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청어가 방귀를 뀌는 까닭은 무엇일까. 화장실 유머가 아니다. 노벨상 시즌에 맞춰 재미있으면서도 엽기적인 연구에 주는 ‘이그노벨상’ 중 생물학상을 받은 주제다. 이그노벨상은 모두 10개 분야로 올해로 14회째다.
생물학상은 청어가 밤에 방귀를 뀜으로써 ‘적의 등장’을 동료에게 알린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에 돌아갔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 로버트 배티 연구팀은 청어가 수면 위에서 공기를 삼켜 부레에 보관하다가 ‘위기상황’ 이 닥치면 항문을 통해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상을 받은 미 코네티컷대의 미셜 터베이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7명에게 센서를 붙인 뒤 훌라후프를 돌리게 했다. 돌리는 속도를 달리하면서 뇌의 변화를 측정해 뇌가 훌라후프를 돌리기 위해서는 한번에 18가지의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무릎과 발목, 그리고 허리의 관절들을 입체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다.
또 연구팀은 비디오촬영을 통해 훌라후프를 오래 돌리려면 허리와 발목에 의한 전후운동과 무릎에 의해 조절되는 상하운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화학상은 영국의 코카콜라 제조회사가 받았다. 영국 템스 강물을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 을 동원해 완벽하게 정화시켰다며 생수 ‘다사니’ 를 출시한 회사다. 하지만 이 생수가 수돗물을 정수한 것이며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올해 초 밝혀지면서 망신을 샀다.
의학상은 컨트리 음악이 자살충동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미 어번대 제임스 군들라흐 연구팀이 받았다. 연구팀은 미국 내 49개 도시의 자살률을 비교한 결과 라디오에서 컨트리 음악이 자주 방송될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컨트리 음악에는 낙담이나 허무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현재 미국에서 주 50회 이상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브래드 패슬리의 컨트리음악 ‘위스키 자장가’ (Whisky Lullaby)가 자살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심리학상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에 돌아갔다. 미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지원자들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며 비디오 속에 등장한 사람들이 농구공으로 얼마나 많은 패스를 하는지 세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고릴라옷을 입은 여자가 비디오에 등장해 걸어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비디오에 더 집중하도록 요구 받은 집단일수록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과학 학술지에 제출한 이 연구논문의 제목을 ‘한가운데 있는 고릴라’ 라고 지었다.
대중보건상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떨어진 뒤 5초 안에만 먹으면 괜찮다는 연구, 공학상은 머리가 벗겨진 사람을 위해 개발된 빗에 돌아갔다.
‘이그 노벨상’ (Ig Nobel Prize)이란
‘품위 없는’ (Ignoble)이란 단어의 첫 두 글자인 ‘이그’ (Ig)를 노벨상과 합성한 말. 미 하버드대의 과학잡지(AIR)가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했다. 올해 시상식은 9월 30일 하바드대에서 열렸으며 배꼽 잡는 주제는 물론 세태를 비꼬는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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