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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는 전설의 술잔 만들기

욕심 다스리는 계영배와 욕심부리는 클립

모험이와 슬기는 중국과의 홍삼 무역을 통해 거부가 된 조선시대의 거상‘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든 모험이는 어느새 소설 속의 주인공 임상옥이, 슬기는 곁에서 임상옥을 보필하던 박종일이 돼 있었다. 누명을 쓰고 유배돼 있는 모험이에게 당대의 세도가인 조상영이 찾아왔다.

슬기 : 반드시 조상영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나이다. 그러면 나으리께서는 죄인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으실 것이오나, 만에 하나 조상영의 눈밖에 나시면 유배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나이다.

조상영은 거만하기 이를 데가 없었고, 앉자마자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방 한구석에 있는 술잔을 가리켰다.

조상영 : 멋있게 생긴 술잔이로군. 저 잔에 술을 가득 따라보시오.

한참 기생들의 춤을 구경하고 나서 술을 마시려던 조상영은 벌컥 화를 냈다.

조상영 : 아니, 나에게 어찌 빈 잔을 주는 것이오?

술잔을 들여다본 모험이는 깜짝 놀랐다. 가득 따랐던 술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모험이는 조상영이 보는 앞에서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기생들의 가무를 즐기던 조상영은 또 잔이 빈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조상영 :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어찌된 일인지 설명을 해보시오.

순간 모험이의 머릿속으로 무엇인가 번개처럼 스쳐갔다. 큰스님 석숭이 선물로 준 이잔의 이름은‘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하는 술잔’ 이란 뜻의‘계영배’(戒盈杯)였던 것이다. 모험이는 과연 조상영의 화를 풀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어드벤처 1 가득 차기 전에 새는 잔

■ 왜 그럴까?!

▶▶▶ 왜 잔을 채울 수 없을까?


물을 높이 h1(그림)보다 적게 부으면 짧은 빨대의 안과 밖에서 물이 같은 높이로 채워진다. 따라서 긴 빨대 쪽으로 물이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종이컵 바닥에 구멍이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아래로 새지 않는다. 물을 h1보다 많이, h보다 적게 부으면 h1 위쪽 부분의 물만 긴 빨대 쪽으로 새다가 물높이가 h1이 되는 순간 물이 새는 현상이 멈춘다. 그러나 h보다 물을 더 많이 부어 빨대 안이 물로 가득 차면 긴 빨대 안에 들어 있던 물은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빠진다. 이때 물이 빠진 만큼 빨대 내부에는 진공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기압차가 생겨 짧은 빨대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가 높이가 h2가 될 때까지 물이 계속 새는 것이다. 임상옥이 항상 곁에 두었다는 계영배는 이와 같은 원리다. 잔을 가득 채우는 것과 같은 지나친 욕심을 경계한다는 우리의 전통사상을 되새겨주는 술잔이다.

어드벤처 2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 물

■ 왜 그럴까?!

▶▶▶ 가득 찬 물에 클립을 띄워도 왜 넘치지 않을까?


철로 만들어진 클립을 떨어뜨리면 밀도가 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수평으로 가만히 놓으면 수면에 뜬다. 물분자들 사이에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인 응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릇에 가득 찬 물위에 클립을 띄워도 물분자끼리 서로 잡아당겨 물이 쉽게 넘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표면에 있는 분자가 서로 잡아당겨 표면적을 가장 작게 유지하려고 하는 힘을 표면장력이라고 한다. 클립이 떠있는 물 표면을 자세히 관찰하면 클립과 닿은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분자가 표면적을 작게 하기 위해 서로 잡아당겨 클립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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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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