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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학습자료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우리는 흔히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는 다양한 학습자료 중의 하나일뿐이다."

요즈음 국민학교와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학과 포함) 개편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의례히 등장하는 주요 이슈는 학교교육에서 과학교육은 지금 잘 되어 가고 있는가? 과학교육에 문제가 되다면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또 그 해결 방안에는 어떠한 방법이 있는가? 그 방안들은 현 교육의 여건을 감안할때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실정에 알맞는 과학교육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과학교육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또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새 과학교육의 소망스러운 상은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요즈음 학교교육에서 실제로 과학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과학수업이라고 하면 누구나 실험대위에 여러 가지 실험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하는 실험 장면이 먼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과학(국민학교는 자연과) 수업에서 교과서 한 권만을 가지고 수업하는 장면을 어디서든지 쉽게 볼 수 있다. 과학과 교육과정에는 학생들이 자연에 접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기초소양을 가지도록 되어 있으나 과학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이외의 다른 교수 학습자료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과학교육의 현실에서 올바른 과학교육의 구현은 불가능하다하겠다.
 

인물 사진.


교과서 이외의 학습자료가 없다

실제로 과학학습에서 실험 중심의 탐구수업이 장려되고 있으나 고입연합고사, 대입 학력고사 및 각종 학교교육의 평가 기준이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각종 평가시험에 실험 실습에 관한 평가문항이 도외시되고 있는 현행 평가방식은 교과서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고질적인 과학교육의 현실을 만들어 왔다. 여기서 전과 지도서, ○○ 수련장, ○○과 참고서 등과 같이 교과서를 풀이한 각종 학습 참고서의 출현은 교과서 중심의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교육의 현실에서는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간보다는 교과서에 정통한 틀이 박힌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 길러지기 쉽다.

학생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과학교육의 주요 과제로 삼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교과서만을 암기함으로써 가능하겠는가? 각 학생 또는 학교와 지역에 알맞는 과학교육프로그램과 교수 학습자료를 마련하여 과학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또 각종 참고서를 출판하고 있는 출판업계가 학생들의 과학적 소양을 길러 줄 수 있는 유용한 교수학습자료를 만드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 새 과학과 교육과정을 마련함에 있어서 우리 과학교육이 안고있는 위와같은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력을 배양시키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설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움책(work book)형식과 강의형식

최근 모 일간 신문에 의하면 국제 학력평가 기구(IEA)의 자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 학력은 국민학교에서 1등을 차지하다가 중학교에 가서는 9등으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파푸아 뉴기니아 나라보다 뒤떨어진 꼴찌에 가까운 11등(총 12개국 중에서)으로 드러나 학교교사, 과학교육 전문가 및 학부형 등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와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 까닭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주요 요인중의 하나는 과학의 수업방법과 그에 활용되는 교수학습자료에 기인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국민학교 자연 교과서와 중·고등학교의 과학 교과서를 살펴보면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학교 자연 교과서는 '~을 알아보자' '~을 살펴보자' '~을 비교하여 보자' '~을 재어보자' '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 까닭은 무엇인가?' '~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보자' 등과 같이 배움책(work book) 형식으로 꾸며져있기 때문에 학생이 실제로 해보지 않고서는 그 결과를 알아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과학의 주요개념이 설명되어 있고 그 중간에 확인 실험이 몇 군데 실려있기 때문에 강의 위주의 과학수업을 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 과학수업에서 관찰과 실험중심의 탐구수업이 도외시되고 있는 까닭으로 학교의 실험시설 및 실험기구의 질과 수량, 학급당 학생수의 과다, 교사업무의 과다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으나 이들보다 더 큰 요인으로는 평가제도의 문제를 들수 있다.

고입 연합고사, 대입 학력고사와 같은 평가시험이 학교교육의 방향과 학습내용 및 학습방법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평가제도 아래에서는 과학과의 평가시험에 실험에 관한 평가문항이 출제되지 않는 한 관찰과 실험중심의 과학수업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미 예체능 교과에서 실기 능력과 영어과에서 듣기 능력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어 고입 연합고사 또는 대입 본고사에서 실기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과학교육에서 학생이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실험설계 및 실험결과를 처리하는 탐구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지필검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행의 각종 과학과 평가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과정이 국가적 수준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교육내용을 법령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면 교과서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학교교육에서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가르친다고 생각함으로써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학습시키는 방법과 학습자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교과서는 그 다양한 교수학습자료 중의 하나이다. 교육과정 자료는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 관찰기록지와 실험 보고서와 같은 학습자료, 컴퓨터 프로그램, 보충학습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교육용 필름, 슬라이드, 시청각 보조자료 등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교과서를 교육과정자료의 일부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인지 오래 되었으며 실제로 교과서 없이 교육과정 자료가 풍부하게 개발되어 과학학습에 활용되고 있는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교과서 하나로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을 모두 구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경직된 교과서관은 시정되어야 하며, 교과서는 학생들이 배우는 학습내용을 담은 유일한 학습자료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구현을 위한 교육과정 자료 가운데 중심이 되는 자료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교육에서 학생들의 독창적인 창의력, 비판력, 논리적 문제 해결능력을 신장시키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볼때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연구 개발과 더불어 그에 관련된 다양한 교수학습자료가 개발되어 과학수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잘 만들어진 교육과정이나 교과서가 있다 할지라도 과학교육의 실제적인 구현은 교사와 학생이 과학수업 시간에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강의 위주의 과학수업을 나타내는 삽화.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권치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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