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문명 마푸체문명 스페인문명이 혼재돼 있는 「장대나라」는 날씨가 좋고 술맛이 기막히며 여자가 예쁘다.
지도책을 펴 들고 남아메리카 대륙을 살펴보면 유난히 좁고도 긴 나라가 눈에 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바로 칠레(Chile)라는 나라이다. 최북단의 아리카(Arica)시에서 최남단의 푸에르토 윌리암스(Puerto Williams)까지의 길이가 4천km를 넘어서서 그 꼬리가 남극대륙에까지 향해 있다. 총면적이 2백만6천6백26㎢라니, 그 폭이 나라의 길이에 비하면 얼마나 좁은 건지 알 수 있다.
지난 해 12월 총선에서 16년간이나 군사독재를 해오던 피노체트(Pinochet) 정권이 무너지고 칠레국민들의 민주화 열기에 힘입은 아윌인(Aylwin)의 민선정부로 바뀌면서, 민주주의의 첫 발자국을 조심스럽게 내딛은 칠레는 사실상 남미에서 가장 빠른 경제적 성장과 안정으로 이미 우리에게 낮설지만은 않은 나라다.
구리가 광물의 80% 차지
칠레는 1520년 10월 21일 스페인 국기를 달고 항해중이던 포르투갈 항해사 메르난도 데 마가야나스(Mernando de Magallanas)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후 1536년부터 독립영웅 베르나르도 오 히긴스(Bernardo O' Higgins)에 의해 독립(1810년)하기까지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다.
인구는 중부지방에 밀집돼 있는데, 발다비아(Valdavia)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남부에는 독일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수도인 산티아고(Santiago)의 북쪽은 대부분 사막지역이지만 남쪽은 연중 편서풍이 불어 비가 잦아 농업의 중심이 되고 있다.
칠레의 주된 천연자원은 이미 우리나라와도 거래가 활발한 구리인데, 구리는 전체 광물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긴 태평양을 끼고 있는 지형적 조건과 알맞은 온도 덕분에 수산업과 목재업 분야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안데스의 묘기
태평양을 낀 해변과 사막 숲, 팜파(Pampas)라 불리는 대평원, 그리고 열대성 기후와 안데스산맥의 만년설 등 다양한 지형적 조건과 기후는 칠레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국의 하나로 손꼽히게 하고 있다. 특히 팬아메리카(Pan America) 고속도로가 달리는 북부 해안지역은 사시장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또 12월에서 3월에 이르는 여름기간엔 로데오경기 등 스포츠행사와 축제가 중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꽃 피운다.
만년설의 안데스산맥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와 접하고 있는 칠레의 멋진 구경거리중 하나가 바로 레이크 에어리어(Lake Area) 이른바 '호수지역'이다. 칠레사람들은 이곳의 맑고 깨끗한 호수가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남부로 내려올수록 점점 남극대륙에 가까워지면서 빙원과 빙하가 마치 무지개 빛깔처럼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안데스산맥이 남쪽을 향해 달리다가 발을 헛디뎌 바다에 가라 앉은 듯 그 모습이 잠시 사라진다. 그러다가 남극에 이르면 얼음 덩어리가 불쑥 솟아오론 듯한 절경을 이루는 것이다.
케나스에 맞춰 쿠에카를
관공서나 회사 상가 등은 보통 아침 9시30분경부터 시작한다. 칠레 사람들의 일과중 흥미로운 사실은 오후 1시부터 3시경까지 긴 점심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다. 철저히 가족중심적인 그들은 점심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기후 그리고 낙천적인 그들의 사고방식 때문일까. 칠레에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무척 많다. 선한 눈매와 가무잡잡한 피부의 이 미녀들은 칠레의 그 유명한 3W(Women Weather Wine)의 하나로 칠레를 한층 더 낭만적인 나라로 돋보이게 한다.
연중 기온차가 적고 맑은 하늘에 조금 건조한 듯한 날씨는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매우 적당하다(Weather). 그리고 태평양의 큰 어장에서 갓 잡아 올린 다양한 해산물 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피스코(pisco, 포도로 만든 시큼한 맛의 칠레 특유의 술)나 와인(Wine)은 주당(酒黨)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여기다 거리 곳곳마다 넘치는 젊은 여성들의 매력적인 모습(Women)이 칠레의 3대 자랑거리인 것이다.
약 1만2천여년 전 이미 고도의 문명을 누렸던 원주민들은 16세기 초 스페인의 침략과 약탈이 있기 전까지 그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다. 실제로 북부지역에는 잉카(Inca)문명, 중남부지역에는 마푸체(Mapuche)문명의 자취가 남아서 16세기 유럽식 스페인문명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그들의 민속이나 풍습 또한 다양하고도 흥미롭다. 기타와 하프, 그리고 케나스(quenas)라 불리는 일종의 피리와도 같은 악기 소리에 맞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추는 민속춤 쿠에카(cueca)는 대단히 아름답다.
수공품으로 유명
그들은 매년 6월경 아타카마(Atacama)에 모여서 라티라나(La tirana)라는 큰 제(祭)의식을 행한다. 이것은 그들 마을의 수호를 위한다는 일종의 원시적 요구인데 성모와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카톨릭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칠레는 또한 수공품으로 유명하다. 나무조각품 돌 도자기 구리 보석 등을 가공한 수공품들은 각 부락의 원시종교와 부락특성을 드러내면서 그들의 섬세한 손끝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는 술과 날씨와 여자의 나라는 북쪽의 타는 듯한 사막, 남쪽의 얼음빙하와 안데스산맥 그리고 긴 태평양의 해변을 차지하면서 새로이 출범하는 민선정부와 함께 도약을 꿈꾸고 있다.
16년간의 피노체트정권이 완성해 놓은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남미 최고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칠레사람들은 지금 매우 분주하다. 따라서 칠레의 민주화와 정치적 안정에의 기대는 과거 어느 때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수세기 전부터 있어온 인디오들의 문명은 스페인의 침략과 약탈속에서 많이 침식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동양적 느낌의 친숙하고 따뜻한 눈길과 표정 그리고 정감을 갖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대서양을 건너, 안데스를 넘어 이식된 유럽의 문화를 독특하게 꽃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