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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이 아니다

일상의 신체활동 늘리는게 건강비결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이 아니다


운동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상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쟁적으로 다이어트와 운동을 한다. 해마다 여름을 앞둔 6월은 전국의 모든 헬스클럽이 만원이다. 여태 게으름을 피우던 이들도 몸을 만들기 위해 없는 시간과 돈을 쪼개어 이 대열에 참여한다. 살도 빼주고 몸짱도 만들어주고 10kg짜리 바벨도 거뜬히 들게 해주는 운동.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동전의 양면과 같이 우리가 모르는 운동의 또다른 얼굴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이 잘 살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지 아니면 현대를 사는 우리가 운동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육학부교수가 운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하는게 다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다.

운동은 스트레스다

누군가가 헬스클럽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찍어 전시한다고 하자. 걸려있는 사진 대다수는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린 고통스런 표정일 것이다.

그렇다. 운동은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몸은 운동이라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부서지고 재조립돼야만 한다.

살아있는 유기체는 언제나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를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즉 가능하면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근육도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지 않는다면 근육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근육을 키우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이 자극이 근육의 항상성을 깨뜨리게 된다. 근육은 자신에게 부하된 무게를 견디기 위해 수많은 생체물질을 조절해서 근육섬유를 두텁게 만든다. 항상성을 잃어버린 근육이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변하는 것이다. 근육이 커지고 강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항상성의 변화를 의미한다. 만일 운동의 강도를 높이면 새로운 단계에서 항상성을 찾기 위해 근육은 또다시 변신해야 한다.

그렇다면 근육은 어떻게 굵어질까. 일반 세포와 달리 근육세포는 세포 하나에 세포핵이 여러개 분포해 있다. 길쭉한 원통형태로 큰 것은 길이가 30cm에 달하므로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포핵 하나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섬유가 손상되면서 조직을 재생하라는 신호를 내보낸다. 그러면 신호를 포착한 주위의 위성세포가 손상부위로 몰려가 근섬유와 융합하면서 세포핵을 제공한다. 이렇게 첨가된 세포핵이 활동함으로써 손상된 섬유가 더 굵어진다. 이처럼 운동은 근육이 원하지 않는 변신을 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인 것이다.

이러다가 운동을 그만두면 근육은 다시 쪼그라든다. 필요 이상의 근육을 달고 사는 것은 인체대사의 관점에서 볼 때 사치스런 일이다. 근육을 유지하려면 산소와 영양분을 계속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근육질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강한 근육이 생존에 꼭 필요하다는 신호를 몸에 보내야 한다. 보디빌더들이 하루에 대여섯번 식사를 하고 수시간씩 운동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다.

운동이 근육에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심장 관절 체온 대사계 내분비계 생식계 등 인체 모든 곳에 스트레스를 준다. 운동은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지만 이는 운동자극에 대한 대응의 방식으로 변한 것일 뿐이다. 심장근육이 두꺼워진 대신 심장근육은 움직이는데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게 된다. 한편 관절과 관절 사이의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 조직이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빨리 닳을 뿐이다. 운동으로 연골이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젊은 날의 많은 노동(운동도 포함)이 노후에 관절퇴화를 부르는 것이다. 식후와 공복 때의 운동은 소화기능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 장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마라톤과 운동병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고 하지 않던 동작을 하게 되면 근육통이 생기고 관절에 무리가 간다.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 피해를 준다. 한번 알아보자.

몸을 탈진시키는 마라톤이나 체중관리가 중요한 체조와 같은 운동종목은 여성의 월경주기를 혼란시키며 뼈밀도를 감소시켜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동시에 철분의 부족으로 빈혈을 조장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성호르몬과 정자의 생성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피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이나 발바닥에 굳은살이 형성된다던가 피부노화가 빨라지고 무좀과 같은 다양한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천식이 있는 사람은 운동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진다. 추운 곳에서의 운동은 천식환자에겐 쥐약이다.

기구나 공을 사용하는 운동은 더욱 위험하다. 테니스나 배드민턴과 같은 라켓스포츠 운동선수들의 어깨는 항상 고장이다. 근육이 늘어나고 어깨가 빠지고 인대가 손상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수영선수들의 무릎부상과 어깨부상 또한 아주 흔하다. 야구선수들은 관절부상과 어깨부상을 늘 달고 다닌다.

스키와 골프는 또 어떤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의 경우 운동은 혈액의 응고를 촉진한다. 운동하다가 혈관이 막히면 심장마비로 저승행이다. 자전거 선수는 회음부가 눌려 성기에 혈액공급과 신경조절이 차단되기도 한다. 누가 운동선수를 건강하다고 했던가.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다양한 부상과 신체적 피해를 조장하는데. 운동선수가 장수한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운동선수들이 은퇴한 후에 겪는 체험은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뿐이다. 미식축구선수의 경우는 특히 무릎관절염과 근육통에 시달린다. 선수생활동안 더욱 강한 선수가 되기 위해 복용했던 많은 약물들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기도 한다. 불면증을 비롯해 각종 신경질환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온통 운동병에 걸려있다. 운동이 좋은 것만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동이 좋게 평가받는 이유는 육체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는 운동을 제대로 알고 했을 경우다. 이런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의 운동은 오히려 해를 끼치기까지 한다.

