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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의 순서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쌍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도넛 모양의 무지개는 없는 것일까. 도시의 하늘에서 자취를 감춘 무지개를 지상(紙上)에서 만나보자.

“서쪽에 무지개가 서면, 소를 강가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편서풍대에 자리잡은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경험적인 일기예보다. 서쪽에 있던 비구름이 다가오면서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날 것을 예측한 말이다. 이처럼 무지개는 물방울을 몰고 다니는 비와 관련돼 있다.

비가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의 한편에는 무지개가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에 걸린 활과 같다고해 천궁(天弓)이라고도 했던 무지개는 색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신이 더 이상은 홍수로 생명체를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노아에게 보여준 약속의 표식이 무지개였다는 것이다. 또 무지개 밑으로 지나가면,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변한다는 유럽의 전설도 있다. 이것은 인터넷에서 무지개를 검색하면 동성연애자들의 사이트를 찾을 수 있는 것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무지개와 관련된 전설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무지개 끝에 금시계나 금열쇠 같은 보물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전설들은 무지개를 잘 동반하는 강한 소나기에 의해 고대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일 것이다.


쌍무지개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물방울 속에서 두 번 반사된 빛이 꺾여 나오면 1차 무지개보다 흐린 2차 무지개가 만들어진다. 이 때 물방울로 들어온 태양광선과 물방울 속에서 나온 빨간 빛 사이의 각도는 1차무지개가 42˚, 2차무지개가 51˚다.


쌍무지개의 비밀

우리의 기억 속에 간직된 무지개는 어떤 모양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무지개의 진짜 모습일까. 햇빛이 공중에 떠있는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 빛의 경로는 꺾인다. 빛의 꺽이는 정도는 빛의 색깔마다 다른데 보라색이 빨간색보다 더 많이 꺽인다. 물방울에 들어가기 전의 햇빛은 모든 색깔의 빛이 섞여 있는 백색광이지만, 물방울로 들어가면 색깔별로 꺾이는 정도가 달라 퍼진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에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고 보면 물방울은 작은 프리즘인 셈이다.

색깔별로 퍼진 채로 물방울 안에서 진행하던 빛은 물방울과 공기의 경계면에서는 반사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공기 중으로 꺾여 나간다. 이때 빛이 공기와의 경계면으로 들어가는 각도와 반사하는 각도는 같다(반사의 법칙). 반사된 빛은 다시 물방울 속에서 진행하다가 다시 공기와의 경계면과 만나면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공기 중으로 꺾여서 물방울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이 우리가 보는 무지개다.

이때 덜 꺾인 빨간색 빛은 아래쪽으로, 많이 꺾인 보라색 빛은 위쪽으로 나온다. 물방울로 들어 온 햇빛과 물방울에서 나오는 빨간색 빛 사이의 각도는 42˚, 보라색 빛은 40˚ 쯤 된다. 즉 빨간색이 보라색보다 2˚ 정도 아래쪽에 있다. 만약 물방울 속에서 두 번 반사된 빛이 꺽여 나오면 2차무지개가 나타난다. 세번 반사되면 3차무지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물방울 속에서 진행하는 빛은 물방울 경계면에서 반사되고 굴절되면서 빛의 양이 감소한다. 따라서 2차 무지개는 1차 무지개에 비해 빛의 양이 줄어든 상태이므로 1차 무지개보다 흐리게 나타난다. 무지개가 만들어질 때는 대부분 쌍무지개가 만들어지지만 거의 관찰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가끔은 쌍무지개를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언제 이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무지개를 선명히 볼 수 있을 때 쌍무지개를 볼 수 있다. 즉 무지개를 만드는 물방울의 크기가 크면 빛을 모으는 양도 커진다. 대개 지표 부근의 물방울이 상층의 물방울보다 크기 때문에 더 많은 햇빛을 모을 수 있다. 이런 경우 1차 무지개는 물론 진하게 보이고 2차 무지개도 쉽게 볼 수 있다.

1차 무지개의 경우 햇빛과 물방울 사이의 각도가 빨간색인 경우 42˚, 보라색인 경우 40˚인데 반해 쌍무지개에서 나타나는 2차 무지개는 빨간색이 51˚, 보라색이 54˚다. 따라서 1차 무지개와 2차 무지개 사이의 간격은 크게 벌어져있고, 2차 무지개의 폭이 더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색이 위로 올라오는 이유

물방울에서 꺾여 나온 빛은 보라색이 빨간색보다 위쪽에 있는데 왜 우리가 보는 무지개에서는 빨간색이 위쪽에 있을까. 무지개를 만드는 물방울들은 대개 관측 장소로부터 수 km 이상 떨어져있다. 예를 들어 1km 떨어진 곳에 물방울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는 지평선에 걸려 있어서 햇빛이 물방울이 있는 평면과 수직으로 진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모든 물방울에서 빨간색 빛은 햇빛과 42˚를 이루는 곳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내 눈에 들어오는 빨간색 빛은 어느 높이의 물방울에서 나올까.

