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Culture] 성형수술에 관한 궁금증 6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으로 본

‘새 얼굴 새 인생, 대학생활은 정말 행복하게 해 보고 싶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주인공이 대학 입학 첫 날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이다. 동일한 제목의 웹툰 원작을 재구성한 이 드라마는 ‘성형미인’인 주인공이 대학 생활을 하며 겪는 갈등과 우정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며 한 번쯤 성형수술을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과학적인’ 조언을 들어보자.

 

질문 1. 성형하면 정말 예뻐지나?


본질적인 질문이다. 주인공 강미래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오크’라고 놀림을 받으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대학 입학을 앞둔 그는 얼굴을 못 알아볼 만큼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받고 변신에 
성공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찾아봤는지 그에게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속으로 사람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강미래는 마치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을 뜯어보며 ‘쌍수하면 대박 날 눈’ ‘성형하기 어려운 코’ 등의 평가를 내린다. 성형하면 더 예뻐질 눈이 있고 그렇지 않은 눈이 있을까. 성형하기 좋은 코가 있고 어려운 코가 있다는 게 사실일까.


전영준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성형외과 교수는 “사람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자기 얼굴의 다른 부위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수술법이라 해도 다른 부위와 어떻게 어울리는지에 따라서 극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 교수는 “기본적으로 성형수술을 하면 A라는 사람이 A′로 변하는 것이지 A가 B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술 결과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성형수술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성형수술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주목도가 높은 눈 부위가 다른 부위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꼽았다. 9월 8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가톨릭성형심포지엄’에서 만난 이상호 이상호성형외과 원장은 기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성형수술을 권했다. 안검이완증 증상이 있다는 이유였다.

 


안검이완증은 눈꺼풀 피부가 눈을 길게 덮거나 노화로 늘어져서 눈썹을 들어야 눈을 크게 뜨고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많은 수의 한국인이 이런 증상을 보이며,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더 심해진다. 이 경우 눈썹을 들어야 눈을 또렷하게 뜰 수 있기 때문에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팬다. 


이 원장은 “추운 북쪽지방에서 한반도로 이주해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족의 특성상 눈꺼풀이 길게 내려와 눈을 덮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상안검거상술’로 눈을 크고 시원하게 만들면서 눈매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증받은 시신을 이용해 후배 성형외과의사들에게 자신이 1992년 개발한 상안검거상술을 교육했다. 상안검거상술은 쌍꺼풀 수술과 다르다. 눈썹 밑 피부를 폭 45~55mm, 높이 8~18mm가량 좌우로 긴 타원 모양으로 절개해 제거한 뒤 위아래를 이어 붙여 봉합한다. 지금까지 이 원장은 6000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상안검거상술을 집도했고, 지금은 전국의 많은 성형외과에서 이 수술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한국인은 눈꺼풀의 피부가 두껍고 처진 경우가 많아 쌍꺼풀 수술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우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상안검거상술과 쌍꺼풀수술을 동시에 하면 더 자연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문 2. 한번에 다 고칠 수 있나?


주인공 강미래처럼 한 번에 여러 부위를 수술해서 몰라보게 변신할 수 있을까. 전 교수는 “물론 가능하다”며 “성형수술 기술은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하는 게 가능할 만큼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여러 부위의 성형수술을 동시에 할 경우 짧은 시간에 큰 변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전 교수는 “수술을 하면 몸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리를 잡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모양이 조금씩 변한다”며 “한꺼번에 수술을 하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패할 위험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반면 부위를 나눠서 수술하면 이전 수술 부위가 자리를 잡은 뒤 그에 어울리게 나머지 부위를 수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질문 3. ‘강남미인’은 진짜 있나?
극중에서 사람들은 강미래를 비하하는 의미로 ‘강남미인’이라며 수군거린다.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형 미인’이라는 뜻이다. 성형수술을 받으면 얼굴이 비슷해지는 걸까.


전 교수는 “성형수술에도 트렌드(유행)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강남은 서울에 있는 성형외과의 75%가 모여 있을 정도로 성형외과가 많다. 전국 기준으로는 38.8%다. 따라서 성형수술을 원하는 많은 환자들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게 되고, 강남구를 중심으로 특정 성형수술 기법이 유행하면서 소위 ‘강남미인’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한때는 가수 이효리 씨처럼 눈 밑 애교살을 만드는 수술이 유행했는데, 최근에는 큰 눈을 만드는 성형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사람마다 눈을 키워야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며 “자신에게 잘 어울릴지에 대해 충분한 상담과 고민을 하지 않고 단순히 유행이라서, 혹은 다른 사람이 예뻐 보여서 수술을 하는 것은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질문 4. 원래 얼굴로 되돌릴 수 있나?


