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래 문화 이끌 제품 기획하는 곳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실

 

이건표 교수는 공학자처럼 연구하는 디자이너를 길러낸다.


업체 : “저희 회사 제품 좀 예쁘게 디자인해 주세요.”
연구실 : “여기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데요.”
업체 : “산업디자인학과는 상품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데가 아닌가요?”
연구실: “우리 KAIST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실에서는 디자인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미래 신제품의 디자인을 기획하는 곳이지요.”

KAIST 산업디자인학과의 이건표 교수는 자신이 이끄는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이같은 상황으로 설명했다. 디자인의 방법을 연구한다는 것과 신제품의 디자인을 기획한다는 것이무슨 의미일까?

공학자처럼 디자인 연구
 

연구실에서 최근 개발한 소비자의 시선 분석 장치.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미래 가정에서 사용될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면서 “이 자체가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을 기획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이 과정에서는 기존의 디자인 방법을 따르기보다 디자인을 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가정에서 쓰이는 제품은 한자리에 고정돼 있는것이 아니라 로봇처럼 움직이는 것이 많아질 전망이다.이런 제품의 변화는 곧 디자인에서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을 디자인할 때는 이전 제품의 디자인과 달리 이동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이 교수는 디자인을 하는데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법 개발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개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소비자조차 모르고 있던 욕구를 읽어내야‘아!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야’라고 할만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최근 이 연구실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안구에 적외선을 비추고, 되돌아오는 적외선을 분석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제품 사용시 소비자의 시선이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동공의 크기도 함께 조사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의 관심이 어디에 더 있는지, 제품 사용시 느끼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실은 이 분석기술을 휴대전화 디자인에 적용해봤다. 이를 이용해 초보자와 숙련자 사이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숙련자에게는 단축성을 제공하면서 초보자가 사용시 불편을 덜 느끼는 새로운 디자인의 휴대전화 개발에 활용됐다.

한편 연구실은 소비자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환경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바로 이동식 관찰 장비를 동원하는 것.

휴대전화와 같은 제품은 이동성이 중요한 특징이다.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제품 사용 행태 분석은 갇혀진 실내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패턴을 제대로 읽어내기가 힘들다.

연구실에서는 휴대전화와 같은 이동성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관찰하기 위해 특수 안경과 이동식 관찰 장비를 개발했다. 특수 안경은 한쪽 다리에 초소형렌즈를 달았고, 이 렌즈가 카메라, 동작 감지 센서, 녹화용 비디오, 모니터와 연결돼도록 했다. 소비자가 이 안경을 쓰고, 연결된 관찰장비가 담긴 가방을 멘채로 이동하는 동안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얻어진다.

이 외에도 웹사이트의 서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서핑하는 동안 마우스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기록으로 남게 되는데, 이를 ‘마우스 트랙커’라고한다.

이처럼 KAIST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은 과학자나 공학자의 연구과정과 비슷하다.

이 교수는 “우리 연구실은 공학자나 과학자처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평가할 줄 아는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곳”이라고 말한다. 다른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 학생과 달리 과학자나 공학자와도 대화가 가능한 디자이너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종합기술원과 같이 공학자들의 전문무대로 여겨지는 산업체에 이 연구실의 학생들이 진출해 있다. 그들은 공학자와 함께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낸다. 또한 학생들은 대기업의 디자인 기획실, 미래 제품 연구실, 사용자연구 담당부서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벤처 캐피탈을 설립하기도 하고 변리사가 된 경우도 있다.

200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 사진

    박창민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컴퓨터공학
  • 산업경영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