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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대표이사 사장 이용경

언제나 도전을 택한 광통신박사 출신 최고경영자

 

1943 경기 안양 출생 / 1964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 1975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전자공학 박사 / 1975-1977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조교수 / 1977-1991 미국 액손사, AT&T 벨 연구소, 벨 커뮤니케이션즈 리서치사 연구원 / 1991 KT(전 한국통신) 연구개발단 책임연구원 1991-2000 KT 선로기술연구소장, 통신시스템개발단장, 무선개발단장, 소프트웨어연구소장, 연구개발본부장 / 2000 KTF 대표이사 사장 / 2002 KT 대표이사 사장 / 2000-2003 국제전자상거래 연합회(GBDe) 세계 의장 / 2003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올해의 우수 엔지니어상’ 수상 / 유엔 정보통신기술위원회(ICT)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 연구전문위원,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등 역임


한국전쟁 중에 벌어진 1·4후퇴 때 영등포역은 피난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철로변에는 8살짜리 한 사내아이가 깨진 바가지를 든 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타러가다가 다른 사람을 쫓아가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졌던 것이다. 사내아이는 철로를 따라 안양 집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에 철로변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어머니를 만났다.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이 이야기는 이용경 KT 사장이 일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안양 집 근처에 있던 철길을 떠올리고 이 길을 따라가면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보통 아이 같으면 그냥 울고만 있었을 어려운 상황에서 남다른 판단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한국의 대표 통신기업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11년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용경 사장의 삶은 이렇듯 어려서부터 남과 달랐다.

고등학교 때 영자신문 발행

“어릴적부터 과학을 강조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남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때는 조금 겉멋이 들어서 그랬을 거라고 스스로 평하지만, 이용경 사장의 삶은 실제로 남다른 점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월반을 할 정도로 학업성적이 뛰어났다. 스스로는 사고력보다 기억력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한달에 한번씩 나오던 학생잡지를 즐겼다. 남들처럼 교과서만 보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주로 선배들을 쫓아다녔다. 남들이 영어공부를 별로 안하던 고등학교 때 주도적으로 회화클럽을 조직하고 영자신문까지 발행하는 ‘도전’ 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어떤 모임을 조직하는 일도 재미있어했다. 나름대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빵도 전자로 찐다”는 한 선배의 말에 대학 진학 때 주저없이 전자공학과를 선택했다. 화학공학, 섬유공학, 광산학(자원공학) 등이 인기가 높았던 1960년대에 전자공학은 다소 생소한 분야였다. 사회 전체적으로 공업입국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었던 당시에 공과 계통을 공부해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예 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미국 유학시절에도 계속됐다. 1975년 미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에 막 태동한 광통신 분야를 선택해 연구했다. 빛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방식인 광통신은 지금도 첨단기술로 각광받는 분야다. 새로운 것에 대한 그의 도전정신이 다시 발동했던 셈이다.

미국 최초 광통신 시스템 구축 참여

“1970년대에도 광통신은 미래의 테크놀로지로 가능성이 크다고 다들 얘기했어요. 실험실에서 신물질을 기반으로 광통신 장비를 만들고 이 장비가 작동하는 걸 보여줬는데, 이 연구를 남들이 많이 알아주더군요.”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CEO로서 경영에 뛰어들기 전에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쳤다. 박사과정 때는 광통신 분야 가운데 전기신호를 빛으로 변화하는 광변조 기술분야에서 이론보다 실험을 위주로 연구했다. 남들이 못 만든 새로운 광변조 장비를 개발해 논문으로 발표했고 그의 논문은 SCI(과학인용지수)급 저널을 통해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꽤나 인용됐다고 한다.

이어 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조교수를 하던 시절이나 AT&T 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때도 계속 광통신에 대한 연구를 했다. 특히 벨 연구소에서는 광통신의 상용화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당시 미국에서 통신 전송량이 많았던 워싱턴과 보스턴 사이에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한 광통신 전송시스템을 최초로 제작해 설치하는데 한몫했다. 이 시스템은 최초의 광통신 상용시스템이었다.

“광통신이 새로 상용화되는 순간이었죠. 그때 참 보람이 있었어요. 앞서나가는 과학자들과 함께 일한 것은 뜻깊은 경험이었죠.”

그렇다면 앞으로 통신 분야는 어떻게 변할까. 이 사장은 우리나라 통신 분야의 미래를 밝게 점치고 있다. 머지 않아 통신기능이 들어간 홈 네트워킹 서비스가 가정에 마련되면 집밖에서도 방범, 가스, 전기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원격 교육이나 원격 진료가 새로운 통신망으로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술 흐름 꿰뚫고 있는게 장점

“내심 우리나라 전체 통신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도전했던 거죠.”
1991년 그가 잘 나가던 벨 연구소의 연구원 자리를 걷어차고 귀국한 후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던 이유다. 물론 25년 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시작한 한국생활은 여러모로 서툴렀다. 그래도 모든 일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고 연구결과를 필요한 부서에 찾아가 설명하는 사내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KT에 입사한지 11년만에 CEO에 오르기까지도 어려움이 있었다. 함께 입사했던 몇몇 동료들이 도중에 자기 사업을 찾아 떠났을 때 나름대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끈기 있게 기다렸고,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며 준비도 했다. 그러던 중 KT의 사업이 계속 확장됨에 따라 KT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만났다. 그는 2002년 매출액이 11조가 넘는 거대기업 KT의 CEO가 됐다.

이 사장은 CEO가 된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항상 현재를 자신의 전성기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CEO 취임 후, 그는 다년간 통신 업무에 종사하면서 얻은 전문적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KT를 안정적으로 민영화시켰다. 요즘에는 민영화된 KT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발전시키기 위한 CEO로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공학박사 출신의 CEO로서 기업의 기술 흐름을 이해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CEO가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해야만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 꿈나무를 찾아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용경 사장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기도 하지만, 청소년에게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업의 가치는 사람의 가치라는 것이 이 사장의 신념. 그래서 회사를 이끌어갈 인재에 관심이 많다. 현재 CEO로서 그가 원하는 인재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이런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을 올해의 목표로 삼았다.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의 중요성은 이미 미 일리노이대 조교수 시절에 느꼈다.

“2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3명의 석사과정생을 지도했죠.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보람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들 가운데 2명의 제자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사람은 항공우주회사 TRW에 근무하다 은퇴했고, 다른 한사람은 이미지센서회사 ‘로크웰 사이언티픽’ 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청소년에게 도전정신과 창의성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연구현장에서 중요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원 수강이나 과외 공부로 많이 시달리는데, 이들에게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청소년들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 사장은 과학한국을 이끌어갈 창의적인 ‘노벨상 꿈나무’ 를 찾아 키울 계획도 준비중이다. 그의 마지막 도전은 노벨상 꿈나무 발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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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창민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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