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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의 갈등을 해소한다

컴퓨터 사회학

컴퓨터기술이 인류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감내하기 힘든 충격이요, 그것은 혁명적이기조차하다.
 

우리는 항상 변화의 과정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의 진보는 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그에 따른 사회적, 문화적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 되고 있다.

 

기술발전과 세월은 10²관계
 

과거 농경사회는 3천년 동안 지속되었고, 산업사회는 3백년 동안 진행되었으며, 지금의 정보사회는 30년 간에 걸처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바퀴는 발명된 후 3천년 (천자리수)동안 쓰여졌고 증기기관의 발명은 철도수송을 탄생시켰으며, 철도수송은 그후 수백년(백자리수) 동안 사용되었다. 19세기 말에 발명된 자동차는 수십년(10자리수)동안 더욱발전되면서 활용되고 있으며, 20세기 후반의 인공위성의 발명은 불과 수년(1자리수)안에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게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발전이 우리의 문화 제도 그리고 생활방식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사실이다. 바퀴는 인간이 직접 움직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들을 쉽고 빠르게 운반해 주었으며 기차는 멀리 떨어진 농촌과 공장지대로 부터 농산물과 공산물을 옮겨다 주었다. 또한 자동차는 사람의 이동을 아주 쉽게 촉진시켰으며, 석유화학과 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도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을뿐 아니라 도시의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행기는 또한 인간의 생활영역권을 한마을에서 지구촌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공위성의 기술은 현재에도 계속 발전되고 있으며 이미 농산물과 광물자원의 연구 및 기상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적응에서 개조까지
 

지구상에서 인간이 주위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떠한 생물체보다 월등하다. 그러기에 인류는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하여 환경을 인간에게 적합토록 개조하기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인류는 농장과 광산에서 물자를 획득해야만 살수있는 처지(농경사회)에 이르렀을 때 근육노동의 한계성을 극복하기위해 철강을 발견해냈다. 철강으로 근육노동을 대신케 하는 슬기를 발휘한 것이다. 인류가 헐벗고 굶주림에서 해방될수 있으려면 많은 물자를 생산해내고 유통해야 된다는 절박한 궁지(산업사회)에 몰렸을 때 모터를 발명하여 심장노동을 대신케 하였다.
 

인류의 생활영역권이 넓어지면서 삶은 보다 복잡해지고 빠르게 움직이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노동은 가속적으로 가혹해지고 풍요를 얻은 대신 시간을 잃고 말았다. 인류는 정신노동에서 해방되고 잃었던 시간을 되찾지 않으면 아니될 처지(정보사회)에 이르러 컴퓨터를 발명해 냈다. 컴퓨터로 하여금 정신노동을 대신케 하는 슬기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지금 인류는 철강과 모터 그리고 컴퓨터를 결합, 로보트를 만들어 사람을 대신해 산업현장에 취업시키고 있다.

 

프로스머(PROSMER)의 탄생
 

이조시대 때 어느 왕이 피난중에 '묵'이라는 생선을 드시고 하도 맛이있어 그 생선의 이름을 '은어'로 바꾸어 부르게 했다. 그후 왕은 환도해서 갖가지 궁중요리를 배불리 드셨으나 아무래도 피난중에 드셨던 은어를 잊을 수가 없어 그것을 진상케 하였다. 은어를 맛본 왕은 "이게 진짜 은어냐? 왜 맛이 이리도 없는고!" 하면서 그것을 "도루 묵이라 해" 라고 했단다.
 

우리는 지금도 '도루묵'이란 생선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왜 '묵'이 '은어'가 되었다가 다시 '도루묵'이 되었는가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배가 고프게 되면 찬밥과 더운밥을 가려먹지 않으나 배가 부르면 가려먹게 된다. 산업사회에서 획일적인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소비자들은 배가 부르게 되었다. 질보다 양이 우선했었다.
 

이제 배가 부르게 된 소비자들은 양보다 질을 더 중요시 하게 되었고 이들의 욕구와 가치관도 다양해졌다. 옛날에는 옷이 떨어져 못입을때쯤 되어야 새옷을 사입었으나 요즈음은 실증이 나거나 아니면 유행따라 새옷을 해입는다. 이와같이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욕구가 다양화 되고 개성화 되는데 비해 생산자들은 획일화된 대량생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에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이 충돌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산 코스트가 적게드는 대량생산체제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출현이 요청되는 것이다.
 

고객이 전자거울 앞에 서면 컴퓨터시스템에 연결된 영상장치에 당시 유행되는 복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고객은 영상장치에 나타난 자신의 패션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통과' 버튼을 누르고, 마음에 드는 패션이면 '오더' 버튼을 누른다. 이때 컴퓨터시스템에 연결된 로보트가 재단을 하고 재봉질을 한다. 고객이 차 한잔 마시는 동안 옷이 마무리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류의 공정시스템을 유연공정시스템(FMS: flexible manufacturing systems)이라고 한다. 이의 특징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제품(서비스)을 맞추어, 직접 생산명령을 내리게 하면서도 대량생산체제의 묘미를 갖고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충돌관계에 있던 소비자와 생산자의 사이가 보충적 결합관계로 발전한다. 그래서 이를 프로스머(PROSMER)라고 한다.

