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는 편리한 휴대성과 성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높은 가격과 낮은 서체 인식률로 노트북과 PDA에 밀려 호응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용이라고 보기에 배터리 성능도 너무 떨어졌다. 손에 들고 쓰는 컴퓨터란 말도 그저 먼훗날 얘깃거리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이처럼 태블릿PC는 2002년 11월 처음 소개됐을 당시 업계의 기대와 다르게 주류에서 멀찍이 밀려나 있었다. PDA나 노트북과의 차이를 알수 없었던 일반인에게 태블릿PC는 또다른 성능좋은 휴대단말기 정도로만 비쳐져 왔다.
최근 태블릿PC업계가 오랜만에 침묵을 깼다. 강력한 서체 인식기능과 센트리노 모바일칩이 탑재된 신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 제품 무게와 배터리 사용시간을 대폭 개선하는 등 사용층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단점들을 하나 둘 보완했다. 현재 태블릿PC를 만드는 전세계 제조사는 약 10여곳. 국내에는 후지쯔와 HP, LG IBM, 도시바 제품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편이다.
후지쯔가 최근 선보인 T3010TS는 12.1인치 디스플레이에 한글 인식률이 뛰어난 판서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윈도XP 태블릿 에디션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필기인식프로그램 외에 서체 인식율을 크게 끌어올린 다목적 판서프로그램이 탑재됐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전자펜 하나로 글자나 그림, 동영상을 입력하거나 편집·검색할 수 있다.
HP컴팩이 출시한 TC1100은 사용자들에게 잘알려진 제품으로 통한다. 고효율 저전력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어 1회 충전으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핫스왑이란 기능이 있어 다쓴 배터리를 바꿔낄 때에도 전원을 끌 필요가 없다.
LG IBM의 X노트 LT시리즈도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텔 센트리노 무선칩을 탑재하고 있어 들고다니며 사용하기 좋다. 1.9kg미만의 무게에 근거리 통신을 위한 블루투스 기능까지 내장하고 있다.
에이서는 지난 2월 지금까지 출시된 태블릿 PC가운데 가장 큰 14인치 크기의 2세대형 신제품을 선보이도 했다.
노트필기와 디지털의 만남
태블릿PC가 노트북이나 PDA보다 나은점이 무엇일까. 마니아들은 태블릿PC가 노트북 성능에 PDA의 간편함을 가졌다는데 후한 점수를 준다. 노트북과 휴대단말기의 특성을 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잉크’라는 독특한 필기 입력방식은 태블릿PC와 노트북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2세대 태블릿은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배터리 용량과 서체 인식률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보통 한번 충전으로 4시간30분간 이상 거뜬히 쓸 수 있게 된 것. 화면 크기가 12.1-14인치로 커졌지만 무게와 두께는 더 가볍고 얇아졌다.
보통 태블릿PC의 성능은 일반 컴퓨터와 같기 때문에 그 발전 속도도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능이 한층 향상된 OS와 태블릿 전용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오면 전체 시장에서 태블릿PC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