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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벽과 천장, 사방이 모두 화면

TV화면을 만드는 브라운관에서 시작된 디스플레이는 ‘크고 얇고 가볍게’를 외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흑백화면에서 컬러화면으로의 색채혁명, 브라운관에서 액정화면으로의 평면혁명, 프로젝션과 플라스마 화면으로 크기혁명을 이끌었다. 그리고 SF영화 속에 나왔던 공상적인 디스플레이들이 우리 생활을 장식할 날도 멀지 않았다.


모두가 둘러 앉아 바라보던 흑백 TV 화면은 대중의 정보욕구를 한차원 높게 충족시키면서 디스플레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옛날 커다란 전지덩어리를 등에 업은 조그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통해 정보를 얻었던 시절, 라디오는 가장 대중화된 정보전달 기기였다. 그 후 TV는 음성과 함께 영상정보까지 전달해 줌으로써 대중의 정보욕구를 만족시켜 가장 대중화된 정보기기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더불어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많고 질 높은 정보를 원하고 있다.

마당에 죽 둘러앉아 TV를 보던 시절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러나 요즘은 유선방송을 시작으로 위성방송, 인터렉티브 TV(쌍방향 TV), 주문형 비디오(VOD, Video On Demand) 등이 등장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넓어짐과 동시에 양질의 정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고도로 복합화된 정보전달체계인 멀티미디어가 일반화돼 이제 예전의 브라운관만으로는 사람들의 정보욕구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정보기기 사이의 연결고리를 담당하는 영상표현장치(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리고 가정용 벽걸이TV부터 홈씨어터(Home Theater)까지, 프라스마 디스플레이, 프로젝션 디스플레이 등 과거에는 상상 속에나 있었던 영상장치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상정보를 빛으로 변환

디스플레이는 전기 신호로 된 영상정보들을 빛의 신호로 변환하는 기기이다. 물질은 에너지를 받으면 구성 원자의 전자들이 상위 궤도로 옮겨가면서 에너지를 저장하게 된다. 이런 원자들은 불안정해서 곧 다시 안정한 기저상태로 돌아오는데, 이때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는다. 디스플레이는 바로 이 빛을 이용해 그림을 표현한다.

디스플레이는 발광 방식에 따라 발광을 직접 이용해 영상신호를 표시하는 방식(발광형 디스플레이)과 광원으로부터 받은 빛을 산란, 분산, 선광(旋光)등을 통해 변조시켜 영상신호로 표시하는 방식(수광형 디스플레이)의 두 가지로 나뉜다. 흔히 브라운관으로도 불리며 TV나 PC의 모니터로 쓰이는 CRT(Cathode Ray Tube)와 광화문 네거리 등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광 다이오드(LED, Light Emitted Diode)를 사용한 대형 전광판, 그리고 현재 벽걸이 TV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PDP, Plasma Display Panel) 등은 발광형 디스플레이에 속한다. 수광형 디스플레이로 대표적인 것은 액정화면으로 잘 알려진 LCD(Liquid Crystal Display)가 있다. 이는 광원에서 들어온 빛을 액정 소자에서 변조시켜 원하는 영상을 표시한다.


(그림1) CRT 화면의 구조^전자총에서 신호는 편향코일에서 제어를 받아 화면으로 주사된다. 화면의 중심에서는 정확한 화상을 만들지만 바깥쪽으로 갈수록 화상은 왜곡된다.


뚱뚱보 TV는 싫어

CRT는 전자총에서 방출된 전자들이 전기 장치 속에서 가속돼 형광체에 충돌하고, 이 형광체가 전자의 충돌 에너지를 광에너지로 바꾸어 발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그림1). 이러한 전자의 흐름을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화면에 주사하면 각 주사선들이 모여 전체 영상이 얻어진다.

CRT의 성능은 전자빔의 크기를 얼마나 작게 할 수 있느냐와 화면 가장자리까지 빔이 퍼지지 않고 도달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데 달려있다. 화면 가장자리까지 빔이 퍼지지 않게 하려면 전자총의 입시지점(그림1의 P점)을 중심으로 하는 원주상에 형광체 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화면은 어쩔 수 없이 볼록한 모양이 되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평면보다 왜곡된 상을 볼 수밖에 없다. 결국 CRT면을 평면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는 곡률 반경을 크게 해야 할텐데 그러면 전자총과 스크린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전체 크기가 커져 버린다. CRT의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TV의 두께가 커져, 두께가 화면크기의 몇배나 되는 뚱뚱보 TV가 돼버린다. 아마도 이런 TV를 사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화면의 상하좌우 위치별로 전자렌즈의 초점거리를 조절해 어느 위치에서나 초점이 맞는 전자총 제어방식이 개발됐다. 그 결과 대화면 평판 TV가 가능해지고 브라운관의 두께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CRT가 계속 얇아져서 방안의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았으면 하겠지만, 아쉽게도 CRT는 어느 한계 이상으로 아주 얇게 만들 수는 없다. 전자를 가속하는데 어느 정도 이상의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림2)매트릭스 구동방식의 화면 구성원리^각각의 전등이 화면의 최소단위인 화소를 나타낸다. 각 화소가 켜지고 꺼지는 데에 따라 정보가 표현되며 이들이 전체를 이루어 화면을 구성한다. 액정표시화면은 각각의 화소가 작은 액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 방식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액정표시화면(LCD), 얇고 평평하게