 

컴퓨터의 혜택은 모두에게
 

요즈음은 전화를 신청하면 거의 즉시 해결해준다. 청약을 해놓고 몇년을 기다려야 했던 때와 비교하면 소비자들은 전화에 관한 한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전화를 잘못걸었을때 '그런사람 없어요'라는 퉁명스런 대답을 듣고서는 불쾌해진다. 이를 어찌 배부른 불평이라고 언제까지 무시해버릴 수가 있겠는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사를 하는 등의 이유로 전화번호가 바뀌면 컴퓨터시스템을 활용해서 3개월 동안 새로운 전화번호를 자동으로 안내해주고 있다.
 

고소인이든 피고소이든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 재판에 계류되면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어 언제 마무리 될것인가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관에서 일방적으로 통지해 줄 때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가 지치면 연줄을 찾아 서기보라도 붙잡고 사정을 하게된다. 선진국에서는 민원실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를 활용, 사건의 진행사항을 언제라도 민원인이 직접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행정을 서비스화함으로써 납세자들이 자신이 내는 세금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대도시의 특징은 '빌딩숲과 도로망의 정글'이라 했다. 도로 지하에는 하수도 상수도 전력전 전화선 개스관 지하도 지하철 등 수많은 시설물이 거미줄처럼 매설돼 있다. 그리고 그 시설물의 설치와 보수는 서로 다른 독립된 기관에서 하고 있다. 시청에서 행정을 주관하고 있으나 배설물의 상호관계를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같은 시점에서 보수해야 할 시설들을 한꺼번에 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를 굴착할 때도 지하에 깔려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땅속을 후비다가 멀쩡한 시설을 건드려 파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며칠전에 포장한 도로를 전력선을 묻는다고 다시 파헤치는 따위를 우리는 흔히 보았다. 국력의 낭비는 물론 시민에게 주는 불편도 대단한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톤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도형정보관리시스템(MIMS : mapping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을 개발하여 1백82종의 다른 시설도를 동시에 보면서 지하 매설물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상에 있는 건축물 축조물, 지하에 있는 상수도망 하수도망 전력선망 전화선망 개스관망 지하도망 지하철망 등의 도면들과 지질도 지적도들을 유기적으로 종합하여 봄으로써 한번 땅을 파면 관련된 모든 시설들을 맡은 기관들로 하여금 동시에 보수토록 한다. 또한 컴퓨터화된 이 MIMS를 활용 인구분포와 교통량분포 등을 파악, 도시의 영향을 평가하고 도시계획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컴퓨터 사회는 신용사회
 

손해보험회사측에서는 교통사고가 날로 증가하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가 누적되어 회사가 파산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아우성을 친다. 자동차를 가진 보험소비자들은 지금 내고 있는 보험료도 국제수준보다 높은데 경영을 합리화 해서 원가 상승요인을 흡수하지 않고 손쉬운 보험료만 올려 받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선다. 보험 서비스의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충돌이다.
 

사고는 자동차가 내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내는 것인데 자동차를 상대로 보험 서비스를 매매하고 있다. 사고내기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이나 평생 교통법규 한번을 위반한 적이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획일적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제도는 산업사회에서의 생산자 편의주의 사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생산자 편의주의 정책을 소비자의 수익부담주의로 전환해야 양자간의 충돌현상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가 있다. 즉 경찰이 관장하고 있는 운전자별 교통사고기록을 보험료율에 연계시켜 개인별 사고율에 따라 차등률을 적용하는 사람중심의 보험상품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사고를 내면 그 기록이 사건을 일으킨 운전사 개인에게 평생동안 꼬리붙어 다니면서 누적된다. 그리고 사고를 많이 낸 사람에게는 누진적으로 보험료를 올려 부과하고, 반대로 사고를 적게 낸 사람에게는 누진적으로 보험료를 감해준다. 교통사고도 예방하고,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하여 소비자의 불만도 없애고, 보험회사의 경영도 발전해가는 1석 3조의 효과를 보는 시스템이다. 컴퓨터와 시스템 기술이 만들어낸 걸작품의 하나라 하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고자 할때 일류회사의 임원급이거나 떠돌이 행상이거나 차별없이 획일적으로 서류를 청구한다. 즉 등기부등본 재산세납부증명서 인감증명서 보증서 보증인의 재산세납부증명서 보증인의 인감증명서 등이 천편일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부실채권을 막는데 있어서 이와 같은 물건담보주의 대출관행보다 신용담보주의 대출관행이 더 효과적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안정성, 공과금 체납여부, 신용카드 부도 전과 여부, 현재의 수입, 은행의 거래실적 등의 정보를 수년동안 집적하여 개인별 신용을 평가한 다음 신용정보를 창출 판매하는 회사들이 있다. 은행에서는 이 신용정보를 이용, 사인 하나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신용정보시스템도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생산에서 경영으로
 

지금까지 첨단과학의 결정체인 컴퓨터시스템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때 사회 각분야에 미치는 영향의 폭과 심도를 우리의 현실에 조명해서 설명해 보았다.
 

