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획] 이메일 지우면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어들까

이메일 지우면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어들까

집에 도착한 수린은 평소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수린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점점이 찍힐 터.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개인이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메일함 비우기’가 자주 언급된다. e메일 한 통을 보낼 때 약 4g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스팸 메일을 보관하는 데만 연간 1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리가 언급하며 유명해진 이 수치는 이후 여러 곳에서 인용되면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2021년 12월, ‘탄소중립 주간’을 설정하고 불필요한 이메일을 삭제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2022년 11월, 루치아노 로드리게스 비아나 캐나다 치쿠티미퀘백대 기초과학부 연구팀은 ‘기존 통념과 달리 이메일 삭제는 탄소중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1016/j.spc.2022.09.025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e메일 교환은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1% 정도이며, 이 중에서도 85%가 스팸메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메일 송수신이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 

 

연구팀은 차 한 잔을 데우기 위해 전기포트가 사용하는 전기의 양과 1MB 메일 약 1500개를 전송하고 저장하는 데 드는 전기의 양이 같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개인의 측면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새로 사지 않고 오랫동안 쓰는 편이 탄소발자국 절감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기기를 만들 때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이상이 필요하다. 데이터 센터가 한 예다. 정수종 교수는 “디지털 탄소발자국 중 디지털 기기 사용 측면에서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거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결국 데이터 센터로 모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집어넣고 산에다 짓고, 친환경 데이터 

 

한 가지 방법은 데이터 센터에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2018년 9월 아일랜드클로니의 바람이 많이 부는 자연환경을 활용해 100% 풍력발전으로 구동되는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다. 노르웨이의 데이터 센터 업체 크린 마운틴은 동굴과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피오르드의 차가운 물, 그리고 수력발전을 통해 온도를 유지한다.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 센터를 바닷속에 지어 차가운 해수로 ‘자연’스럽게 냉각을 실현한다는 ‘나틱 프로젝트(Natick Project)’를 실험하기도 했다. 컴퓨터 장비만큼이나 전력을 소모하는 장비 냉각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네이버도 냉각 문제를 자연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 센터 각’은 춘천의 낮은 기온과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으로 내부의 열을 식히도록 고안됐다. 세계 데이터 센터 최초로 친환경 건물 인증 ‘리드(LEED)’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하기도 했다. 인증 평가 기관인 US GBC(미 그린빌딩위원회)는 각 춘천이 기존 데이터 센터보다 연간 73.8%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봤다.

 

직접적으로 데이터 센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화를 모색하는 연구도 있다. 김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데이터 센터의 네트워크 효율을 높여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팀은 2021년 10월 국제학술대회 IEEE/ACM에 네트워크 부하 수준에 따라 서버 프로세서의 전력을 관리하는 기술 ‘엔맵(NMAP)’을 발표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네트워크 요청을 빠르게 파악하고 예측해 그에 맞게 서버 프로세서의 전압과 주파수를 조절하는 식이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디지털 탄소발자국

 

정 교수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정보 기술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그린 컴퓨팅’, 혹은 ‘지속가능한 컴퓨팅’이라는 이름부터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은 이미 1992년, 컴퓨터와 주변 기기의 에너지 효율성을 홍보하는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컴퓨터나 모니터 한 귀퉁이에 붙어있던 에너지 스타 스티커가 에너지 효율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에 절전 모드가 널리 도입되기도 했다.

 

오래됐다면 오래된 개념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우선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친환경 경영(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빅 테크 기업에서도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친환경 경영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시장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산업이 판매에 제한을 받고 투자를 받기도 힘든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이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도록 정책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앞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의 크기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18년, 롯파이 벨키르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정보 통신 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7년의 약 1~1.6%에서 2040년까지 14%를 초과하는 양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doi: 10.1016/j.jclepro.2017.12.239 

 

정 교수는 “디지털 탄소발자국 연구는 아직 많지 않고, 관련 정책 수립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이 늘어날 테니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삶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기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현 시대의 탄소발자국 대부분은 디지털 탄소발자국일 수 있다는 거지요. 앞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더욱 커져갈 겁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수린 기자
  • 이창욱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