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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구현하는 것은 광학 연구자들의 오랜 목표다. 광학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성능이나 가격, 유지 보수라는 측면을 모두 만족하는 장치를 얻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액정디스플레이(LCD)를 비롯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PDP) 등 각종 디스플레이 방식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획기적인 장치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레이저 디스플레이가 바로 그것. 이 장치는 청∙녹∙적색 레이저 광원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 자연색을 표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고화질로 가는데 걸림돌이었던 화소 개념을 없애고 레이저빔이 좌우상하로 스캐닝하며 빛을 내는 신개념 방식이다. 색구현이나 화면 크기 등을 고려하면 TV는 물론 빔프로젝터, 대형전광판까지 두루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 장치의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순수과학이 이뤄낸 쾌거
 

윤 교수팀이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낸 청색고체레이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레이저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이다.


사실 레이저 디스플레이는 LCD나 PDP 등 다른 방식보다 선명도나 색구현, 색대비, 휘도가 뛰어나며 화면 크기도 크게 늘릴 수 있어 오래전부터 주목받았으나 몇가지 문제로 인해 조금 늦게 세상에 나왔다. 상업적 용도로 쓰기에는 출력과 그 안정성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는 해결하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존을 꿈꾸는 한국도 물론 예외는 아니어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 왔다. 바로 그 개발의 중심에 KAIST 물리학과 윤춘섭 교수가 이끄는 비선형광학연구실이 있다.

윤 교수팀은 지난해말 레이저 디스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하는 청색 고체 레이저 개발에 성공했다. 2000년 LG전자와 공동 개발에 착수한 이래 3년만에 얻은 성과였다.

“고출력 청색 레이저는 빔주사 방식으로 기존 텔레비전 디스플레이 방식보다 훨씬 크고 선명한 화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컴컴한 연구실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가르는 푸른빛의 레이저를 조용히 주시하던 윤 교수가 문득 던진 말이다.

윤 교수팀이 개발한 고출력 청색 고체 레이저는 출력이 2W급인 4백56nm(나노미터, 1nm=${10}^{-9}$m)파다. 이정도의 파장이면 청색 색감을 느끼는데 최적의 수준이다. 2002년 독일 함부르크대가 개발한 0.84W급 보다 2배 이상 뛰어나 세계 최고 성능에 가깝다. 이로써 레이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적∙녹∙청색 고체 레이저가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다. 그런데 적색, 녹색에 비해 청 색 고체 레이저의 개발은 왜 이렇게 더뎠던 것일까.
 

윤춘섭 교수(오른쪽에서 네번째)와 비선형광학연구실 석박사과정 학생들.


빛에서 새로운 빛을 캐다

윤교수팀이 개발한 청색레이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선형광학이라는 개념을 끌어와야 한다. 비선형광학 현상은 처음 루비 레이저가 선보인 바로 다음해인 1961년 미시간대 프랑켄 교수 연구팀이 발견했다. 물질에 들어가는 입사광의 세기에 비례하는 흡수∙발광 등 일반 현상 외에 이에 비례하지 않는 여러가지 비선형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물질이 갖는 새로운 기능과 특성뿐 아니라 새로운 분광법을 출현시켰다.

“빛은 파장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에너지를 공급받아 들뜬 상태가 된 광학물질로부터 늘 원하는 빛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이런 파장들을 모아 ‘쓸모있는’ 파장의 빛을 만드는게 비선형광학 연구팀의 주요 연구 과제라고 윤 교수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비선형광학특성을 갖는 물질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청색 고체 레이저도 파장변환 기술을 이용해 9백14nm의 빛을 2W출력을 갖는 4백56nm의 빛으로 바꾼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기존 레이저가 내지 못했던 적외선-자외선 영역 내의 다양한 파장을 만드는 연구를 수행한다.

윤 교수는 이런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응용 및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향후 우리나라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를 디스플레이 외에도 반도체 제작 공정, 반도체 수선, 철판 용접 및 절단, 물질 가공 분야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또 라식 수술이나 충치, 피부 치료 등 맞춤형 레이저가 필요한 영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국방, 환경, 발전 등 레이저의 활용폭은 상상 이상으로 넓다.

“한마디로 현대과학이 만드는 연금술이죠. 고철로 금을 만든다는 15-16세기 연금술은 허무맹랑했지만 과학적 토대위 에 세워진 빛의 연금술은 차원이 다릅니다.”

비선형광학은 빛에서 새로운 빛을 캐는 과학적인 연구분야라는 윤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짤막히 비선형광학을 소개하는 윤 교수의 말이 왠지 모르게 강한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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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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