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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환자가 일어서는 기적 일어날수도

신경세포 재생시킬 첨단 뇌과학

 

만약 척수가 재생되면 크리스토퍼 리브가 건강한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신마비 환자가 다시 일어서는 기적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 ‘슈퍼맨’ 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는 1995년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목뼈 부위의 척수를 다친 후 목 이하가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댄스그룹 ‘클론’ 의 가수 강원래도 2000년 교통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됐다.

척수는 두뇌의 명령을 온몸의 조직에 연결돼 있는 말초신경으로 전달한다. 신체 말단의 말초신경에서 감지한 외부자극을 다시 두뇌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한다. 따라서 척수가 손상되면 손상된 부위 이하의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에 장애가 생겨 신경정보를 받거나 보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신체 부위가 움직이지도 감각을 느끼지도 못하는 마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척수가 재생되면 크리스토퍼 리브나 강원래도 건강한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신마비 환자가 다시 일어서는 기적은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잘린 손가락 신경은 재생된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세포는 출생 이후에도 분열과 재생을 반복한다. 덕분에 웬만한 상처는 스스로 복구된다. 그러나 신경세포는 출생 후 더이상 분열하지 않는다. 또 심하게 손상되면 재생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다.

정상인의 뇌에서는 매일 일정량의 신경세포가 죽어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에 습득한 능력들을 갑자기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신경세포가 너무 많이 죽어 신체의 기능이 일부 마비되는 파킨슨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뇌질환 환자의 경우에도 재활치료를 하면 신경의 기능이 회복되기도 있다. 이는 살아남은 신경세포의 돌기나 평소 사용되지 않던 세포가 반복적인 외부 자극에 의해 신경세포로 분화,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해 죽은 신경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신경망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여분의 신경세포조차 없다면 결국 회복 불능 상태가 된다. 그러나 신경세포를 재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상실된 신경 전달 기능도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신경세포는 어떻게 재생될 수 있을까.

우리 몸의 신경계는 두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와 그밖의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손가락 부위 같은 말초신경은 재생 속도가 빠르고 종종 완전히 복구되는 경우도 있다. 도마뱀의 잘린 꼬리가 다시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비해 중추신경은 재생이 느리고 매우 불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말초신경의 경우에도 몸 중심부에 가까이 있는 신경세포 몸체가 손상되면 재생되기 힘들다. 신경세포 몸체가 죽으면 신경돌기나 수초도 모두 죽기 때문이다. 신경돌기는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기 위해 신경세포 밖으로 뻗어있는 가지이며, 수초는 신경돌기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질로 구성된 절연 물질이다.

손상되거나 잘린 신경이 재생되기 위해서는 수초가 꼭 있어야 한다. 수초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는데, 신경이 이 통로를 따라가며 재생되기 때문이다. 수초가 손상되면 마이엘린 함유 당단백질(MAG)이 만들어져 신경돌기가 재생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수초가 없으면 재생되려던 신경돌기들이 아무렇게나 뭉쳐 신경종을 형성해 심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경세포 몸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말초신경 돌기가 잘려 손상되면 잘린 부분 이하의 신경돌기가 작은 타원체 조각으로 변형된다. 그러면 주변에 있는 말초혈관에서 나온 대식세포가 신경돌기 조각을 잡아먹어 제거한다. 수시간이 지나면 손상된 신경세포 끝부분에서 다시 돌기가 뻗어 나오면서 신경이 재생된다. 이와 동시에 신경돌기 주위에 있던 슈반세포가 수초를 만들어 재생된 신경돌기를 둘러싼다.

굵은 신경은 하루에 5mm, 가는 신경은 2mm 정도씩 성장하면서 재생된다. 신경이 날카로운 칼 같은 것에 의해 끊어진 경우에는 비교적 재생이 빠르고, 외상을 입었을 때처럼 신경의 잘린 부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재생이 느리고 어렵다.