내 눈의 위치가 지표면의 바로 위라고 생각하면 대략적으로 730m 높이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빨간색 빛이 내 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호의 길이=2π×중심각/360×반지름 이므로, 물방울의 높이=2π×42°/360×1,000m≒730m다). 즉 지표면 위 1km 지점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빨간색 빛은 시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물방울에서 나오는 보라색 빛은 빨간색보다 2。 높으므로 내 머리(시야)의 30m(2π×2°/360×1,000m≒30m) 위를 지난다. 따라서 그 물방울에서 나오는 보라색 빛은 내 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면 내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 빛은 어느 높이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것일까. 눈치챘겠지만 730m 높이보다 30m 아래에 있는 물방울에서다. 따라서 700-730m 사이에 있는 물방울들로부터 나오는 모든 빛들이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의 빛이 순차적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물방울이 관찰자로부터 1km 떨어졌을 때의 일이다. 만약 관찰자로부터 5km 떨어졌다면 더 크고 폭이 넓은 무지개를 볼 수 있다.

2차 무지개는 물방울의 아랫 부분으로 입사해 나온 빛이 만든다. 1차 무지개와는 달리 밑에서부터 빨주노초파남보의 순서로 보인다. 2차 무지개는 물방울 속에서 두 번 반사하기 때문에 한 번 반사한 1차 무지개와 반대로 보라색 빛이 빨간색 빛의 바깥쪽으로 나온다. 따라서 쌍무지개를 보면 색깔이 대칭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보는 도넛 무지개^관찰자를 중심으로 충분히 넓은 곳에 물방울이 퍼져있으면 완전한 원모양인 도넛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즉 관찰자가 반일점 아래도 관찰할 수 있을 때 도넛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비행기 타고보면 동그라미 무지개도 가능

그림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무지개는 원의 일부분인 호나 반원 모양이다. 실제로 우리가 보아 온 모양이 그렇기 때문인데 여기에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물방울이 완전한 구(球)모양이면 햇빛은 물방울의 표면 중 한 지점에 화살처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밤에 손전등을 비췄을 때처럼 해를 향하고 있는 물방울 표면 전체로 들어간다. 이 빛은 물방울 안에서 굴절하고 색깔별로 다르게 진행한다. 입체적으로 보면 물방울로부터 나오는 빛은 화살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콘같은 고깔 모양이다. 빨간색 빛은 중심각이 42˚인 고깔 모양으로, 보라색 빛은 중심각이 40˚인 고깔 모양으로 물방울에서 나온다. 즉 무지개가 원형인 이유는 물방울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만약 물방울이 원형이 아닌 사각형이나 삼각형이라면 우리는 새로운 모양의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해가 지평선에 걸려있고 빗방울들이 관찰자로부터 1k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자. 관찰자보다 730m 높이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빛 중 빨간색 빛이 관찰자 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관찰자를 중심으로 좌우로 퍼져있는 물방울들에서 나오는 빛은 어떨까. 위로 730m 높이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빛이 관찰자 눈에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찰자로부터 수평으로 42˚, 거리로는 730m 떨어진 곳에 있는 물방울로부터 나오는 빨간색 빛도 눈에 들어온다.

만약 관찰자 아래쪽으로 730m 지점에도 물방울이 있다면 그 물방울에서 나오는 빨간색 빛도 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런 물방울들을 전부 모으면, 태양과 나를 연결한 직선이 물방울들이 모여 있는 평면과 만나는 곳을 중심(반일점)으로 원이 된다. 즉 원모양의 무지개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방울들은 지표면 위에만 있을 수 있으므로, 지표면 위에 서있는 사람들은 동그란 도넛같은 무지개를 보기 힘들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거나 산 위에 올라가서 관찰자를 중심으로 사방에 물방울이 있으면, 완전한 원 모양의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이때 완전한 원 모양의 무지개를 보려면 물방울까지 약1km 떨어진 경우 물방울이 적어도 높이와 폭이 모두 1460m (730×2m) 이상 퍼져 있어야 한다. 즉 물방울이 충분히 넓은 지역에 퍼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가 잘린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

폭포나 분수대에서 무지개 보는 법

비가 온 후 밝은 햇살이 비추는 곳엔 무지개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무지개를 보려면 비가 오고 곧바로 맑게 개인 날만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다. 물방울과 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그곳은 바로 폭포나 분수대 근처, 헤엄치면서 입으로 물을 뿜어 포말을 만들 수 있는 곳, 파도가 부딪혀 하얀 포말이 생기는 뱃전,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매달려 있는 거미줄이나 잔디밭, 안개 낀날 또는 습도가 높은 날 가로등 주변, 엷은 구름이 살짝 지나가는 달 주변 등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보물찾기 하듯이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다. 또 태양을 등지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서 관찰하면 손에 잡힐 듯한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 내 손으로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태양 빛이 물방울을 비출 때 관찰자는 태양을 등지고 있어야 한다. 또 태양의 고도가 너무 높으면 무지개의 중심이 지표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아주 짧게 보이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태양의 고도가 너무 높지 않은 시간에 태양을 등지고 폭포나 분수대 근처를 산책해야 예쁜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만약 이 때 바람이라도 불어줘 물방울이 공기 중에 흩어지면 무지개를 더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정방폭포에서 맑은 날이면 하루종일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정남향의 위치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해를 등지고 서서 부서지는 물방울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지개를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무지개는 햇빛의 고도, 관찰자의 위치와 무지개까지의 거리, 물방울의 크기와 퍼진 정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다. 해가 질 때,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무지개의 중심인 반일점의 고도는 점점 높아진다. 이런 경우 해가 점점 지는 것과 반대로 점점 떠오르는 무지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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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유준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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