다음은 컴퓨터시스템이 사람의 일을 대신해가는 과정을 발전 단계별로 살펴본 것이다.
 

컴퓨터시스템이 생산현장에서 처음에 한 일은 철판절단작업, 용접, 조립작업, 배합작업과 같은 반복형 일들이다.
 

다음에는 설계도 작성과 같은 도형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부분적 작업을 하는 단계에서 발전해 인간으로서는 할수 없는 시스템적 복합작업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식물공장 같이 물의 온도, 공기중의 습도, 광량, 시차별 영양공급, 환기 등의 균형적 조절작업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공장의 자동화로 컴퓨터시스템에 일을 떠 맡긴 사람들은 사무실로 이동하여 '조정키'를 만지적거리면 컴퓨터시스템을 통제하는 일을 한다. 이에 따라 사무실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은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생산성의 병목현상은 사무노동에서 발생하게 된다. 예를들면 물건을 만드는데는 몇초 밖에 안걸리는데 수출절차를 밟는데는 17일이 소요되는 따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편지를 쓰고 텔렉스를 작성하고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등의 일을 컴퓨터시스템에 맡기게 되었다. 이것을 사무자동화(OA : office automation)라고 한다.
 

기업이나 단체를 만들어 경영을 하다보면 관리의 중요도를 알게 된다. 여러개의 요소들이 각자 자전적 활동을 하면서도 조직이란 궤도 위에서 공전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기업(조직)시스템인데 이때 원심력으로 작용되는 것이 관리력이다. 이 관리력이 자동화된 생산노동과 사무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조직의 균형이 깨지게 되었다.
 

판매관리 고객관리 신용관리 생상관리 품질관리 자재관리 유통관리 원가관리 자금관리 회계관리 인사관리 기획및 예산관리 등과 같은 관리행위도 컴퓨터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옛날에는 하루의 생활활동권이 한 부락 정도이고 기껏해야 5일에 한번씩 서는 20리 길 시장에 갔다 오는게 고작이었다. 이때는 혼자서 부락의 가가호호마다 숫가락과 밥그릇이 몇개 있는것까지 알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지구촌을 생활활동권으로 하고 다이내믹한 환경에서는 모든 것을 한 인간의 두뇌로서도 도저히 파악하고 기억할 수 없다. 즉 사장 한 사람의 개인적 의사결정이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꼴이라 하겠다.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즉 지구촌에서 급변하는 환경을 커버할수있는 기업(조직) 차원적 의사결정력을 창출하는 일을 컴퓨터시스템이 해낸다. 이러한 시스템을 경영정보시스템(MIS :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이라 한다. 첨단기술이용의 극치인 것이다.
 

제1의물결(농경사회) 제 2의물결(산업사회) 제 3의물결(정보사회)


충격은 도약의 발판이다.
 

컴퓨터와 시스템이용기술이 인류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감내하기 힘든 충격이요 그것은 혁명적이기 조차 하다. 산업혁명 당시 기존의 가치관인 봉건사상이 재화우선사상으로 전도 되었듯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보혁명은 현존의 재화우선사상을 지식 및 정보우선사상으로 바꾸워 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 충격은 근로자 각자가 지금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는 기술이 쓸모 없게 되고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이다.

양복점에서 일하는 패션 디자이너, 재단사, 재봉사, 마무리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기술과 일자리가 FMS로 상실된다고 보는 견해가 바로 충격이다.
 

양복점이 FMS화 되면 패션 디자이너는 더욱 바빠진다. 사람의 좌측 두뇌는 이성적인 것을 처리하고 우측두뇌는 감성적인 것을 처리한다. 그런데 창작은 감성적인 두뇌만이 할수 있다. 컴퓨터는 오직 인간의 좌측두뇌와 같이 이성적인 것만을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를 할 수가 없다. 창조적 일인 패션 디자인은 사람만이 할수 있는 것이다.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개성에 맞는 패션을 디자인 하려면 더 바삐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패션 디자이너의 일자리는 오히려 더 많아지고 바빠진다.
 

일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근로자들을 새로운 일자리에서 어떻게 일을 하도록 하느냐가 문제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의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을 기존 근로자들에게 훈련시키고 또 스스로 배우려는 마인드를 형성해주는 것이 충격에서 살아나는 방법이라 하겠다. 더욱 중요한것은 새로 자라나는 미래의 근로자들에게 앞으로 그들이 정보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학문과 기술을 연마해 주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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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노중호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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