이때는 두 행성이 약 5° 가량 떨어져 있어 쌍안경에서 이 세 대상을 함께 볼 수 있다. 5일에 비해 두 행성 간 거리는 조금 더 멀지만, 달과 어우러진 모습이 환상적이다.

행성의 만남은 12월에도 한차례 발생한다. 다만 그 대상이 목성이 아니라 다소 어두운 화성으로 바뀐다. 바로 12월 6일 금성과 화성이 약 1° 범위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12월 10일에는 두 행성의 옆에 달이 위치한다. 이 무렵 화성의 밝기는 1.7등급으로 다소 어둡다. 하지만 화성 특유의 붉은 빛이 금성의 노란빛과 대조를 이루며 매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200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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