중추신경 다치면 회복 더딘 이유

중추신경도 외상 등의 이유로 손상을 입으면 말초신경과 비슷한 경로를 통해 죽는다. 그런데 중추신경에서는 죽은 신경세포가 제거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자그마치 6개월 후까지 죽은 세포의 잔유물이 남아있기도 한다. 이에 비해 말초신경의 경우 손상된지 6일 정도 지나면 죽은 세포 잔유물이 관찰되지 않는다.

게다가 손상된 중추신경세포는 말초신경세포에 비해 제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중추신경은 여러 신경이나 각종 조직, 근육과 무수히 많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즉 어느 한 신경이 손상돼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그 신경과 연결돼 있던 조직이나 근육에 정보를 전달하는 세포들도 함께 죽거나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손상된 신경 주위의 세포들이 두꺼운 흉터 조직을 형성해 신경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추신경의 재생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넓은 부위가 한꺼번에 손상되면 신경조직이 아예 녹아내려 형체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기껏해야 수mm 정도밖에 재생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추신경을 완전히 재생하기란 불가능할까.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 왔다. 초기에는 신경세포를 자라게 하는 성장인자를 직접 주사하거나 성장인자의 생산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런 성장인자 중 하나가 뉴트로핀. 수초를 만드는 슈반세포가 뉴트로핀을 분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뉴트로핀은 신경돌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마이엘린 함유 당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신경의 재성장을 유도한다고 보고됐다. 올해 6월에는 손상된 척수에 슈반세포를 직접 이식해 신경세포의 재생능력을 증가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슈반세포를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방식도 개발됐다.

그러나 신경이 손상된 정확한 부위로 성장인자를 보내기 어렵고, 보내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분해되거나 면역반응으로 파괴돼 효과가 없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같은 방법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줄기세포와 효소가 신경 재생 도우미

최근에는 손상되거나 죽은 신경세포를 대체하기 위해 배아신경세포를 사용하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중추신경세포에는 재생에 필요한 성장인자들이 부족한데 비해 배아신경세포는 이같은 인자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정란이 자라기 시작하면 그 내부는 수십개의 분화된 세포들로 채워진다. 3-5일 후면 내부에 세포 덩어리가 형성되는데, 그것을 떼어내 배양한 것이 배아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신경·심장·근육·연골 등 신체 각 장기세포를 만들어낸다.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분화시켜 얻은 신경세포를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파킨슨씨병 같은 퇴행성뇌질환 환자나 척수 손상 환자의 환부에 이식하면 신경을 복구할 수 있다.

국내외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의 척수 신경을 잘라 걷지 못하게 한 후 줄기세포로부터 얻은 신경세포를 이식했더니 개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또 파킨슨씨병에 걸려 신경이 손상된 환자의 환부에 인간 태아의 신경을 이식했더니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물의 양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줄기세포 배양으로 순수한 신경세포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에서 얻은 신경세포에는 각종 장기의 세포들도 섞여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30% 정도 순도의 세포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일부 신경의 기능은 좋아질지 모르나, 신경세포 외의 다른 세포들도 함께 자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조만간 신경 손상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리라고 기대된다.

신경재생을 촉진하는 또다른 방법은 신경재생을 방해하는 흉터의 형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2002년 11월 BBC 방송은 영국 런던대 브래드베리 박사 연구팀이 이런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 물질은 콘드로이티나제라는 효소.

연구팀은 콘드로이티나제를 척추가 손상된 쥐에게 투여한 결과 척추의 감각, 운동신경들이 재생되는 것을 발견했다. 또 치료 전에는 움직이지 못하던 쥐들이 거의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감각기능은 회복하지 못했다. 브래드베리 박사는 “콘드로이티나제가 흉터 조직의 일부 분자를 파괴해 신경이 손상된 부위 안으로 다시 자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며 “수년 내에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연구들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신경세포의 재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최근의 연구 속도로 볼 때 과학자들이 이 분야를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2000년 전 예수의 말씀 같은 종교의 힘으로만 가능했던, 전신마비 환자가 다시 일어서는 기적이 인간의 손에 의해 가능한 시대가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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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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