사람들은 늘 화면이 크면서도 공간은 적게 차지하는 디스플레이를 갖고자 원한다. 때문에 CRT는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만스런 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CRT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된 것이 평판 디스플레이이다. 이는 전자빔으로 화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화면을 작은 소자로 나누고, 화면상의 X, Y축의 교차점에 있는 특정 화소가 발광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그림2).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표 주자가 액정화면(LCD)이다(그림3).

액정은 전기를 걸어주면 분자들의 배열이 바뀌어서 입사된 빛의 방향을 바꾸어주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편광판을 사용해 한쪽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걸러내고 이 빛의 방향을 액정으로 바꾸어 다른 한쪽의 편광판으로 보내주면 빛의 방향에 따라 광의 투과량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액정화면은 작고,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 개인용 정보단말기(PDA), 노트북 컴퓨터 등 휴대용 기기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항법장치용 디스플레이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LCD는 편광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는 각도(시야각)에 따라 광의 투과량이 달라져, 정면에서 볼 때는 화면의 색상이나 화상이 제대로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색상이 엉망이 돼 화질이 점점 나빠진다. 그러므로 LCD로 CRT와 같은 화질을 얻기위해 시야각을 넓히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림3)액정표시화면(LCD)의 구조^액정은 전기를 걸어주면 분자들의 배열이 바뀌어서 입사된 빛의 방향을 바꾸어주는 성질이 있다. 편광판을 사용해 X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걸러내고 이 빛의 방향을 액정으로 바꾸어 다른 Y축의 편광판으로 보내주면 광의 투과량을 제어해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무한히 커지면 안되나?

근래 고화질 TV(HDTV)니 디지털 TV니 하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는 현재 우리가 시청하고 있는 TV보다 화질이 두배 이상 개선된 TV이다. 이러한 TV는 화질이 고해상도이므로 TV의 시청거리를 1/3이상 줄일 수 있다. 이는 같은 크기의 거실에서 30% 이상 큰 화면을 갖는 TV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왜 사람들은 자꾸만 큰 화면을 찾는 것일까. 이유는 영상을 실제처럼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화면사이즈가 커지면 인간의 눈이 화면을 실제처럼 느끼는 임장감이 커져 더욱 생동감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大)화면 디스플레이로 CRT를 사용하는데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CRT 화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기술은 매우 어렵다. 두 번째로 CRT 내부를 고진공상태로 유지해야 되는데, 평평하게 만들려면 CRT의 유리 두께도 훨씬 두껍게 된다. 또 성능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부가기능을 갖는 장치들도 구비해야 한다. 결국 화면이 큰 CRT TV는 필연적으로 무겁고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CRT TV의 화면크기는 40인치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고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결국 또다른 디스플레이의 개발을 추동했는데, 현재 이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투사형 디스플레이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이다.


(그림4)프로젝션 TV의 원리^화면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구성된 화면을 투사기를 통해 거울에 투사한다. 적색, 청색, 녹색으로 색을 분리해 각각 투사한 다음, 이들을 다시 합쳐 화면을 구성한다. 화면을 키워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투사를 위한 최소한의 두께가 필요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오른쪽 사진)


대화면의 원조 투사형 디스플레이

투사형 디스플레이는 환등기나 오버헤드 프로젝터(OHP)의 원리와 같다. 그러나 이들은 정지된 화상을 스크린에 투사하는데 반해 투사형 디스플레이는 동화상을 투사한다는 점이 다르다. 초기 투사형 디스플레이는 CRT 앞에 투사렌즈를 달아 스크린에 투사시키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옛날 다방 등에서 작은 TV를 여러 사람이 보기 위해 앞에 렌즈를 달아 확대시켜 보던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CRT 화면을 투사하면 밝기가 약해지고 화면이 흐려질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문제점이 많아 이를 개선한 현대적인 투사기법이 개발됐는데, 이것이 액정화면 프로젝터이다.

