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둘러싼 툭 튀어난 뼈와 떡 벌어진 어깨. 우둔하지만 힘센 머슴이 연상되는 외모의 네안데르탈인. 이들은 왜 3만여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을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2가지 가설을 놓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가설의 하나는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가 이들을 몰아냈다는 시나리오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혼혈을 통해 호모사피엔스에 흡수됐다는 설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진화인류학자들이 앞의 가설, 즉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멸종됐음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스반테 파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4만여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분석한 결과 둘의 염기서열이 뚜렷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 전달되는데, 위의 결과는 두 영장류 간의 성적 접촉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프랑스, 크로아티아, 체코 등지에서 발굴한 수십명의 유골 가운데 DNA가 잘 보전된 4명의 네안데르탈인과 5명의 호모사피엔스 시료를 분석했다. 만일 이들 사이에 혼혈이 있었다면 유전자를 공유할 것이다. 분석결과 네안데르탈인에서는 일치하는 부분이 5명의 호모사피엔스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현생인류 유전자 구성에 있어 네안데르탈인의 기여도는 없거나 있어도 미미할 것” 이라며 “다만 시료수가 너무 적어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PLoS 바이올로지’ 3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