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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개봉한 영화 ‘애드 아스트라(Ad Astra)’의 제목은 라틴어로 ‘별을 향해’라는 뜻이다. 우주비행사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가 지구를 위협하는 전류 급증 현상을 막기 위해 진원지인 해왕성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8월 29일 베니스에서 열린 영화 간담회에서 “단순히 SF영화가 아니라 ‘사이언스 퓨처 팩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모든 요소가 사실(팩트)에 입각해 제작됐다는 것이다. 영화 속 우주의 모습은 현실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우주 덕후’를 위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관전 포인트 1 우주의 환승센터, 달


“담요 서비스는 125달러입니다.”


영화는 우주비행사 로이가 30년 전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우주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마치 비행기를 타듯,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달에 갈 수 있다. 달에 도착한 로이는 월면차를 타고 달의 뒤편으로 이동한다. 지구 바깥쪽 행성인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달의 뒤편에서 출발하는 로켓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성에서 다시 태양외곽탐사선으로 개조한 ‘세피우스’를 타면 해왕성까지도 갈 수 있다.


실제로 달은 화성 등 다른 행성에 가기 위한 전초 기지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5월 13일 유인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를 발표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민간기업들과 함께 2024년까지 달 궤도 정거장인 ‘게이트웨이(Gateway)’를 건설하고, 달 착륙과 심우주 탐사를 위한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화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달은 우주로 나가기 위한 환승센터인 셈이다.


우주탐사에서 달과 같은 환승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행성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에서는 훨씬 적은 에너지로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그만큼 연료가 덜 든다. 당연히 로켓의 크기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 쏘아 올린 한국의 나로호 무게가 140t(톤)이었는데, 달에서 같은 무게의 위성을 동일한 궤도에 보내려면 무게가 100분의 1 정도면 된다”며 “달은 화성 등 다른 행성을 탐사할 때 중간 기착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 2 레골리스 위에서 벌인 추격전


“미확인 차량이 우리 쪽으로 접근한다. 알파 즉시 지원 바란다.”


화성행 로켓으로 갈아타기 위해 월면차를 타고 달의 뒤편으로 이동하던 중, 로이 일행은 해적을 만나 추격전을 벌인다. 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레골리스(Regolith·월면토)를 흩날리며 광활한 달 표면을 달리는 장면은 웬만한 액션 영화의 자동차 추격 장면을 능가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팩트보다는 영화적 장치에 가깝다. 황 책임연구원은 “수십m 두께로 쌓여있는 레골리스가 흩날리는 것만으로도 우주복이나 월면차가 망가질 수 있다”며 “레골리스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 토양이 풍화돼 만들어진 레골리스는 사실 달 탐사의 최대 골칫거리다. 레골리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운 분말 같지만,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깨진 유리조각처럼 뾰족한 모양을 띠고 있다. 달 표면을 돌아다니는 로버의 베어링이나 우주복의 연결 부위에 레골리스가 들어가면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레골리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레골리스를 섞어 만든 콘크리트로 달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정 두께 이상의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면 태양으로부터 도달하는 방사선과 자외선을 막을 수 있다. 영화에서도 달 기지의 중앙홀과 터널 등은 모두 콘크리트를 이용해 실감 나게 제작했다.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멘트, 자갈, 모래 등을 지구에서 전부 운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들 재료 대신 레골리스를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팀은 달 토양에 물 대신 플라스틱 섬유를 섞어 콘크리트 반죽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2010년 3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달 토양과 입자 크기가 유사한 복제토를 제작했고, 복제토와 폴리에틸렌을 7대 3의 비율로 섞어 달기지 건설에 사용할 수 있는 벽돌을 만들었다. doi: 10.1061/41096(366)102

 



관전 포인트 3 심박수로 말하는 심리 상태


“심박수는 47,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됐습니다.”


우주비행을 떠나기 전 지구에서 한 번, 달과 화성 기지에서 또 한 번, 해왕성으로 향하는 로켓에서 다시 한 번. 영화에서 로이는 수시로 심박수를 잰다. 우주비행사의 심리를 진단하는 검사 중 하나다. 심박수는 로이가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을 때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보이는 미묘한 심리 변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장치로 쓰인다.


현실에서도 우주비행사는 비행 전 복합적인 심리 테스트를 받는다. 방대한 우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우주선에 갇혀 생활해야 하는 상황은 우주비행사들에게 고립감, 불안감, 공포감 등을 유발한다. 이런 불안정한 정서를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비행 중 우주비행사가 이상행동을 할 경우를 대비한 행동지침도 마련돼 있다. NASA는 동료 우주비행사가 자살 기도 등 정신병적 행동을 보이면 고무끈으로 손목과 팔목을 묶고 진정제를 주사하게 한다. 우주선에는 어떠한 무기도 실리지 않는 만큼 100% 완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


또 국제우주정거장(ISS)에는 진정제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가 비치돼 있어 이상행동을 보이는 우주인에게는 지침에 따라 이를 투여할 수 있다. 이상행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모든 우주비행사는 2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통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주 임무 중 항우울제 등을 투약받은 우주인은 없었지만, 우주에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례는 종종 보고됐다.


실제로 화성 너머의 심우주 탐사를 위해 세계 각국은 장거리 우주 임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규성 인하대 우주항공의학센터장은 “과거에는 우주비행사의 체력을 중요하게 평가해 군인 출신 우주비행사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우주비행사의 정서적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며 “제한된 장소에서 오랜 시간 고립된 상태로 지내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9월 10일 과학동아는 정기구독자 50명을 초청해 영화 ‘애드 아스트라’가 개봉하기 전 특별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참석한 독자분들의 한 줄 감상평을 싣습니다. 과학동아가 준비하는 독자 초청 이벤트에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 사진

    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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