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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우리집 고양이는 왜 화장실을 못 가릴까요?

반려동물 고민 상담소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1%인 593만 가구로, 반려견은 약 662만 마리, 반려묘는 약 232만 마리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셈인데요.

 

강아지를 키울까 고양이를 키울까 고민하다가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양이가 화장실을 스스로 잘 가리는 깨끗한 동물이고, 잘 짖지 않는 데다가,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덜한, 손이 덜 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상당수의 고양이는 화장실을 잘 가리지 못합니다. 모 살만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12개 동물보호소에서 보호자가 양육을 포기한 고양이의 가장 큰 문제 행동이 바로 잘못된 배뇨였습니다. 또 2005년 미국, 캐나다, 호주의 동물행동의학전문클리닉에 내원한 고양이 225마리 중 58%가 배뇨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화장실이 아닌 곳에 배뇨를 하는 고양이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수평인지 수직인지 배뇨 방향 확인해야


“고양이가 배뇨한 곳이 바닥인가요, 아니면 벽인가요?”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는 고양이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의외로 고양이의 배뇨 방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만약 고양이가 침대, 발판용 매트, 카펫 위 등 수평한 방향으로 배뇨를 해놨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경우 먼저 방광염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방광염이 있으면 배뇨 시 엄청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화장실을 기피하게 됩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화장실이 너무 더럽거나, 화장실의 모래 종류나 위치가 마음에 안 들어서 화장실을 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주인이 만들어준 화장실보다 더 마음에 드는 배뇨 장소를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깨끗한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하루에 두 번씩 화장실을 청소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모래를 전부 갈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모래의 종류도 중요한데, 대부분의 고양이는 향이 없는 부드러운 모래를 좋아합니다. 큰 알갱이의 우드 칩이나 크리스털 재질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맨발로 걸을 때 자갈밭 보다는 모래밭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화장실의 크기와 위치도 중요합니다. 고양이는 배뇨하고 돌아서서 모래를 덮어야 하는데 공간이 너무 좁으면 이런 행동을 하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때문에 꼬리를 제외한 몸 길이 1.5배 이상의 커다란 화장실을 만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만약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면 화장실을 고양이의 수보다 하나 더 만들어 여러 군데 놔줘야 합니다.

 

또 고양이는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거나 전자제품 소리로 시끄러운 공간보다는 조용한 장소에 있는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화장실을 마련해 준다면 다시 모래 화장실을 사용하게 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벽에 영역표시


문틀과 벽 등 수직 방향으로 배뇨하는 고양이는 배뇨 행동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영역표시 행동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관절염이 없다면 고양이는 대체로 쭈그려 앉아 배뇨를 합니다. 즉 서서 벽에 오줌을 뿌려놓지 않습니다. 만약 수직 방향으로 배뇨를 한 흔적이 있다면, 최근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사를 하는 큰 변화부터 사료가 바뀌는 작은 변화까지 모두 스트레스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함께 사는 가족입니다. 동거인이나 동거 동물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 고양이는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집 주변에 사는 길 고양이들이 많은 경우에도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반려묘들의 관계는 아주 미묘한 만큼 신경 써서 관찰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를 알아차리기 어려운데요. 동거묘들끼리 서로 핥아주는지, 온몸을 스치며 인사를 하는지, 자주 같이 잠을 자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친밀한 관계를 ‘선호하는 동료(preferred associate)’라고 부릅니다.

 

만약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함께 사는 고양이들끼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스트레스에 대한 표현으로 영역표시를 하는 거죠. 영역표시를 하는 고양이들을 위해서는 환경 개선이 필수입니다. 만약 환경을 개선해도 이런 문제가 지속된다면, 꼭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모래에 배뇨하고 파묻는 행동을 하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본능을 거스른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혹은 화장실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심리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거죠. 행동으로 말하는 고양이들의 마음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가 말하는 고양이의 문제 행동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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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아 수의사(미국 UC데이비스 수의과대 동물행동의학과 전문의과정)
  • 에디터

    최지원
  • 에디터

    [일러스트]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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