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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우승

경기장 같은 재미, LCD가 보여줄까?

2006 독일월드컵의 주관방송사인 HBS는 경기장의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24대 동원할 예정이다. 국내 프로축구 경기가 카메라 10대로 중계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나는 관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가로 세로 비율이 4:3 비율인 구형 TV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HBS는 16:9 비율의 와이드 화면으로 시청자를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16:9 비율의 영상이 4:3 비율의 TV로 옮겨지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 화면이 잘린다. 우리가 보는 영상은 4:3 비율이지만 화면이 세로 길이에 맞춰지기 때문에 좌우 0.65 비율의 면적을 볼 수 없다. 시청자는 와이드 TV 면적의 25%를 놓치는 셈이다.

4월 27일 세계 최대 규모의 LG필립스 LCD공장이 경기도 파주에 준공됐다.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에 건설한 공장에 이어 7세대 LCD공장으로는 2번째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와이드 TV 생산국이 된 것이다.

여의도에서 차를 타고 자유로를 따라 북쪽으로 50분 정도 가면 외벽이 바위로 된 성체가 보인다. 파주 LG필립스 LCD공장을 둘러싼 울타리다. 선수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다는 제7세대 LCD TV 기술에 대해 알기 위해 공장을 찾았다.

LCD(액정표시장치, Liquid Crystal Display)의 역사는 1888년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라이니처가 액정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액정은 분자가 일정하게 배열된 고체와 무질서하게 흩어진 액체의 중간 성질을 갖는다.

예를 들어 생물의 세포막이나 오징어 먹물, 콜레스테롤이 액정에 속한다. 현재는 전기나 열에 따라 일정한 배열을 갖는 벤조산콜레스테린, 올레산나트륨, 파라메톡시신남산 같은 유기 고분자를 합성해 액정의 재료로 이용한다.

액정이 만드는 꽈배기 기술

빛은 진행 방향에 수직인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횡파다. 그러나 편광판은 축에 평행하게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킨다. 화면 뒤에 있는 백라이트에서 출발한 빛은 편광판을 통과해 방향성을 갖지만 배열이 다른 편광판을 만나면 진행을 멈춘다.

반면 LCD는 두 편광판 사이에 액정을 넣어 빛이 꽈배기 모양으로 90° 비틀리면서 편광판을 통과할 수 있다. 액정을 둘러싼 전극판 사이에 전압을 걸면 비틀린 액정 분자가 수직으로 정렬된다. 편광판을 통과한 빛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기 때문에 수직으로 놓인 편광판을 투과할 수 없어 화면이 어둡다. 이렇게 LCD는 액정이 만드는 밝고 어두운 빛에 색상을 입혀 영상을 표시한다.

LCD는 그동안 액정이 비틀린 ‘TN’(Twisted Nematic) 방식으로 빛을 투과시켰기 때문에 시야각 문제가 있었다. 가령 TV를 정면에서 보면 ‘붉은 악마’인데 양 옆에서 보면 ‘검은 악마’다.

TN 방식은 두 편광판 사이에 전압을 걸면 수평으로 놓인 액정 분자가 수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편광판과 배열 방향만 같고 각도가 틀어진 빛이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에 차이가 발생한다.

LG필립스는 ‘IPS’(In Plane Switching)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IPS에서는 액정 분자가 편광판에 수평으로 놓인 상태에서 회전한다. 액정 분자는 바람개비처럼 돌며 빛을 편광판에 투과시키기 때문에 색상이 왜곡되지 않는다.
 

TN방식과 IPS방식


구리로 화면을 더욱 선명하게

흔히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면 움직이는 물체의 잔상이 남거나 연속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액정에 수신되는 정보의 속도보다 액정의 반응이 느리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나 3차원 입체 게임 등에서 화면에 잔상이 생기면 집중하기 어렵다.

최근 LG필립스는 반응 속도의 문제를 브라운관(CRT) TV 수준으로 개선했다. 이를 위해 응답속도가 빠른 액정 재료를 개발했다. 유리기판에 전압을 걸어주던 몰리브덴도 구리로 교체했다.

구리는 전기저항이 낮기 때문에 적은 전압으로도 균일한 화면을 표현할 수 있다. 편광판에 얇은 구리를 촘촘히 붙이면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월드컵 경기도 더욱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

‘세대’가 바뀌는 기준?

공장 곳곳에는 세계 최고 LCD 회사라는 자부심이 나부끼고 있었다. LG필립스는 1995년 구미공장에서 370×470mm 1세대 유리기판 생산을 시작으로 이제는 세계 최대의 1950×2250mm 7세대 공장을 준공했다.

‘세대’가 바뀌는 기준은 뭘까? LCD 생산에서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유리기판 크기다. 유리기판의 짧은 변이 이전 세대 유리기판의 긴 변보다 클 때 새로운 세대로 부른다. 예를 들면 LG필립스 6세대 공장에서 만든 유리기판은 1500×1850mm 크기로 7세대 유리기판의 길이보다 짧다.

가로 세로 2m가 넘는 거대한 유리기판을 생산하기 위한 공정은 단순하지 않다. 축구 경기장 10개를 합친 면적의 공장안에는 수많은 로봇들이 5μm 간격의 유리기판 사이로 액정을 주입하고 두께 0.7mm로 자르고 운반한다.

LCD 유리기판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전기, 화학, 기계,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LCD 생산 기술이 과학기술의 척도로 불리는 이유다.
 

LG필립스 LCD공장의 생산라인,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방진복을 입고 압축공기로 샤워를 해야 한다.


LCD로 꿈꾸는 미래사회

영화 ‘마이너러티 리포트’에서 지하철 승객이 보던 신문을 생각해 보자. LCD로 만든 신문은 뉴스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며 동영상까지 보여준다. 또 유리기판 대신 플라스틱처럼 휘어지는 소재를 사용하면 접거나 마는 노트북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이나 공항, 길거리의 광고표지판이 LCD로 대체되고 있다. 화면에서 곧바로 빛을 내는 다른 디스플레이와 달리 편광판 뒷면의 백라이트가 빛을 내기 때문에 색상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진품과 다름없는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일반 디스플레이는 픽셀마다 빛을 내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서면 네모난 점이 보인다. 그러나 LCD는 액정 분자 하나하나가 빛을 조절해 화면이 깨끗하게 표현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LCD가 인기다. 축구나 농구 등 생동감 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온라인 게임에서 선수가 흘리는 땀방울까지 화면에 보여준다면 긴장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밖에 고온, 고압 같은 특수 환경에 사용되는 LCD가 있다. 전투기나 우주비행선의 계기판이 좋은 예이다.

미래에는 화장품이나 피부미용, 의료분야의 시장까지 LCD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TV 속 얼굴에 난 기미나 주근께, 점을 시청자들이 보게 된다면 이를 달가워할 연예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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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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