이것은 환등기의 슬라이드 자리에 액정화면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액정화면은 입사된 빛의 투과량을 조절해 영상정보를 나타내므로 움직이는 필름이다. 광원에서 나온 빛은 색분리계에서 적색, 청색, 녹색으로 분리돼 각각의 액정에 입사된다. 액정에서는 입사광을 제어해 영상을 만들고, 이 빛은 다시 색합성계를 거쳐 스크린에 투사된다. 이런 투사방식으로는 1백인치 정도까지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 같은 방법으로 투사기를 TV형태로 만든 프로젝션 TV도 있다(그림4).

투사 방식을 이용해 화면을 크게 하면 영화화면 부럽지 않게돼 투사형 디스플레이로 가정용 극장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 보고싶은 영화를 다운로드 받은 후(VOD, Video On Demand), 고화질 프로젝터와 고성능 앰프를 연결하면 극장 수준의 영상과 음질을 즐길 수 있다.


프로젝션^●특징:화면의 대형화를 위해 투사방식 채택.^●장점:대형화면에서 임장감을 높일 수 있다.^●단점:화질이 약화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벽걸이 TV의 유력 후보 플라스마

그런데 이러한 투사방식의 디스플레이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므로 집이 좁은 사람에게는 매력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프로젝션 TV는 화면 종횡비가 4:3인 경우 광학구조상 두께가 화면 대각선 길이(인치로 표시, TV화면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이 대각선 길이로 나타낸다.)를 cm로 바꾼 값보다 작게 만들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50인치 프로젝션 TV는 50cm 이상 두께를 가져야 하는데, 우리네 좁은 응접실에 폭이 50cm나 되는 디스플레이를 들여놨다가는 제대로 볼 시청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일 것이다. 더구나 배선, 방열 등을 고려해서 TV 자체의 두께에 10cm 정도의 공간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투사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대화면 벽걸이 TV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디스플레이가 바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PDP, Plasma Display Panel)이다.


(그림5)PDP 구조와 원리^기체를 넣어 밀봉한 공간에 두개의 전극을 설치하고 이 두 전극간에 방전을 일으켜 자외선을 방출한다. 이 자외선은 주변에 도포돼 있는 형광체를 들뜨게 해 원하는 색상의 빛을 발하게 된다. 10분의 1mm정도의 아주 작은 발광소자 수십만개가 모자이크처럼 붙어 전체 화면을 구성한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의 발광원리는 형광등과 같다(그림5). 기체를 넣어 밀봉한 공간에 두개의 전극을 설치하고 이 두 전극간에 방전을 일으켜 자외선을 방출한다. 이 자외선은 주변에 도포돼 있는 형광체를 들뜨게 해 원하는 색상의 빛을 발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주 작은 형광등(10분의 1mm 정도) 수십만개를 모자이크처럼 붙여서 만든 디스플레이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현재 40인치 정도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가 상품화돼 있는데, 그 두께는 고작 10cm 정도밖에 안된다.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응용한 획기적인 기능의 디스플레이들이 개발되면서 미래의 영상문화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그중 가까운 변화로 영화관의 영사기가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투사형 디스플레이 중 디지털 미세거울(DMD, Digital Micromirror Device) 같은 반사형 소자를 사용한 프로젝터는 휘도가 높아 3백인치 정도의 극장 수준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미세거울 장치는 수십만개의 아주 작은 거울들을 한개의 칩에 집적한 것이다. 이 거울들이 광원으로부터 입사된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시켜 영상정보를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머지않아 영화 필름 수준의 해상도를 갖는 고화질 고휘도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필름 대신 DVD나 비디오 테이프에 영화를 담아 영사기 대신 프로젝터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생기게 될 것이다.


프로젝션 방식의 도입으로 극장의 영사기가 퇴출될지도 모른다. 대형화를 실현한 프로젝션 TV.