성형수술에도 유행이 있고, 수술 결과가 원하던 바와 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수술이나 원상복구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특히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런 과정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관련 의료분쟁 조정 신청이 2013년 51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두 배나 늘었다. 평판이 중요한 성형외과 특성상 병원과 환자 사이의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례는 더 많을 수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성형외과 관련 상담은 2014년에만 5005건에 이를만큼 많았다.


이런 이유로 원래 얼굴로 되돌리는 원상복구 수술 기법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최진영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팀은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환자의 턱뼈를 재건하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를 ‘국제두개안면외과학회지’ 6월호에 발표했다.


최 교수팀이 수술한 환자는 1년 전 다른 병원에서 미용 목적으로 아래턱 일부를 깎는 수술을 받은 20세 남성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턱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깎였다는 생각이 들어 복원을 원했다.


최 교수팀은 수술 전과 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환자의 턱을 찍은 영상을 중첩시켜 입체적인 형상을 얻고, 이를 토대로 잘려나간 턱뼈의 모양을 파악했다. 그런 뒤 컴퓨터로 재건할 환자의 아래턱 모양을 설계하고 이를 티타늄 재료로 제작했다. 마지막으로 이 티타늄 재료를 아래턱에 삽입해 턱의 모습을 원래대로 회복시켰다.


전 교수를 비롯한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진과 조동우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체 조직을 재건하는 ‘맞춤형 재건 수술 기법’을 개발해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가령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뼈가 이어붙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망가진 환자의 경우 CT 촬영을 한 뒤 온전한 다리뼈의 정보를 이용해 3D 프린터로 뼈를 대신할 인공뼈를 출력해 원래 모습을 회복시키는 식이다. 전 교수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상처 치유와 근육 재생, 신경 재생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첨단 복원 기술은 아직 미완성 단계다. 원래대로 완벽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아무리 원상복구 수술을 해도 처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만큼 성형수술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5. 마음도 성형할 수 있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성형수술을 소재로 다루지만,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마음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형미인 강미래를 싫어하는 자연미인 현수아 역시 어린 시절 겪은 일들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마음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성형수술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마음을 갖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 원장은 “성형외과는 정신외과라고 생각한다”며 “성형수술은 마음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안검이완증으로 자신감이 없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들이 수술 뒤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도 “우울증 환자가 성형수술 이후 만족감이 높아진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교수는 “성형수술이 부수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외모에 집착하게 만드는 사회적 풍토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느끼고 세부 부위에 집착하는 증상을 보이는 신체이형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반복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전 교수는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 일부는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연구 사례를 보면 성형수술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1999년 1월호에 발표한 논문 ‘미용성형수술과 정신건강’에 따르면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의 신체만족도가 수술 전 평균 58.54점에서, 수술 후 평균 78.14점으로 호전됐다. 특히 수술 뒤 신체 만족도가 클수록 정신건강상태도 호전됐으며, 수술 전 신체에 불만이 클수록 수술 후 정신건강상태가 더욱 좋아졌다.


반면 노르웨이사회연구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심리의학’ 2011년 7월 2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형 수술 전후로 외모 만족도에 변함이 없었고, 우울, 불안, 식이 문제, 음주 등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심리, 행동적인 문제는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doi:10.1017/S0033291711001267

 

 

질문 6. 성형수술의 기준이 있나?


성형수술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가인드라인은 없을까. 우선 실력을 갖춘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의사의 70~80% 가량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수련 정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성형외과 전문의를 찾아가기를 추천한다. 이 원장은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최소 병원 세 곳은 방문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성형수술이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같은 수술을 해도 의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코를 정밀하게 2mm만 높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원장은 “(성형수술에) 100점은 없다”고 말했다. 얼굴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다.


독일 보훔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임상심리과학’ 2013년 3월 4일자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성형수술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인 목표를 갖는 것이 수술 후 만족도와 정신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알려준다.

doi:10.1177/2167702612471660


연구팀은 성형 수술을 받은 544명과 성형 수술에 관심은 있지만 수술은 받지 않은 264명의 심리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고민만 하다가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긍정적이며 즐겁고,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성형수술 뒤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성형수술에 대해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대다수는 얼굴의 흠을 없애거나 심리적 기분 개선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았다. 막연히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과 같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성형수술을 한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기자
  • 사진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 사진

    네이버웹툰
  • 사진

    기맹기

🎓️ 진로 추천

  • 심리학
  • 의학
  • 미술·디자인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