마라톤을 보자. 1990년대 말부터 5-6년동안 마라톤은 대표적인 대중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돈이 별로 안 들고 어디서나 할 수 있는데다 다른 운동과 달리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봄가을이면 신문과 잡지에서 마라톤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앞다퉈 소개하곤 한다.

마라톤 체험기를 읽어볼라치면 이만한 운동이 없다. 삶의 활력과 건강을 증진시키고 육체적 고통을 극복할 때 얻는 성취감까지 안겨주는 마라톤은 누구나 한번쯤은 시도하게끔 하는 마력을 과시한다.

그런데 실제 마라톤을 수차례 이상 뛰어본 사람들 대부분은 발뒤꿈치나 발목, 무릎이나 골반에 부상을 갖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마라톤의 부상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가 제공되고 있지는 않지만(사실 이런 통계수치는 마라톤을 주최하는 단체에서 알리기 싫어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적어도 외국 사례를 보면 10명 중 최소한 7-8명이 관절에 이상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동 중에 부상을 입는 것은 운동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지만, 더 심각한 것은 그러면서도 마라톤을 중단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게다가 뛰면 뛸수록 기록단축에 대한 욕구는 더 강렬해진다. 5년 전만 해도 sub four(4시간 이내 완주)를 하는 것이 마라토너들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sub three(3시간 이내 완주)도 희귀하지 않은 목표가 돼버렸다.

그 결과 부상은 더욱 심해지고 상향된 목표는 우리 몸을 더욱 혹사시키도록 한다. 그것 뿐일까. 태양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며 체지방의 감소나 체내 에너지 균형이 혼란을 겪으면서 대사과정에 나타나는 문제에는 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10년 후에는 성형외과보다 정형외과가 더욱 장사가 잘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의사들은 지금부터 과다한 운동으로 인한 상해와 부상에 대한 연구를 해두면 그때 돈을 많이 벌 것이다.

마라톤은 선수들에게도 고통스러운 경기다. 마라톤을 즐기기 위한 수준을 넘어 기록단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본래의 긍정적인 효과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갈 것이다. 선수도 1년에 몇번 완주하지 않는 경기가 바로 마라톤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는 어떤가. 각종 안전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꽤 안전해 보인다. 과연 그럴까.

발목을 안정되게 잡아주는 부츠를 사용하는 스키를 예로 들어보자. 초창기의 스키 신발은 지금의 부츠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보통 신발 모양의 가죽신발을 스키에 묶어 사용했었다.

그러다 보니 스키를 타는 동안 발목부상이 속출했다. 그래서 발목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발목을 완전히 감싸는 지금의 부츠가 개발된 것이다. 그랬더니 웬걸? 이번엔 무릎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아마 스키 타다가 발목 부상당한 사람은 못봤어도 무릎부상은 많이 봤을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도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발목은 육상동물이 이동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뼈들과 인대와 관절이 모여있는 부분이다. 이를 묶은 상태에서 움직이다보니 무릎에 온갖 힘이 들어간다. 이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운동일까? 글쎄….

운동도 유행인가

앞으로도 마라톤과 인라인 스케이트가 지금 같은 호황기를 누릴 수 있을까. 섣부른 추측은 금물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면 운동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뀔 것이다. 운동에 대한 갑자기 달아오른 사랑은 반대로 급속하게 식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사회적인 주요 관심사는 섹스였다. 그러나 에이즈와 같은 무서운 역병의 출현은 자유분방한 섹스로부터 관심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한 주제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구와 갈망으로 나타나나 보다. 섹스 다음의 사회적 관심사는 건강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 미국은 건강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에어로빅은 이때의 대표적인 운동이었다.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에어로빅 복장의 출연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러나 음악을 배경으로 짜여진 틀에서 하는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 들어 조깅이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조깅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은 적지 않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듯 하다. 이제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바퀴에 대한 사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다.

운동이 유행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운동의 종목은 다분히 유행일 수 있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는 지금 다양한 운동 유행 속에 놓여있다. 유행을 타는 것은 자유지만 유행이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이어트와 엘리베이터

그렇다면 운동은 과연 필요하긴 한 것인가. 현대인에게는 운동보다 아마도 신체활동이 더욱 필요할 게다.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몸동작을 좀더 많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체활동의 증가는 우리를 건강하게 해줄까. 건강유지를 위해 따로 인위적인 운동을 하기보다는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 훨씬 더 타당성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운동은 우리의 신체를 다른 ‘국면’ 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반면 신체활동은 우리 몸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개념으로 이용돼야 한다. 단지 지금의 육체적인 상태가 더욱 활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만이라도 우리는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다. 이는 많은 과학자들이 굳게 믿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충분한 신체활동만이 무리없이 장기적인 건강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간단한 예로 운동에 제약을 받는 노인들이 텃밭을 가꾸거나 뒷산을 산책하는 등 활동적인 움직임을 계속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그토록 집착하는 걸까. 아마도 운동이라는 극한 자극이 몸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킬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통한 건강 추구는 어려운 방법 중 하나다. 빨리 건강해지려고 하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해결을 보려는 심사가 작용하게 될 뿐 아니라 없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마저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운동은 따로 하고 생활 속에서 편하게 지내려는 생각이 우리를 더욱 운동으로 끌어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나 헬스를 하면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경우다. 그러나 운동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 돈과 시간절약의 지름길이다. 다치지 않으면서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평소에 많이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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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대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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