미래형 디스플레이 각축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게 될 획기적인 디스플레이들의 목록을 보면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두부 장착형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는 워크맨, 워크CD 등의 뒤를 잇는 차세대 휴대용 오락기기이다. 안경처럼 착용해 언제 어디서든 임장감있는 영상과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가상현실용으로 이미 선보이고 있는데, 의료, 교육, 군사용 등 이용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래 개발되고 있는 월 비전(Wall vision)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나 액정화면 등을 타일처럼 벽면 전체에 설치하는 새로운 기법의 디스플레이다. 이것은 사무용 전자칠판에 이용되고, 빌딩의 벽을 가상공간으로 만들어 보다 쾌적한 업무환경을 만드는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정용으로는 집을 지을 때 벽면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도 있으며, 바깥 풍경을 실물 크기로 디스플레이하는 가상창문을 만들어 비가 오는 날에도 남국의 새파란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레이저 프로젝터는 거리에 따라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는 무초점 투사형 디스플레이로써 주로 옥외 이벤트에 쓰일 수 있다. 유명가수의 공연을 구름 위에 투사해 본다면 마치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천사들의 공연이 연상될 것이다. 또한 항구에서는 등대를 대체해 바다 수면에 ‘접근금지 해안’이라고 써넣을 수도 있으며, 공항에서는 항공기를 유도하기 위한 지시용 디스플레이로도 사용할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는 초경량, 초박형 디스플레이로 자유자재로 휘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이다. 이것은 아무데서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장소에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누운 채 TV를 보고 싶은 사람은 천장에 디스플레이를 붙여 놓으면 된다. 또한 이 디스플레이는 너무나 얇아서 책처럼 만들 수도 있다. 여러 장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묶어서 한권의 책을 만들면, 책처럼 넘기는 맛도 있고 CD만 갈아 끼우면 책의 내용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전기-화학적 디스플레이(ECD, Electro-Chemical Display)는 화학물질 중 산화, 환원시 색을 내는 물질들을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물질들로 옷감을 만들고 옷감에 전원을 연결하면 전기신호에 따라 형형색색의 영상을 연출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입는’ 디스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카멜레온의 보호색 처럼 시시각각으로 색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위환경에 몸을 숨겨야 하는 군인들의 군복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발광입자를 이용한 공간 디스플레이는 공중에 미립자 상태의 발광입자를 띄워놓고 레이저나 전자파로 발광시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물론 3차원 입체영상이 가능해서 마치 시청자가 실제로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만일 이것이 실용화된다면 실제와 가상이 전혀 구별되지 않는 ‘진짜 가상현실’을 만들 수 있다.

영화 속의 일이 현실로

위에서 서술한 미래형 디스플레이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모두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영화 ‘토탈리콜’에서 샤론스톤과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아침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보던 디스플레이가 바로 월 비전이다. ‘프레데터’에서 외계인은 전투복 표면에 주변과 동일한 디스플레이를 해 자기 몸을 감추고 있다. ‘에일리언’을 보면 에일리언 1편에서는 우주선 안의 디스플레이는 주로 CRT 모니터가 쓰였지만 2편, 3편으로 갈수록 주로 평판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마 1편을 찍던 시절에는 평판디스플레이를 소품으로 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영화에는 이러한 평판 디스플레이는 거의 일반화 돼 안 나오는 장면이 없을 정도다. ‘콘택트’에서는 개인용 위성수신기를 장착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로 여주인공이 러시아 우주선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흔히 공상과학은 미래기술을 예견한다고 말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공상과학영화는 인간의 꿈을 영상화하는 미래기술을 앞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좋은 화면이란?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에는 해상도, 밝기, 명암비, 색상 등이 있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눈에 편안한 느낌을 주며, 색은 자연색과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색상은 보통 적, 청, 녹색 각각이 2백56단계 이상이면 우리 눈은 자연색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살색 같은 미묘한 색의 표현을 위해서는 색의 단계보다 색의 배합이 잘돼야 한다.
그다음에 중요한 것은 휘도로 햇빛에 번쩍이는 칼날 같이 같은 흰색이라도 더욱 강한 흰색이 제대로 표시돼야 한다.또한 흰 눈밭에 뛰어다니는 흰토끼가 그믐날 밤에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세밀한 명암의 차이까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제대로 구현돼 눈이 현실감을 느낄 때 비로소 좋은 디스플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우리 눈이 영상정보를 받아들이는 정도를 시인성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CRT를 능가하는 시인성을 갖는 디스플레이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1인치 더 보이는 TV는 어떻게 된 것인가

TV에 보내지는 신호는 NTSC(TV전파 송출방식의 하나) 기준으로 수평으로 5백25라인의 신호가 보내진다. 그러나 TV 신호는 전파에 실려서 오는 과정에서 잡신호가 섞이게 된다. 이들 잡신호의 영향으로 가장자리의 화질이 불량해지게 되는데, 보통의 TV에서는 이 부분을 잘라내어 기본적으로 8-10%정도를 희생시키고 영상을 만든다.

그러나 신호처리 기술의 발달로 이 부분을 살려 5% 정도를 더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1인치가 더 보이는 TV이다. 컴퓨터 모니터와 달리 영화, 드라마 등을 위주로 보는 TV에서는 주변부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으므로 주변부를 약간 희생해도 보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운동경기나 실황중계 등의 경우에는 의외성이 많아 주변부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이를 좀더 보여주려는 것이 TV를 개발하게 된 동기이다.

199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염정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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