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다양한 형태와 기능은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암과 같은 질병도 한두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수십-수백개의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적인 질병 원인 유전자의 발굴과 함께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서 질병이 생기는가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포안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검색도구가 바로 DNA칩이다. 현미경 슬라이드 크기만한 DNA칩에는 수천-수만개의 유전자 DNA가 깨알같이 박혀있다. 여기에 세포에서 추출한 RNA를 떨어뜨리면 해당 유전자가 세포안에서 얼마나 발현됐는가를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초 출범한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은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과 간암의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2천4백여종의 위암·간암 관련 후보유전자들을 발굴했다. 이 중에는 간암 재발관련 후보유전자와 생존관련 후보유전자, 위암 항암제관련 후보유전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암의 진행단계에 관련된 유전자들도 찾고 있다. 현재 이들 후보유전자를 담은 DNA칩을 제작해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많은 임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또 효모와 생쥐 등 동물모델을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추적하고 있다. 이 결과를 분석하면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결정적인 유전자들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들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약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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