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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학위도 받고 연구도 한다. 2004년 개교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설립 취지다. 캠퍼스가 출연연인 만큼 출연연이 50여 년간 축적해놓은 지식과 기술을 현장에서 공부하고, 기초과학부터 융합과학까지 46개 전공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도 할 수 있다.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을학기를 앞둔 8월 UST로 향하는 이유다. UST는 지금까지 출연연 30곳에서 총 223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1349명이 재학 중이다. 

 

 

KERI┃'SKY' 대신 UST 선택 (UST 한국전기연구원 캠퍼스)


7월 8일 이른 아침, 발걸음을 재촉해 경남 창원에 있는 한국전기연구원(KERI)을 찾았다. UST 한국전기연구원 1호 졸업생인 장성록 교수(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서울대 대학원과 UST에 모두 붙었는데, UST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에서 도전하고 싶은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2008년 UST에 입학해 3년 6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석박사통합과정을 졸업한 그는 플라스마나 가속기 연구에 필수적인 펄스 파워 전원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연구자로 인정 받고 있다. 
펄스 파워 전원은 이온화된 입자인 플라스마를 만들거나, 입자의 속도를 높이는 가속기에서 고전압을 빠르고 세게 발생시킬 때 필요하다. 
장 교수는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펄스 파워 전원 연구에 매진해왔다”며 “펄스 파워 전원은 1990년대부터 한국전기연구원이 기술을 개발해왔는데, UST에 입학한 덕분에 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던 2010년 ‘유럽-아시아 펄스 파워 콘퍼런스(EAPPC)’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고, 2015년 9월부터 UST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장 교수의 연구 성과를 눈여겨보고 지도교수가 돼 달라고 연락한 제자는 2017년 입학한 배정수 UST 한국전기연구원 캠퍼스 에너지변환공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처음이었다. 
장 교수와 함께 펄스 파워 전원 개발에 매진한 배 연구원은 20ns(나노초·1ns는 10억분의 1초) 이하라는 찰나의 순간에 펄스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스승이 받았던 ‘EAPPC 젊은 연구자상’을 2018년 수상했다. 
배 연구원은 “펄스 파워 전원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이 기술을 더욱 개선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배 연구원 외에도 2명을 더 지도하고 있다. 김신 석사과정 연구원은 산학채용연계형 과정인 UST 계약학과(ICORE)로 2018년 입학했다. 이 전형은 석사과정을 마친 뒤 계약된 회사에 입사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연구원은 “회사에 다니다가 전문 지식의 한계를 느껴 UST에 입학했다”며 “UST에 산학협력 계약학과가 개설돼 있어 전문 지식을 익힌 뒤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UST는 올해 7월 현재 총 36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채용연계형, 직원 재교육형 등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 교수는 “출연연의 경우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UST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진로를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SI ┃'블랙홀 3인방'의 탄생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


올해 4월 10일 전 세계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개된 초대형 블랙홀 이미지에 이목을 집중했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블랙홀 이미지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도 8명이 참여했고, 그 중에서도 UST 소속 3명이 주역을 맡았다.
정태현 교수(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는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의 첫 해 입학생이다. 정 교수의 지도교수가 EHT 한국 책임자인 손봉원 교수(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다. 정 교수가 지도하는 조일제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 천문우주과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도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7월 5일 대전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서 3대에 걸쳐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고 있는 ‘블랙홀 3인방’을 만났다. 정 교수와 손 교수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의 한 호텔에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프로젝트 준비 모임이 열렸다. 정 교수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석사과정 연구원 신분으로, 손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신분으로 이 모임에 참석했다. 
정 교수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전파간섭계를 전공한 연구자가 전무했는데, 손 교수가 바로 그 전공자여서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며 “KVN 프로젝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2004년 가을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 박사과정에 입학했다”고 회상했다. 
몇 개월 뒤 손 교수가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3년 뒤인 2007년부터 손 교수는 정 교수를 지도하게 됐다. 손 교수는 “국가 연구소와 협력해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UST는 독일 사례를 모델로 한 것”이라며 “독일에서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한 만큼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학위수여식에서 총장상을 받으며 UST를 졸업한 정 교수는 2015년부터 UST 교수로 활동 중이다. 조 연구원도 이 때 만났다. 그는 정 교수의 첫 지도 학생이다. 
박사과정 3년차인 조 연구원은 UST를 선택한 이유로 전문성을 꼽았다. 그는 “대학원에서 블랙홀과 같은 활동성 은하를 연구하기로 결정한 뒤 어느 교수에게 지도받을지 열심히 찾았다”며 “UST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가 이런 연구를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2014년 당시 조 연구원은 연구에 대한 막연한 열정만 가득 품은 채 정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런 그에게 정 교수는 UST의 여름 학생 인턴 프로그램부터 제안했다. UST는 학과 사정에 맞춰 연구 현장과 연계한 체험형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UST에 진학한 뒤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EHT 프로젝트에서 블랙홀을 관측한 자료를 영상화하는 알고리즘을 개선하     는 역할을 맡았다. 조 연구원은 “전파 관측망 설계와 자료 처리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UST는 국가 연구소를 캠퍼스로 두고 있는 만큼 각 분야에서 연구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지도교수와 학생은 함께 성장하면서 믿고 의지하는 동료 과학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KRIBB┃융합에 꽂히다 (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7월 10일 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캠퍼스 1호 졸업생을 만나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정진영 교수(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가 그 주인공이다. 
정 교수는 2004년 봄 UST가 개교하면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석사과정을 마친 뒤 다시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학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는데, 수업에서 들었던 생물공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처음 UST에 입학할 때는 석사과정만 마칠 생각이었는데, 입학한 뒤 나노바이오공학이라는 융합 학문을 접하면서 박사과정까지 밟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노바이오공학에 꽂힌 정 교수는 UST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으며 금 나노입자에 DNA나 항체를 붙이는 방법으로 진단용 센서를 만들고 그 안정성을 연구했다. 지금은 미세플라스틱과 미세먼지까지 연구 대상을 넓혀 미세입자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UST를 졸업한 정 교수는 2014년부터 UST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연구실 문을 처음 두드린 이는 이왕식 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캠퍼스 나노바이오공학전공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논문 심사만 남은 상태다. 그는 “향후 미세입자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올해 가을 새로운 제자를 맞는다.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턴 연구원인 심유경 씨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독성에 관심이 많다”며 “UST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한 뒤 이와 관련한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UST는 출연연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UST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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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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