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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 보호하는 장벽을 뚫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만큼 보호도 철저하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에는 해로운 물질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아 주는 ‘혈뇌장벽’이 있다. 뇌를 보호하는 세포막인 혈뇌장벽은 해로운 물질뿐 아니라 유용한 치료약도 통과시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뇌종양처럼 뇌에 병이 생겼을 때도 효과가 검증된 약을 쓰지 못해 수술이나 방사선을 이용해 치료해야 한다.

이번에 황당맨은 혈뇌장벽을 뚫고 뇌에 약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정성기 전 포스텍 화학과 교수를 만났다. 정 교수팀은 인공감미료로 흔히 쓰는 탄수화물인 ‘소르비톨’로 혈뇌장벽과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분자수송체를 개발했다. 수많은 물질을 가지고 실험한 끝에 얻은 결과였다. 정 교수는 “약물을 나르는 분자수송체가 혈뇌장벽을 통과하려면 크기가 작아야 하며 세포막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조가 유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을 원하는 부위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분자수송체와 치료약의 기능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두 물질을 결합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정 교수팀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쉽게 분해되는 물질로 ‘연결기’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분자수송체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치료약인 ‘AZT’를 결합시켜 쥐에 투여한 결과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조직에 약을 전달했던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분자수송체에 항암제를 결합해 뇌종양을 치료하는 연구 결과를 영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메드켐콤(MedChemComm)’에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성균관대 의대의 남도현 교수팀과 공동으로 분자수송체에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을 결합한 뒤 뇌종양에 걸린 쥐에게 먹였다. 그 결과 종양의 크기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정 교수는 “분자수송체와 결합할 수 있다면 어떤 약물도 뇌로 보낼 수 있다”며 “치명적인 뇌질환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현재 정 교수는 병원,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나 헌팅턴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유전자 전달에 적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도 만들 계획이다.


[포스텍 총장을 역임한 정성기 교수]


[약물이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분자수송체가 필요하다]

#2
태양전지로 옷 만든다?
현재 우리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태양전지나 풍력발전처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연 언제쯤 이런 친환경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연구를 취재하러 황당맨이 다녀왔다.

주인공은 고재중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 고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육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개
발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유기염료를 이용해 태양빛을 흡수한다.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식물의 엽록소와 같다. 주로 탄소와 수소, 산소로 이뤄진 유기화합물은 빛을 받으면 높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던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가 된다. 태양전지에서는 전자가 나노결정 산화물인 TiO2(이산화티타늄)으로 이동하고, 외부회로를 따라 전자가 움직이며 전기가 생긴다.

고효율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쓰이는 염료로는 유기염료와 유기금속염료가 있다. 최근에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을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며 가격이 저렴한 유기염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고 교수는 “유기염료가 아직까지 소자 공정이 최적화되지 않아 학문이나 산업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다양한 염료를 이용해 흡수하는 빛의 파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금속을 쓰지 않아 자원의 제약도 없다. 값비싼 제조설비가 필요 없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2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구부리거나 염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어 쓰임새가 더 넓다. 태양전지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일도 꿈은 아니다.

고 교수팀은 지난 2008년 효율이 7%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광자 100개를 받으면 7개의 전자를 내놓는다는 뜻이다. 2010년에는 2.4m×1.4m의 대형 패널도 개발했다. 패널을 만들 경우 효율은 5.5~5.8%가 된다. 고 교수는 “차세대 태양전지인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과 연계하면 큰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❶ 고재중 교수와 연구원들의 모습.
❷ 고 교수팀이 개발한 태양전지 모듈.
❸ 자유롭게 휠 수 있어 옷과 같은 곳에도 붙일 수 있다.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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