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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막의 출입구, 물·이온 통로 밝혀내

화학상 아그레·매키넌

2003년 노벨 화학상은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에 박혀있는 통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힌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세포막에는 여러 종류의 통로가 있는데 이곳을 통해 이온이나 작은 분자들이 이동한다.

2명의 수상자 중 한 사람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피터 아그레 교수는 1988년 처음으로 물 통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체중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물은 인체의 구성성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 중 약 40%는 세포내부에, 약 30%는 세포외부에 있다. 세포내부와 외부에 같은 농도로 일정한 양의 물을 유지하는 것은 세포와 인체의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세포내부와 외부의 물분자(H2O) 농도가 다르면 물은 세포막을 통과해 높은 농도에서 낮은 농도 쪽으로 이동한다. 이때 어떤 식으로 물분자가 세포막을 통과하느냐 하는 것은 오랫동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 숙제를 아그레 교수가 푼 것이다.

하루 1백78L의 물을 재흡수하는 물통로


세포막에 존재하는 통로 단백질


물통로의 발견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그레 교수는 신장세포에서 물통로를 발견했다. 사람의 신장은 사구체를 통해 하루에 약 1백80L의 물을 여과하고 있다. 이렇게 여과된 물의 99%인 1백78L가 신장에서 재흡수되고 나머지 1%만이 오줌으로 배설된다.

하루에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흡수하는 것은 세뇨관 세포에 물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요붕증은 물통로가 항이뇨 호르몬의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물이 흡수되지 않고 오줌으로 배출되는 증상이다. 최근 물통로의 발견은 이러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포막에 물분자나 이온을 통과시키는 구멍이 있다는 것은 이미 18세기 중반에 알려졌다. 1950년대 과학자들은 세포막에서 물분자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이 작은 구멍은 양이온이나 음이온은 통과시키지 않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물분자만을 통과시킨다. 그 뒤 이 한개의 작은 구멍이 1초에 수십억개의 물분자를 이동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물분자는 매우 놀라운 속도로 통로를 이동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물분자만을 통과시키는 작은 구멍, 즉 통로의 실체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아그레 교수는 1980년대 말 적혈구와 신장세포에서 물분자만을 통과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어서 그는 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이를 결정하는 DNA 염기서열을 밝혔다. 아그레 교수는 이 단백질을 ‘물구멍’이란 뜻의 ‘아쿠아포린’으로 명명했다.

그는 아쿠아포린을 가지고 있는 세포는 물을 통과시키는 반면 가지고 있지 않은 세포는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2000년 아그레 교수는 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혀 아쿠아포린이 어떻게 다른 분자는 통과시키지 않고 물분자만을 통과시키는 지를 규명했다(그림).

또 한명의 수상자인 미국 록펠러대 로데릭 맥키넌 교수는 1998년 최초로 이온 채널의 구조를 원자수준에서 밝혀냈다.

우리 인체의 다양한 기능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기관이나 이들의 모임인 기관계에 의해 이뤄진다. 이 중에서 신경계와 근육계의 기능은 매우 복잡해 오랜 기간에 걸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서 우리 두뇌에서 생각한 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 이는 바로 신경세포막과 근육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통로를 통해 세포가 이온을 받아들이거나 내보내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30대에 연구 시작한 매키넌


미국 록펠러대의 로데릭 매키넌 교수는 이온 통로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했다. 이들의 연구는 통로 관련 질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큰 도 움이 될 것이다.


세포막에 이온통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50여년 전에 알려졌다. 남아있는 중요한 과제는 이온통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원자 수준에서 구조를 밝히는 것이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이 과제를 해결하려고 연구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98년 매키넌 교수가 처음으로 칼륨 이온통로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밝혀 일약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심장의 부정맥이나 파킨스씨병 등 많은 질병이 이온통로의 비정상적 기능과 관계가 있다. 이온통로의 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이들 질병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온통로는 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칼륨 이온통로의 경우 칼륨 이온은 통과시키지만 크기가 작은 나트륨 이온은 통과시키지 않는다. 이런 선택적 통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X선을 사용해 이온통로의 분자구조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1998년 매키넌 교수는 X선 구조결정법을 사용해 원자수준에서 칼륨 이온통로의 3차원 구조를 발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흥미롭게도 매키넌은 구조생물학자가 아니다. 그는 1982년 미국 터프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였다. 4년간의 레지던트 기간을 마치고 1986년 보스턴에 있는 부란데이스대의 크리스 밀러의 실험실에서 전기생리학을 주제로 박사 후 과정을 시작했다.

그가 실토했듯이 나이 30에 연구 경력을 시작한 셈이다. 1989년 하버드대에 부임해 정교수까지 승진했다. 1996년 록펠러대로 옮긴 뒤 이온통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독학으로 생소한 X선 구조결정학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 도전을 시작한 후 불과 2-3년 만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매키넌은 우리가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이온통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그림). 이 이온통로의 윗부분에는 한 개의 칼륨 이온만이 통과할 수 있는 선택적 필터가 있다.

이 부위의 벽에는 산소 원자들이 있어 칼륨 이온이 딱 맞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에 크기가 작은 나트륨 이온은 이들 산소 원자에 딱 맞게 어울리지 못해 통과할 수 없다.

이온들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온통로의 문이 열려야 한다. 매키넌은 이온통로의 아래 부위에 있는 문이 어떻게 열리는가를 밝혔다. 이 문이 열리도록 감지하는 분자도 발견했다.

올해 화학상은 물리, 화학, 생물학의 지식이 융합된 구조생물학 분야의 업적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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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진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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