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깜빡 졸았네!”
김 군은 책상에 앉아 책을 집어든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졸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졸지 않는데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연신 졸음이 쏟아진다. 김 군은 기분을 전환할 겸 수학책을 놓고 오늘 집에 도착한 과학동아 1월호를 집어 들었다. 순간 책 사이에서 떨어지는 기다란 물체.
“자인가?”
그러나 눈금이 없었다. 대신 검은색 바탕에 ‘28’이란 녹색 숫자가 쓰여 있었다. 이 숫자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물체를 소개한 기사를 과학동아에서 바로 찾았기 때문. 기다란 물체는 과학동아 1월호 특별선물 ‘액정온도계’, 그리고 28이란 숫자는 온도였다.
김 군은 그동안 집에만 오면 ‘졸음신’이 내리는 이유를 곧 알게 됐다. 김 군의 공부방 온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 김 군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의지만 탓하며 졸음과 싸웠던 셈이다.
액정온도계 색깔의 비밀
온도는 집중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너무 추우면 근육이 경직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너무 더우면 추욱 늘어지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집중력이 가장 좋은 실내온도를 20~23℃라고 말한다.
하지만 온도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정확한 온도를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수은온도계나 알코올온도계를 사용하면 되지만 깨질 위험이 있는 온도계를 항상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온도를 쉽게 찾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온도계가 바로 ‘액정온도계’다. 디지털 온도계처럼 현재 온도를 숫자로 바로 볼 수 있지만 건전지가 필요 없다. 게다가 두께가 1mm밖에 되지 않아 책갈피로 갖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고 어디든지 걸 수도 있다.
이런 온도계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은 바로 ‘액정’이다. 대부분 물질은 액체 상태일 때 입자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다가 고체 상태가 되면 입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다. 하지만 올레산 암모늄이나 벤조산콜레스테릭 같이 분자구조가 긴 막대 또는 넓은 판처럼 생긴 물질은 액체 상태에서도 분자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생겨 입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다. 이처럼 액체(液體)와 고체 결정(結晶)의 특성을 모두 갖는 물질을 ‘액정’(液晶)이라고 한다.
액정은 분자가 배열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성질이 나타난다. 긴 막대 모양의 액정 분자들이 서로 평행하게 늘어서 있는 네마틱 액정은 전기장을 걸어주면 분자들의 정렬 상태가 바뀌며 특정한 진동면을 가진 빛만 통과시킨다. 계산기나 전자시계의 액정화면은 편광유리 2장 사이에 네마틱 액정을 채운 뒤 이 사이의 전기장을 조절해 글자를 표시한다.
분자들이 평행한 방향으로 누운 채 층을 이루고 있는 콜레스테릭 액정도 있다. 이 액정은 온도에 따라 액정 분자층의 간격이 민감하게 달라진다. 이때 빛이 액정에 닿으면 액정 사이의 간격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색이 다르다. 낮은 온도에서는 붉은색으로, 높은 온도에서는 파란색으로 변한다. 콜레스테릭 액정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만든 온도계가 바로 액정온도계다.
액정온도계는 눈금을 읽을 필요 없이 정확한 온도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고, 필름처럼 얇아 활용폭도 매우 넓다. 실험실 비커의 온도를 잴 때 비커 바깥쪽에 액정온도계를 붙여 놓으면 실험할 때 온도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냉장고나 방한복처럼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제품의 성능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분유병이나 욕조에 붙여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과학동아 1월호 특별부록 액정온도계를 항상 휴대해 과학동아를 가장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온도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